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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메신저까지 실명제를 도입한 중국


 중국이 인터넷 실명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본래 검열을 당당히 드러내고, 국민들조차 익숙해진 중국이지만, 실명제에 대한 논란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서버를 모두 베이징에 둬야 하고, 해당 정보를 열람하기 위한 관료들의 눈치 싸움 탓에 실명제를 시작했을 때 중앙에 힘이 더 쏠릴 수 있다는 순전히 정치적인 문제였습니다.
 


메신저까지 실명제를 도입한 중국
 
 그렇게 중국은 실명제를 시작했고, 근거로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내세웠습니다. 이미 2012년에 한국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졌지만, 정부 주도로 서비스에 간섭할 수 있는 중국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물론 부작용을 생각해서 실명제를 내세운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중국의 인터넷 관리 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대중정보 서비스 발전 관리에 대한 임시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규정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실명인증을 거친 후 7가지 최저선을 지킬 것에 동의해야 합니다. 국익을 위해 메신저 사용자가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노리는 건 표면적으로 실명제 이후 인증하지 않은 계정을 모두 제거하여 유령 계정이나 유언비어를 퍼 나르거나 음란물을 유포하는 계정을 처리하고자 함인데, 메신저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자 이를 핑계로 메신저라는 아주 개인적인 부분까지 실명제를 걸고넘어졌습니다. 개인적인 서비스이므로 실명제가 없더라도 인물을 특정하기 어렵진 않지만, 서버를 전부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쟁점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미 점차 실명제를 시도해왔었고, 사실 도입 이유로 내세운 부작용의 감소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5억 명 수준이지만, 모두 실사용자가 할 수 없고, 그 외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실명인증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명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환경인 겁니다. 그보다 이용자 수가 작았던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럼에도 중국은 실명인증을 해야만 메신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모바일 시장만큼 검열의 수준도 함께 높아지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중국에서 차단된 카카오톡과 라인에 관한 중국의 공식 성명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중국의 공식 성명으로는 '외국 메신저 중 테러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한 메신저가 확인되었고, 카카오톡과 라인이 해당 목록에 포함된 메신저'라는 겁니다.
 
 '테러 위험이 있으니 외국 메신저를 막고, 자국 메신저의 부작용은 실명제로 해결하겠다.'
 
 이게 현재 중국이 메신저 서비스에 적용하기로 한 원칙입니다. 사실상 메신저 내용조차 검열하고, 그 검열을 실명제를 통해 특정하겠다는 걸 대놓고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실명제를 시행한 이후 개인정보 유출이 어떤 타격을 입혔는지 돌이켜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중국은 정부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중국이 인터넷 검열을 하는 이유는 국민 보호보단 정치적이고, 메신저에 도입한 실명제도 같은 갈래이며, 중국의 인터넷 검열은 이제 더 심각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웨이보 등에서 사용이 금지된 정치적 용어를 변형하여 얘기한 것조차 정부가 문제로 인식했다면 이젠 메신저조차 그 범위에 속하게 되었고, 실명인증을 하지 않으면 정치적인 뉴스를 전송할 수 없도록 규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실명 인증된 계정의 정치적인 뉴스 전송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외국 인터넷 서비스들은 중국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었지만, 실명제 덕분에 더더욱 중국에서 손을 떼게 될 것입니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1/5이 중국 사용자이므로 사업에서 타격을 입지 않을 테고, 정부의 감시가 더해진다면 중국으로선 일석이조겠죠.
 
 


 중국의 실명제가 유언비어, 음란물 유포 등의 부작용에 효과 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부분에 효과가 있는가 하면 중국인들은 익숙해진 인터넷 검열을 거의 10년 동안 피해왔으며, 실명제도 대처할 것입니다. 그것은 중국의 인터넷 상황을 더욱 고립하고, 인터넷 속 만리장성의 높이를 다시 바꿔놓을 겁니다.
 
 인터넷 자유와 인터넷 검열의 경계를 더 흐려놓은 중국의 실명제 결정이 메신저로 옮겨붙어 모바일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이 고립된 중국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어떤 양식을 가지게 할 지 궁금하며, 단지 정치적 수단으로 검열하는 인터넷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근 10년 동안 아무런 효과는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