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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가


 유튜브가 절대 강자처럼 보이지만, 경쟁자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창립한 프랑스의 데일리모션(Dailymotion)이나 사용자가 직접 촬영한 동영상만 허용하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핵심으로 삼았던 비메오(Vimeo)도 있죠. 하지만 이들은 유튜브의 대체적인 성격을 지녔을 뿐 직접적인 경쟁자로 인식되진 않았습니다.
 


유튜브는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가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기에 유튜브는 큰 방해를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비대해진 유튜브와 경쟁하려는 곳도 더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유튜브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시장 지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자신이 보유한 동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유튜브 이전에도 동영상을 게재하는 커뮤니티 활동은 많았지만, 동영상만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은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건 유튜브의 장점이 되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한 동영상을 보고자 늘어나는 이용자에 기존 동영상 사업자들이 뮤직비디오나 영화, TV 영상의 클립, 홍보 영상 등을 추가하면서 복합적인 동영상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혼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배분하여 유튜브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제작자들이 유튜브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광고 시장이 커지자 마케터들도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그런 점이 유튜브를 견주지 못할 존재로 만든 거죠.
 
 경쟁자로 꼽힌 데일리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튜브의 대체재 역할이 강했고, 유튜브보다 빠르게 HD 동영상을 지원한 비메오는 고품질 동영상의 발행에서 유튜브와 경쟁했으나 도달률에서 유튜브보다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뒤이어 유튜브가 HD를 지원하면서 비메오의 특징도 의미 없는 것이 되었죠. 유튜브는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런 난공불락의 유튜브에 달걀을 던지기 시작한 건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에 유튜브의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했으나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자신의 지인이나 불특정다수에 전달하기에 소셜 미디어는 아주 좋은 도구였습니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개편하면서 공유한 동영상의 도달률도 증가했죠.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게 '자동 재생'입니다. 도달률이 높아진 동영상 콘텐츠가 뉴스피드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면서 이용자들이 목록에서 보고 싶은 동영상을 고르는 시간이 없어진 탓에 동영상을 보도록 유도하기 쉬워진 겁니다. 덕분에 마케터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딱히 마케터들이 페이스북을 유튜브를 대체할 수단으로 보지 않았음에도 페이스북 내 동영상 콘텐츠의 힘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동영상을 먼저 접할 공간이 되어버리면서 유튜브의 도달률을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IHS의 엘레니 마룰리(Eleni Marouli)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페이스북의 동영상 조회수가 유튜브를 추월했고, 앞으로 동영상 광고 수익도 따라 잡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페이스북이 유튜브와 동영상으로 수익 경쟁을 할 위치에 올랐다는 방증과 같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이 유튜브에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년 전 페이스북이 인기 유튜버들과 접촉하여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걸 고려하도록 권장하는 캠페인을 했지만, 상위 유튜버의 68%가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게재했음에도 유튜브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동영상 조회수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의 70% 이상이 15초 만에 동영상을 중단했고, 30초를 넘기는 사용자는 21.1% 수준이지만, 유튜브는 재생 후 30초를 넘기는 사용자가 86%에 도달한다는 겁니다.
 
 이는 페이스북의 조회수 집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지만, 반대로는 30초 이상을 넘기지 않는 동영상에서는 페이스북이 강할 수 있다는 의미키도 합니다. 즉, 페이스북이 짧은 동영상에서 강한 면을 보여주고 있으나 전체 콘텐츠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내야 하는 제작자라면 유튜브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페이스북이 유튜브를 완벽하게 제압할 순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틈을 채울 동영상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베셀(Vessel)'입니다. 베셀은 시작부터 유튜브를 겨냥했고, 인기 유튜버를 끌어모으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인기 유튜버들이 페이스북에 반감을 품는 건 조회수 문제도 있으나 광고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탓인데, 그렇다고 유튜브의 정책에 만족한 건 아니었습니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의 45%만 제작자에 주고 있고, 제작자로서는 이것이 매우 적다는 비판이 유튜브에 향해 있었으나 유튜브만큼 이익을 보장하는 플랫폼이 없었기에 유튜버들은 페이스북에만 날을 세웠던 거죠.
 
 베셀은 이점을 노려 제작자에 광고 수익의 70%를 보장하고, 월 구독료인 2.99달러의 60%를 제작자와 나누기로 했습니다. 대신 새로운 동영상을 베셀에 먼저 게재해야 하고, 다른 곳에는 72시간이 지난 후에 게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유튜브는 인기 유튜버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아예 장기 계약을 내걸었는데, 그런데도 유튜브의 배분 조건에 불만이 있었던 유튜버들은 베셀로 옮겨갔습니다.
 
 그러자 초기에는 베셀의 이런 정책이 인기 유튜버를 끌어들이는 단초가 되었으나 제작자들이 늘면서 대형 미디어들도 베셀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베셀에서는 엘렌 드제너러스 쇼나 UFC, 더 버지 등의 콘텐츠도 즐길 수 있는데,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베셀에 동영상을 게재하더라도 제작자들이 볼 손해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베셀은 유료 서비스이고, 구독료를 낸 이용자만 동영상을 이용한다는 것과 구독료조차 나눈다는 점에서 콘텐츠를 조금 늦게 유튜브에 게재하더라도 베셀에서 더 나은 조건의 초기 이익을 거둔 다음이기에 72시간 후에 유튜브에 게재하더라도 베셀에서 보지 못한 광고 동영상 이용자들의 수익까지 거둘 수 있습니다. 비공개 콘텐츠로 초기 유통되므로 베셀 이용자 외 유튜브에서 초기 조회수를 올리지 못하는 불이익이 상당히 감소하죠. 일종의 시사회 역할을 베셀이 하는 겁니다.
 
 고로 제작자는 베셀의 등장으로 좀 더 좋은 조건에 동영상을 유통할 수 있게 되었으나 유튜브는 초기 조회수를 베셀에 빼앗기게 됩니다. 유튜브가 베셀로의 콘텐츠 유출을 막으려는 정책들을 구상 중이지만, 그건 다시 유튜브의 공정성에 비판을 만드는 것이라 유튜브로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경쟁자가 생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유튜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용자가 유튜브로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예고편을 찾고 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 TV 콘텐츠 이용 방식으로 삼으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예고편을 시청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에 예고편이 나온다면 굳이 유튜브에서 찾지 않아도 되니 말이죠.
 
 그리고 지난 5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동영상도 스트리밍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유튜브처럼 찾아보는 동영상보다는 관심있는 가수나 듣고 있는 음악의 뮤직비디오, 관련 동영상이 주요 콘텐츠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스포티파이 이용자라면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스포티파이의 전략에 따라서 유료 고객만을 위한 동영상을 제공할 수도 있겠죠. 동영상 기반의 플랫폼이 아닌 곳에서도 동영상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동영상을 전략에 넣기 시작한 것이 유튜브를 발행 플랫폼에서 멀이지게 할 여지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겁니다.
 
 


 콕 짚어 어떤 서비스가 유튜브를 위협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갈 곳 없는 동영상을 모아서 성장한 유튜브가 갈 곳이 생긴 동영상들이 꼭 머물어야 하는 장소가 아니게 되면서 여러 방향에서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유튜브가 쉽게 공중분해 될 플랫폼은 아닙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베셀에 동영상을 완전히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동영상 제작으로 이익을 보려는 유튜버는 페이스북을 배척하고 있으며, 홍보 영상도 유튜브를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단지 유튜브로 직진했던 동영상 유통에 변화가 생긴 건 그동안 유튜브의 전략이 독보적인 지위를 내세워 진행할 수 있었던 것과 다르게 여러 방향을 세부적으로 견제할 당위성을 지니게 합니다.
 
 가령 베셀의 광고는 구독 수익이 있기에 넘기기 버튼이 없는 대신 4~5초로 끝이 납니다. 이용자가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유료 정책에 불만을 품지 않게 하면서 유튜브보다 짧은 광고에 빠르게 동영상을 즐기게 한다는 건 유튜브의 단점을 완벽히 파고든 것이죠. 그렇다면 유튜브는 베셀을 견제하고자 광고 정책 등을 손볼 수밖에 없겠죠. 문제는 그렇게 수정했을 때 변화한 광고 수익이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간단히 경쟁 서비스를 꺾을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 앞으로 유튜브의 전략이나 행보를 독보적으로만 보이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다시 기존 강자를 넘어서려는 새로운 풍운아의 등장도 많기에 매우 흥미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