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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네스트 위브, 구글은 어떤 지배자가 되길 원하나


 지난 6월, 네스트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인 '네스트 캠(Nest Cam)', 새롭게 디자인한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 개선한 '네스트 앱(Nest App)'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기기들을 연결했죠. 가령 네스트 프로텍트로 연기나 일산화탄소 감지가 발생하면 네스트 캠으로 클립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겁니다.
 


네스트 위브, 구글은 어떤 지배자가 되길 원하나
 
 필자는 네스트의 이런 행보를 두고,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가꾸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 구글은 I/O 2015에서 사물인터넷용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인 '브릴로(Brillo)'를 공개했지만, 개발자를 사물인터넷에 끌어들이는 방안일 뿐 플랫폼 핵심은 네스트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릴로와 함께 사물인터넷 파이를 키울 다른 한쪽인 '네스트 위브(Nest Weave)'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일, 네스트는 새로운 P2P 통신 방안인 위브를 개발자에 공개했습니다. 이제 서드파티 제조사들이 별도의 제휴 없이 네스트와 통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개 커넥티드 홈과 연결하는 기기들은 특정 플랫폼과 연결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상호작용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단계에서 가장 간단하게 기기들을 연결하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기에도 클라우드만큼 접근성이 뛰어난 방법이 없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방향이었습니다.
 
 위브의 특징은 간단합니다. 클라우드가 아닌 P2P 방식으로 기기들이 특정 플랫폼에 엮이지 않더라도 위브를 통해서 서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간의 와이파이 상태와 상관없이 기기들이 통신하며, 덕분에 배터리 수명도 엄청나게 늘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스트 플랫폼 총괄의 그렉 휴(Greg Hu)는 '예일 록스(Yale Locks)의 잠금장치인 리누스 록(Linus lock)은 와이파이를 이용할 때 AA 배터리 2개로 2주 정도 사용할 수 있지만, 위브를 이용하면 위브를 이용하면 18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기기들의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잠금 장치가 누군가의 방문이나 외출을 감지하고, 보안 카메라가 공간에 사람이 없다는 걸 판단하면 조명 기기가 자동으로 조명을 끄는 등 연결을 통한 시너지를 내는 겁니다. 대신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작동하며,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건 개발자들이 네스트 플랫폼에 쉽게 관심을 두게 할 것입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물인터넷 시장을 규격화하여 하드웨어 기반으로 옮기도록 하는 첫 단추입니다. 사물인터넷이 본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플랫폼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소프트웨어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었기에 의미 있는 행보인데, 위브가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먼저 네스트는 리누스 록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을 지원하면서 예일 록스가 독립적인 앱을 개발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아도 되므로 서드파티 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간단하게 다른 회사의 기기들과 연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네스트는 네스트 캠의 API도 개발자에 공개했는데, 별도의 앱 없이 네스트 캠과 위브로 연동하여 작동하는 기기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요소는 장기적인 사물인터넷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네스트 캠의 API를 공개한 것처럼 서드파티 업체가 만든 독립적인 허브 기기를 만들고, API를 공개할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위브가 자리 잡은 상황이고, 해당 허브 기기가 위브를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네스트 플랫폼에 들어간 것이 되며, 또 다른 허브 기기와의 연결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위브를 통해서 기준이 되는 운영체제나 허브 기기가 아니더라도 네스트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고, 개발자들은 플랫폼에 종속하지 않은 채 비용 절감 효과를 보면서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제조사들은 좀 더 하드웨어 관점, 플랫폼에 대해 신경 쓰는 것보다 하드웨어의 연결로 나타날 시너지에 더욱 중점을 둘 수 있게 되므로 커넥티드 홈을 구성하는 데 상당한 효율을 낼 수 있죠.
 
 즉, 위브가 확산하는 것으로 네스트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다면 위브 자체로 네스트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브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플랫폼과 관계없이 구글이 서드파티 제조사들을 움직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플랫폼 경쟁에서 가장 큰 쟁점일 협력 제조사 확보에 새로운 지배 방식을 들고나온 겁니다. 네스트를 기준으로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개발 환경을 거둘 뿐이고, 연결을 위브가 맡게 하면서 사물인터넷 경쟁을 비틀어 버렸습니다.
 
 앞서 구글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위브는 사물인터넷 세상의 공용어다.'라고 말했습니다. 위브가 기기들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이며, 비유를 빗대자면 위브를 거치지 않고 소통하는 기기를 소외되도록 할 때 위브가 가진 생태계가 더욱 막강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생각입니다. 결국, 목표는 모든 기기가 위브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겠지만요.
 
 어쨌든 위브는 운영체제나 허브 기기 경쟁으로 흘러가던 시장에 화두가 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 패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위브로 얻으려는 생태계는 여태 나온 것들과 다르기에 사물인터넷 시장에 좀 더 획기적인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