2014년, 아마존은 원통 스피커 형태의 어시스턴트 기기인 '에코(Echo)'를 출시했고, 인기를 끌었습니다. 똑같이 가상비서 시스템을 탑재한 기기였지만, 스마트폰과 다르게 두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서 집 안에서 목소리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쓸 수 있는 형태였기에 가상비서의 위치를 모바일이 아닌 곳에 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구글 홈이 아마존 에코보다 나은 이유
그리고 지난해에 아마존은 에코에 탑재된 가상비서인 알렉사(Alexa)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하면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확장은 '에코닷(Echo Dot)'과 '아마존탭(Amazon Tap)' 등 에코의 파생 기기, 그리고 '알렉사 스킬 킷(Alexa Skills Kit)'과 '알렉스 음성 서비스(Alexa Voice Services)'라는 개발자 도구로 나타났고, 단지 거실에만 머물었던 에코가 스마트폰, 자동차, 그리고 사물인터넷 확장으로 뻗어가는 중입니다.
구글은 구글 I/O 2016에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공개했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기존보다 자연어 처리 능력이 더 자연스러워진 것이 특징입니다.
명령어 수준의 문장을 이해하여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대화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기에 기존 구글의 나우(Now)나 애플의 시리(Siri), MS의 코타나(Cotana) 등 경쟁 서비스보다 한층 발전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가령 '영화의 감독이 누구냐?'라는 질문 후 답변을 토대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말해달라.'라고 질문하면 어떤 감독에 대한 질문인지 파악하여 알려줍니다.
단지 기존의 가상비서 시스템에서 발전한 것처럼 느껴지나 처음 시리나 나우가 등장했을 때보다 새롭다는 느낌은 미미합니다. 구글은 그런 점을 메우고자 '구글 홈(Google Home)'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구글 홈은 집 안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아마존의 에코와 똑같은 포지셔닝의 기기입니다. 원통형 디자인에 스피커와 마이크를 탑재했고, 음악을 스트리밍하여 들려주거나 날씨를 묻는 등 활용할 수 있죠. 드디어 에코와 경쟁할 기기가 나왔다는 건데, 구글은 '아마존의 에코보다 우리 홈이 더 나은 기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에코가 구형 제품이고, 홈이 신형이라는 점에서 홈이 더 낫다는 얘기로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홈은 에코보다 더 나은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코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건 '집 안에서까지 가상비서의 도움을 얻고자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면서 실상 밖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가상비서 기능을 집 안에서 마치 곤란할 때 엄마를 부르듯 알렉사부터 찾을 수 있다는 공간과 상황의 다른 점이 가상비서 접근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면 집 안의 가상비서 경험이 외부로 나가지 못했다는 거죠. 반대로 스마트폰, 그러니까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나우 등은 모바일 경험을 집 안으로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집에서도 여전히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연결성, 연속성에서 직관적이지 못한 탓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서드파티 개발자를 통해서 알렉사를 외부로 옮기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에코의 성공을 발판으로 알렉사를 확장하는 것으로 따로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아마존이 이런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글의 홈을 통한 접근 방식이 더 낫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게 아마존은 에코를 토대로 알렉사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구글은 이미 짜여진 플랫폼을 구글 어시스턴트로 통합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에코를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에코를 기반으로 향후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리라는 예상은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포드 등 자동차 업체와 제휴를 시작했고, 알렉사와 여러 사물인터넷 기기가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에서 집 안의 사물을 조작하는 방식의 확장을 시작했죠. 그런데 구글은 이미 자회사인 네스트(Nest)를 통해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네스트 플랫폼만 보자면 온도조절장치를 허브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별도의 방안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저 이 플랫폼을 조작하는 방법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포함하는 것이며, 홈을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만 고려했다면 네스트 플랫폼의 기기로 출시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터페이스에 네스트 플랫폼을 두고 싶다는 방증입니다.
마찬가지로 구글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플랫폼도 가졌으며, 차량용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웨어러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 그리고 TV를 네트워크 환경에 포함할 수 있는 '크롬캐스트(Chrome cast)'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은 구글이 공개한 홈의 소개 영상에서 더 잘 확인할 수 있는데, 집 안에서 구글 홈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기존 구글의 플랫폼을 구글 어시스턴트로 집 안에서 어떻게 조작하는가를 더 많이 보여줍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찾은 동영상을 TV로 보여주거나 가족이 모두 외출하자 집 안 온도를 조절하고, 조명을 꺼버리는 등 말이죠. 그것을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외출한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플랫폼으로 다시 구글 어시스턴트를 마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들어왔을 때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더라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부를 수 있죠.
에코의 강점이 그것이긴 했으나 아직 확장하는 단계이고, 구글 홈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플랫폼 간 연결과 연속성을 집 안에서 묶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구글 홈이 아마존의 에코보다 더 나은 제품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2가지 부분은 더 얘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아마존이 옳았습니다. 에코가 처음 등장했던 2014년만 하더라도 가정에 사물인터넷을 통합할 허브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당연했고, 그 이전부터 구글은 넥서스q라던가 애플은 애플 TV라던가 삼성은 아예 자사 TV를 스마트 TV라면서 허브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죠.
그런데도 아마존은 허브 역할도 중요하지만, 제품 자체의 역량, 그러니까 에코로 가상비서 기기로서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라는 개념을 보여주면서 사물인터넷 허브의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물론 기반은 인공지능 사업에서 뻗어 나가는 것이지만, 사물인터넷 자체에 기대한 허브 사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 게 사실입니다. 그랬기에 구글이 홈이라는 기기로 기존 흩어진 플랫폼을 하나의 인공지능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두 번째는 아마존이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쇼핑'이죠. 아마존이 음성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단초는 '아마존 대시(Amazon Dash)'입니다. 막대기형 제품인 대시는 음성으로 제품을 구매 목록에 넣거나 주문할 수 있게 돕는 기기인데, 이를 테이블에 고정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 에코입니다.
당연하게 에코로도 필요한 물건을 음성으로 주문하여 구매할 수 있으며, 청과물이나 육류는 24시간 안에 배송받을 수도 있죠. 특히 아마존은 알렉사 플랫폼을 스마트폰으로 확장하면서 에코가 없더라도 이런 과정을 다른 사물인터넷 기기나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아마존의 계획이 빛을 본다면 어떤 인공지능 플랫폼을 써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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