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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애플-삼성, 캠페인 속 나타난 태블릿 동상이몽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태블릿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애플이라면 이를 바짝 쫓은 기업은 단연 삼성입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태블릿 판매량이 크게 하락했고, 성장에 대한 회의가 시장에 돌고 있습니다. 베스트바이 CEO 허버트 졸리는 Re/Code와의 인터뷰에서 '태블릿 시장이 매우 축소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노트북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삼성, 캠페인 속 나타난 태블릿 동상이몽
 
 완전한 하락까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태블릿은 정체기에 빠르게 접어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가 태블릿은 공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체기 속 활로를 저가 시장에 두기 시작한 겁니다. 고가 제품을 주력으로 했던 애플과 삼성의 태블릿 성장은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대응책이 필요한 지점이죠.
 


 애플은 '당신의 한 줄은 무엇이 될까요?(What will your verse be?)'라는 캠페인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여러 분야에서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아이패드를 특별히 활용할 필요가 없는 사용자는 '아이패드로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에 머물겠지만, 여러 활용 방법을 나열하면서 여느 태블릿과 다른 우수한 태블릿임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앱(Watch "Apps We Can't Live Without)'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전 캠페인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었습니다. 당신의 한 줄은 무엇이 될까요?처럼 특별한 곳에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모습과 중간중간 일반적으로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얘기하는 장면을 끼워 넣었습니다. 에버노트나 은행 앱, 캔디 크러쉬 사가나 로봇 유니콘 어택 등의 게임,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나열하면서도 의수 제어 앱이나 해양 내비게이션 앱 등 특화한 분야의 앱을 심도 있게 설명합니다. 가볍게 사용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용자도 있음을 명확하게 드러낸 겁니다.


 


 반면, 삼성은 '태블릿의 현실(TabletRealities with the Samsung GALAXY Tab S)라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판사, 화가, 학부모가 각각 등장하는 영상에는 판사가 갤럭시탭으로 멋들어지게 재판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아닌 오디션 투표를 하고,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게임을 즐기며, 학부모는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태블릿을 이용하면 좀 더 멋진 생산성이나 활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 판사든 화가든 학부모든 누구든 엔테인먼트 활용이 높고, 그게 훨씬 현실적인 태블릿 사용이며, 거기에 걸맞은 제품이 갤럭시탭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해양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후르츠 닌자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을 테고, 이것이 일반적인 태블릿 활용이라면 애플의 캠페인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재치있게 표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애플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앱을 통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 밖에 특수한 앱을 세부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애플과 삼성의 태블릿 캠페인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다른 방향을 잡은 애플과 삼성이지만, 같은 태블릿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태블릿 시장의 동향은 한 가지입니다.
 
 '저가 태블릿 시장이 커지고 있다.'
 
 허버트 졸리는 인터뷰에서 '태블릿을 구매한 사람은 잘 교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간단히 얘기하면 '이미 구매할 사람은 구매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교체하기 위해선 태블릿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돈이 많거나 정말 바꾸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 되어야 합니다. 애플이 iOS 8을 아이패드 2까지 지원하는 이유가 달리 있지 않죠.
 
 그런 상황에서 저가 태블릿은 기존 가득 찬 고가 태블릿 수요를 벗어나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캠페인으로 소개했던 것처럼 '일반적으로 태블릿을 사용하는 방법에 굳이 고가 태블릿이 필요한가?'하는 물음을 소비자가 가지면서 차라리 다양한 저가 태블릿을 구매하는 쪽이 낫다는 동향이 생긴 것입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애플의 캠페인이 거기에 영향을 조금이나마 끼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난 저렇게 활용하진 않을 테니 아이패드처럼 비싼 제품은 필요 없겠지.'라고 말이죠.
 
 여기서 애플과 삼성의 캠페인 목적이 드러납니다. 삼성은 저가 태블릿이 성장하는 이유, 활용이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된 태블릿 중에서 갤럭시탭이 고급스러운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애초 태블릿은 현실적으로 이렇게 쓰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 어떤 태블릿을 쓸래?'라고 소비자에게 던져놓은 것이죠. 소비자로서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태블릿을 고민하면서도 갤럭시탭이라는 고가 브랜드로 하여금 제품을 저울질하게 됩니다. 굳이 특별한 활용법이 없더라도 영화를 보는 것도 갤럭시탭이 저가 태블릿보다 우수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면 저가 제품이 성장하는 시장에서도 나름 포지셔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애플은 처음부터 저가 태블릿의 파이를 아이패드로 돌릴 생각이 없습니다. '내가 태블릿을 저렇게 쓸 일은 없겠지.'가 아니라 애플이 소개하는 것처럼 특별한 활용법을 계속 창출하면서 그 활용법에 익숙해진 수요를 붙들어놓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이패드를 직업이나 생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그런 활용법이 적은 태블릿으로 옮겨가긴 어려우니 해당 수요를 아이패드로 끌어들이면 향후 교체 시기가 오더라도 아이패드의 독자적인 포지셔닝에 태블릿 파이를 챙길 수 있다는 겁니다. 캠페인에 아이패드가 신제품만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걸 증명합니다.
 
 또한, 애플이 노리는 점은 만약 해당 캠페인을 통해 아이패드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소비자 중 원하는 것처럼 되지 않아 실망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아이패드를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낸 소비자가 존재한다면 그로부터 아이패드의 새 가능성을 찾는 것이고, 그 가능성에 참여할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엔터테인먼트 수요와 함께 뒷받침할 수요도 함께 차지할 수 있겠죠.
 
 


 저가 태블릿 시장의 확대와 이를 발생하도록 한 태블릿의 느린 교체 주기에 애플과 삼성은 대응책을 캠페인을 통해 드러냈습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은 겁니다. 대신 노리는 수요층에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정체기를 맞이한 태블릿 시장에 어떻게든 대응하려는 것에 애플과 삼성의 미묘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느 쪽이 더 영리한 방법인지 두고 봐야겠지만, 어떤 캠페인, 어떤 제품에 끌려 선택하게 될지는 소비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