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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광고 차단을 안드로이드로 대처할 수 있을 것


 애플은 iOS 9에서 사파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고 차단 기능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iOS용의 여러 광고 차단 앱이 등장했고,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의 부가기능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용자조차 앱스토어에서 쉽게 내려받게 되었죠. 광고가 핵심 사업인 구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글, 광고 차단을 안드로이드로 대처할 수 있을 것
 
 애플의 광고 차단 시도는 운영체제에 직접 기능을 탑재했다는 게 쟁점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많은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구글은 광고 차단 기능 개발사에 투자하면서 자사 광고가 차단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영체제가 광고 차단을 권하면서 대응 밖의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에이수스는 '내년에 출시하는 자사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광고 차단 프로그램인 애드블록 플러스(AdBlock Plus)를 기본 탑재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애플과 비슷하게 광고 사업을 하지 않는 제조사가 광고 차단을 주도하는 계획입니다.
 
 광고 차단 방식은 간단합니다. 애드블록 플러스는 에이수스의 기본 브라우저 앱에 탑재되고, 애드블록 플러스가 허용하지 않는 모든 광고는 차단된다고 애드블록 플러스는 밝혔습니다. 광고 차단을 원하지 않으면 에이수스의 기본 웹 브라우저가 아닌 다른 브라우저를 내려받아 사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덕분에 구글이 손해를 볼 법한데, 더버지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애드블록 플러스에 광고를 차단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하고 있기에 광고 전체가 차단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에이수스가 광고 차단을 차별화 전략으로 가져왔다는 데 있습니다.
 
 


 애플은 웹 광고를 견제하고, 자사 플랫폼 내 광고 사업을 촉진하고자 광고 차단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이것이 전체 광고 시장에 타격은 주겠지만, 애플의 견제 방법 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할 차별점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안드로이드용 차단 앱도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에이수스는 자사 제품의 기본 기능에 광고 차단을 포함할 수 있고, 그건 곧장 여타 동일 플랫폼 제품과 차별점으로 보일 수 있겠죠. 에이수스가 출시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대부분 안드로이드입니다.
 
 애드블록 플러스라면 당장 구글이 큰 타격을 받진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차별점이 되었다는 것에서 에이수스의 경쟁 업체들이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은 커진 겁니다. 고로 제조사들이 구글이 돈을 지급하지 않는 광고 기능 업체와 제휴하거나 자체적인 광고 차단 기능을 선보였을 때 구글이 손해는 누적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골치가 아픈 건 광고 차단 기능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직접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개발한 웹 브라우저에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하는 거였습니다. 그나마 기본 브라우저와 비교하여 접근성이 떨어진 것이 일부 유명 차단 기능에만 구글이 비용을 내면 될 일이었지만, 제조사가 기본으로 내세우는 브라우저에서 광고 차단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구글은 두 가지 대처 방법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더 많은 광고 차단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겁니다. 제조사와 협력하는 광고 차단 업체와 모조리 계약하면서 제품 차별화는 인정하되 자사 광고만큼은 차단 대상에서 제외하는 거죠.
 
 두 번째는 안드로이드 인증 조건에 광고 차단 기능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방법입니다. 이미 제조사들은 구글 플레이를 탑재하기 위해서라도 지메일 등 구글 앱을 자사 제품에 기본으로 탑재했어야 했습니다. 제조사들이 자사에 위협될 광고 차단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광고 차단 업체에 직접 돈을 지급하는 것보다 제조사를 압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죠.
 
 


 구글이 안드로이드 정책으로 광고 차단을 막으려 한다면 비판을 피할 순 없을 겁니다. 앞서 광고 차단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제외한 것으로도 비판받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글은 자사의 주요 사업을 지켜야 합니다. 본래 안드로이드의 존재가 모바일과 인터넷의 확산,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광고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에이수스의 계획은 안드로이드를 활용하면서도 정면으로 구글과 힘을 겨루겠다는 의미이고, 제조사들이 구글과 대등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줄 가능성을 큽니다. 그렇기에 구글은 첫 번째 방법보다 두 번째 방법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설사 비판을 받더라도 말입니다.
 
 아직 에이수스가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하진 않았기에 해당 기능이 실제 구글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할 순 없습니다. 단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추후를 지켜볼 만한 쟁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