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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저렴'이라는 교육 시장 키워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통합한 운영체제를 2017년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두 운영체제의 장점을 섞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크롬 OS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저렴'이라는 교육 시장 키워드
 
 또한, '미국의 교실에서는 매일 3만 대의 새로운 크롬북이 보급된다.'라면서 '다른 교육용 기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라고 말했습니다. 크롬 OS가 교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교육 시장이 있기에 크롬 OS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두 운영체제를 합치지 않더라도 방향을 놓고 보면 앞선 구글의 얘기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교육 시장에서 크롬북을 대체한다면 크롬 OS의 중단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거죠. 현재 크롬 OS에서는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는데, 크롬북의 다른 특징만 안드로이드가 흡수할 수 있다면 앱 이용 등에서 안드로이드로 크롬 OS를 대체하는 게 어렵진 않다는 겁니다.
 
 그럼 크롬북이 교육 시장에서 빠른 보급과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언가 하면 단연 '가격'입니다. 크롬북이 교육 시장을 잠식하기 전에 애플은 아이패드로 교육 시장을 차지하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기기를 보급하기에는 아이패드의 가격이 비쌌고, 보급이 가격에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그보다 저렴한 크롬북은 교육 환경을 디지털로 옮기려는 교육 시장의 화두가 될 수 있었죠.
 
 물론 교과서를 디지털로 대체하고, 좀 더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다양한 교육 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태블릿의 강점입니다. 그런데도 교육 기관들은 크롬북을 선택했고, 구글이 제시하는 교육 솔루션인 '구글 앱스 포 에듀케이션(Google Apps for Education)' 맞춰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저렴한 기기를 토대로 교육 서비스 생태계를 먼저 구축한 것입니다.
 
 덕분에 해당 생태계에 교육 기관이 들어갈 수만 있다면 운영체제는 크롬 OS든, 안드로이드든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크롬북을 대체할 저렴한 안드로이드 기기에 현재 크롬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포함하기만 하면 될 일인 거죠.
 
 


 구글의 이런 교육 시장 저가 전략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의 기기를 출시하는 것에 있진 않습니다. 분명 저렴한 기기도 필요하지만, 저렴한 기기로도 충분히 교육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준 것이 가장 큰 핵심입니다.
 
 오큘러스 VR의 창업자 '팔머 러키(Palmer Luckey)'는 '책만 읽어서는 최고의 교육이 될 수 없다'라면서 가상현실(VR)을 통한 체험 학습이 교육 환경을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R 기기 업체의 창업자라서 하는 얘기라고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역사 공부만 하더라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쪽이 나은 방법일 수 있죠. 그러면서 러키는 '적어도 5년 안에 VR 교육을 위한 고성능 기기의 보급이 보편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구글은 이미 VR을 활용한 교육 솔루션인 익스페디션 파이오니어 프로그램(Expeditions Pioneer Program)를 9월부터 운영 중이고, 최근 미국 13개주와 미국 외 3개국을 대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에 쓰이는 VR은 종이로 만든 카드 보드입니다.
 
 카드 보드이기에 스마트폰의 보급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당장 VR 교육을 도입하고 싶은 지역이나 교육 기관으로서 카드 보드는 부담 없이 VR 체험이 가능한 솔루션이죠. 성능으로 보자면 앞으로 출시할 일체형 VR 기기들이 더 나을 테지만, 카드 보드로 구글의 교육용 VR 콘텐츠를 교육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구글은 상당히 빠르게 VR 교육 시장을 점유할 수 있습니다.
 
 교육 기관으로서는 기기의 성능으로 얻어질 교육 효과를 파악하는 것보다 다수의 대상을 통해서 교육 방식의 효과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카드 보드를 도입하는 건 매우 간단한 의사 결정이고, 구글은 자사가 교육 시장에서 저렴하다는 걸 아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후에 고성능 VR을 통한 교육이 가능해지더라도 앞서 닦아놓은 구글의 카드 보드 솔류션이 계속해서 VR 교육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되레 고성능 기기가 이 영향을 떨칠 방법이 있느냐가 쟁점이 되겠죠. 마치 크롬북과 아이패드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구글의 이런 전략은 기술의 나은 정도보다 교육 환경 개선과 개선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저가 제품을 보급하는 게 키워드지만, 실상 저가 제품 보급으로 접근하려는 건 좀 더 다른 부분에 있는 거죠.
 
 이는 구글이 플랫폼이 바뀌는 시점이 되더라도 교육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방안이 될 것입니다. 기존 교육 솔루션을 유지하면서 다른 저렴한 기기를 교육 기관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구글처럼 교육 시장에서 파이를 얻으려는 업체라면 저렴한 기기도 중요하지만, 기기를 이용해서 어떤 교육 환경을 형성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달리 말하면 구글은 저가를 무기로 어느 업체들보다 빠르게 교육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