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만족도 떨어진 PC 시장에서 알 수 있는 것


 PC 시장이 침체라는 얘기는 입이 아플 정도고, PC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기 위한 자료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PC를 사용하고 있죠. 그래서 지표를 빼버리고, PC 시장이 어렵다는 걸 직접 느끼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의 활성화로 PC 사용에 변화가 생긴 건 분명합니다.
 


만족도 떨어진 PC 시장에서 알 수 있는 것
 
 영국 IAB가 6개월간 조사한 결과로 비디오 게임 즐긴 경험이 있는 이용자의 52%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5~44세의 여성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퍼즐 게임 등을 즐기면서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모바일 게임의 파이가 커진 만큼 PC 게임의 파이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PC 게임 시장이 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를 모두 흡수했었던 걸 스마트폰이 다시 흡수했으며, 좁아진 PC 게임 시장에 콘솔 시장이 출렁이는 것도 단지 차세대 콘솔 게임기의 등장 탓만은 아닌 겁니다.
 
 


 ACSI(American Consumer Satisfaction Index)에서 지난 3년간 PC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전체 PC 만족도는 79점에서 78점으로 1.3% 떨어졌습니다. 만족도 1위는 84점의 애플, 2위는 평균 82점의 기타 그룹이 차지했으며, 3위는 76점의 델입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순위보다 작년보다 하락한 부분입니다. 애플은 1위를 차지했지만, 3%나 떨어졌습니다. 델도 4%, HP는 8%로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올해 조사에서 떨어진 애플과 HP는 지난해에 2012년보다 상승한 만족도를 보였는데, 올해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대신 기타 그룹은 8%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레노버, 에이수스가 포함해있습니다.
 
 지표만 보면 상위권이었던 PC 제조사들의 하락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기타 그룹의 상승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5% 하락한 기타 그룹의 점수는 윈도 XP 지원 종료 여파 덕분인지 상승하여 애플을 바로 밑인 2위입니다. 평균 점수이므로 제조사별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만족도가 지난해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건 ACSI의 조사는 가격보다 제품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성능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 델, HP 등의 PC가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품질만 두고 보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기타 그룹과 비교해서 좋으면 좋았지,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만족도 결정에 성능과 기능 외 다른 요소가 간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나 서비스가 성능과 기능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어 만족도를 뒤집은 것입니다.
 
 


 떨어진 만족도와 양상은 두 가지를 명백히 얘기합니다.

 첫 번째는 소비자가 더는 PC에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성능과 기능에서 만족감을 느끼긴 하지만, 그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건 기존 상위 업체나 저렴함을 강점으로 한 레노버, 에이수스나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준이 되었습니다. PC의 사용에 변화가 생기고, 파이가 줄어든 상황이라면 품질의 차이를 크게 느끼기도 힘듭니다. 더군다나 일부 파이를 모바일로 옮기게 되었으니 오히려 가격이 높다면 사용 면에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죠.

 만약 성능과 기능에서 확연한 차이가 벌어졌다면 기타 그룹의 평균 점수가 떨어졌을 테지만, 8%나 상승했다는 건 소비자의 PC 선택 기준부터 성능과 기능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레노버는 PC 출하량 1위 업체이고, 전체 PC 출하량이 떨어지는 중에도 상승했습니다. 그걸 만족도 부분에서도 잘 보여주는 겁니다.

 두 번째는 기능과 성능에 대해 기대가 줄어들었음에도 애플은 여전히 만족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애플의 만족도도 떨어졌고, 기타 그룹과 거리도 좁아졌지만, 다른 상위 업체와 비교하면 건재한 편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가격을 요소로 점수를 유지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이는 본래 조사 요소인 성능과 기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입니다.

 이를 OSX 탓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애플이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 iOS, 그러니까 모바일과의 조화입니다. 모바일의 파이가 커지는 만큼 PC의 파이는 줄어들었지만, 애플은 그만큼 모바일 파이를 챙겨왔으며, 이것을 맥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성능과 기능의 차별화를 모바일에서 마련했고, 이는 오늘날 맥 전략의 핵심입니다. 즉, 가격이나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일 수 없다면, 변화한 PC 사용을 모바일로 채우거나 차별화하여 기대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2월, 소니는 자사 PC 브랜드였던 바이오를 매각했습니다. 그리고 삼성도 유럽 PC 시장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습니다. 둘은 PC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고급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긴 했습니다. 같은 고급 브랜드 포지셔닝의 HP나 델이 PC 시장에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버티고 있다는 걸 보면 소니와 삼성은 낮은 점유율을 유지할 힘을 잃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HP나 델도 같은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밀린 것도 레노버나 에이수스 등의 업체에 의한 가격 경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리고 ACSI의 조사 결과조차 그렇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상위 업체 중 살아남을 가능성을 보인 것이 애플인데, HP나 델이 모바일에서 애플처럼 파이를 키우기 힘들다면 가격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거나 다른 요소를 포함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혹은 MS가 해결해줄 수도 있겠지만, PC 시장 생존의 해답은 더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나왔습니다.
 
 이 해답이 소규모 경쟁이 아닌 커다란 폭풍이 되어 어려운 PC 시장에 한 번 더 휘몰아칠 것으로 필자는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