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구글 글래스는 상업화에 실패했습니다. 이는 개발사인 구글도 인지하는 것으로 올해 초 구글 글래스 익스플로러 에디션(Google Glass Explorer Edition)의 일반 소비자 판매를 중단했죠. 하지만 구글 글래스를 포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구글 글래스, 디스플레이가 빠진 것이 기대되는 이유
구글은 구글 글래스 판매 중단과 함께 구글 X 연구소에 있던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를 독립적인 사업부로 승인한 후 네스트(Nest)의 수장인 토니 파델(Tony Fadell)에게 총괄 자리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명을 아우라(Project Aura)로 정하고, 코치와 켈빈클라인의 디자인 임원이었던 아이비 로스(Ivy Ross)를 개발 책임자로 영입했고, 아마존 하드웨어 사업부의 엔지니어 3명도 구글 글래스 팀에 합류시키는 등 차세대 구글 글래스 개발을 본격화했습니다.
더버지는 더인포메이션의 보도를 인용하여 '구글 글래스 팀이 유리 없는 구글 글래스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기기는 세 가지이며, 확인된 바로는 기업용과 일반 소비자용이 따로 개발되며, 일반 소비자용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버전과 탑재하지 않은 버전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델은 기존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형태로 예상하지만, 필자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은 모델이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 모델은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빼는 대신 음성만 지원하는 헤드셋 모습의 제품이라고 더인포메이션은 밝혔습니다.
헤드셋이라면 글래스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만, 과거 인텔이 CES 2014에서 선보인 '스마트 이어피스(Smart Earpiece)'인 '자비스(Jarvis)'가 '디스플레이 없는 구글 글래스'로 평가받을 걸 떠올리면 일종의 연장선입니다. 조작이나 활용 방안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거죠.
자비스는 시연에서 착용자의 음성에 반응하고, '스테이크 전문점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답했습니다. 눈앞에 지도가 펼쳐진 건 아니어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자비스가 추구하는 개념이었습니다.
구글은 이미 1세대 구글 글래스에도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별도의 조작 공간이 작은 웨어러블 기기이므로 음성 지원 기능은 당연하게 필요하고, 꼭 구글 글래스가 아니더라도 구글의 웨어러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구글 나우를 통해서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피드백 받을 수 있죠.
물론 최종 제품이 디스플레이가 없는 형태로 나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이미 갖춰놓은 것으로 자비스 같은 기기를 고려할만한 현실성은 충분한 겁니다.
하지만 음성만으로 조작하는 기기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품 가격을 낮추려는 방안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디스플레이가 있는 쪽이 시각 정보까지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상위 제품으로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음성 지원이 가능한 손목형 제품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함께 착용했을 때 음성과 시각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안경형 제품과의 차이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헤드셋과의 차이점도 애매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아우라가 자비스처럼 음성 명령을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프로젝트 솔리(Project Soli)'는 차세대 구글 글래스에 탑재될 가능성이 큰 기술로 꼽힙니다. 솔리는 구글 I/O 2015에서 공개된 구글 첨단기술프로젝트팀(ATAP)이 개발한 레이더 모듈입니다. 초소형 칩으로 인식 범위 내 손의 위치와 밀리미터 단위로 움직임을 측정하는데, 레이더 방식이므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인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제시한 솔리의 활용 방법은 허공의 제스처를 솔리가 인식하여 드래그나 버튼을 누르고, 각종 요소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기존 구글 글래스는 기기에 장착된 터치패드를 이용하여 요소들을 조작했으나 터치패드 탓에 기기 외형이 미려하지 못한 점이 문제였지만, 솔리를 이용하면 터치패드를 배제하여 좀 더 전통적인 안경 형태의 미려한 디자인을 채용할 수 있을 거로 기대를 모으고 있죠.
필자는 여기서 '구글 고글스(Google Goggles)'를 떠올렸습니다. 뜬금없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구글 고글스는 이미지나 유명 랜드마크를 인식하고, 텍스트를 인지하여 번역하거나 카메라에 비친 것과 유사한 상품을 찾아주는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서 시각 검색 서비스인데, 꼭 구글 고글스가 앱으로 들어간다기보단 솔리와 시각 검색의 결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음성 지원 헤드셋을 착용했다고 했을 때 손이 향한 위치의 사물을 판단하여 어떤 사물인지 음성으로 피드백을 주거나 앞에 문이 있다면 문고리 위치를 파악해주는 등을 상상할 수 있는데, 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실패한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의 핵심 기능도 시각 검색이었고, 해당 부서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했다는 점이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죠.
솔리 자체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구글 글래스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고, 제스처를 통한 명령이 아닌 이용자의 손 위치에 따른 보조 센서 역할도 기대되는 탓에 디스플레이가 없는 헤드셋 형태의 웨어러블 활용이 음성을 들려주기만 하는 블루투스 이어폰과는 차이를 둘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각을 디스플레이로 빼앗던 기존 구글 글래스와 다르게 시각을 빼앗지 않으면서 음성으로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것으로 안경형 기기의 저가 버전보다도 또 다른 형태의 웨어러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앞서 인텔의 자비스와 비교했지만, 사실 아우라는 인텔과 협력하여 진행되기에 상용화되지 못한 자비스가 구글 글래스의 모습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기한 구글 고글스나 아마존 엔지니어로 기대감을 올리기에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인텔도 올해 3차원 공간 인식을 처리하는 카메라 솔루션인 리얼센스(RealSense)를 출시했고, 구글과의 협력으로 리얼센스를 탑재한 스마트폰인 '탱고(Tango)'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리얼센스는 로봇이나 드론이 마치 사람이 공간을 판단하는 것처럼 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동작을 인식하는 면에서는 솔리와도 비슷한데, 사물이나 얼굴을 스캔하여 디지털 정보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이 웨어러블과 접촉했을 때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착용자가 검색한 식당의 길을 찾거나 공항에서 게이트로 안내하는 등을 지도를 보게 하지 않고, 음성만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는 스캔한 얼굴을 프로필로 작성하고,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게 하는 등의 활용도 재미있겠죠.
그런 중에 인텔이 구글과 협력하여 프로젝트 아우라를 진행 중이라는 건 여러 측면에서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저 블루투스 이어폰 같은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이지 않을까, 많은 정보가 있지 않음에도 기대를 하게 됩니다.
'IT > Goog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글, 광고 차단을 안드로이드로 대처할 수 있을 것 (0) | 2015.12.29 |
---|---|
구글 플러스, 뼈만 남기다 (2) | 2015.11.20 |
구글, '저렴'이라는 교육 시장 키워드 (0) | 2015.11.13 |
구글의 새로운 소셜 서비스 '후즈 다운' (1) | 2015.11.03 |
유튜브 레드, 두 마리 토끼를 노리다 (2) | 2015.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