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3~5월), 블랙베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CEO에 오른 존 첸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돌아선 순간이었습니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으로 실적에 영향을 준 것이긴 하지만, 공중분해 될 뻔했던 블랙베리를 살려놓은 건 분명합니다. 그렇게 1분기 실적 발표 후 블랙베리 주가는 10.01%나 상승했습니다.
 


블랙베리, BYOD로 기사회생
 
 점유율 1%도 되지 않는 블랙베리가 어째서 아직 투자자들의 발목을 붙드는 것일까요?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한 흑자전환만이 그 이유는 아닐 겁니다. 첸은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을 우선했고, 다음으로 작지만, 블랙베리를 지탱할 수익 구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게 2분기입니다.
 
 


 블랙베리는 2분기(6~8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9억 1,6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업 시장 매출은 1분기보다 3배 증가했고, 총 240만대 판매한 스마트폰 중 210만대를 기업용으로 공급했습니다. 덕분에 순손실은 2억 700만 달러로 지난해 9억 6,500만 달러보다 많이 감소했습니다. 주당 손실은 2센트로 월가 예상인 16센트보다 낮습니다.

 실적 발표 후 블랙베리 주가는 4.69% 상승했습니다. 매출은 줄었지만, 손실이 감소했고, 앞선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회사 규모를 줄인 탓에 이후 사업 진행에 따라서 다시 순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유입니다. 블랙베리가 규모를 유지하려고 했다면 올해를 넘기기 어려웠겠지만, 이젠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해도 문제없습니다.
 
 그렇다면 블랙베리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블랙베리가 잘 버틴 것도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블랙베리에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정확히는 블랙베리가 이를 잘 물었다고 해야겠죠. BYOD입니다.
 
 최근 BYOD 동향은 지난해보다 살짝 주춤해졌습니다. BYOD를 도입하려던 기업 중 실패하는 사례도 늘었고,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다 보니 BYOD를 꼭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BYOD를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야 합니다. 문제는 BYOD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인데, 거스를 수 없는 것을 회사가 통제하려는 과정에서 실패할 원인이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은 개인 기기를 사용하는 데, 개인 기기에 대한 간섭이 회사로부터 늘어나는 순간 그건 개인 기기를 벗어납니다. 회사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강요하고, 컨슈머라이제이션을 통제할 때 개인 기기가 단순 업무 기기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잘못된 BYOD이고, 기존 정책에 유행따라 BYOD를 도입하려 한 탓이 큽니다. 그러자 올해는 BYOD 도입과 함께 업무용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방법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 중간에 블랙베리가 있는 것입니다.
 
 


 블랙베리 제품은 업무용으로 제공하면서도 직원이 개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업무용으로 지급되지만, 개인 용도로 사용해도 문제없는 순전히 BYOD라는 동향의 고민에서 제품을 개발했다는 겁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업무용 환경을 모두 블랙베리에 집중하도록 했고, 나머지는 서드파티에 맡겨서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업무용으로 서드파티를 이용하고자 할 때도 블랙베리가 따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가령 얼마 전 공개한 '블랙베리 블렌드(BlackBerryBlend)'라는 기능입니다. 블렌드는 데스크톱이나 태블릿에 설치할 수 있는 블랙베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이 제품으로 사용자는 메시지, 메일, 캘린더 등을 스마트폰과 공유하여 데스크톱과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그런 기능 같지만, 핵심은 보안입니다. 블렌드는 클라우드 서버에 메시지나 캘린더의 내용을 올리지 않습니다. 블랙베리 스마트폰과 데스크톱을 직접 연결하여 데이터를 연동하고, 이를 위한 인증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게 왜 BYOD와 연결되는가 하면 이전에는 개인 기기로 BYOD를 실행하고자 할 때, 사용자는 업무 데이터와 개인 데이터를 분리해야 했습니다. 클라우드로 연동된다면 더더욱 분리해야 했죠. 특히 메신저나 캘린더는 분리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업무와 사생활 경계가 모호해지고, 업무용 클라우드에 개인이나 대화를 옮길 순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부분 BYOD 정책은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있었고, 그게 어렵자 그냥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스마트폰을 분리하는 방향이 다시 제시된 겁니다.
 
 스마트폰 안에서 분리하는 방법도 많이 나왔지만, 어쨌든 블렌드는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그대로 옮기면서 강제적인 클라우드 사용을 줄이면서도 PC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개인 일과 업무를 동시에 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직원에게 줄 수 있습니다. BBM 등 블랙베리가 내놓은 솔루션들은 이미 검증된 상태고, 중요한 건 BYOD 활용, 예를 들면 개인 태블릿으로 블랙베리 데이터에 연동하려는 직원이라면 블렌드는 훌륭한 솔루션입니다.
 
 블랙베리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기업이 업무용으로 블랙베리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직원들은 BYOD 동향에 맞춰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기업과 직원의 만족도를 함께 올릴 수 있습니다. 회사는 BYOD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블랙베리 도입으로 절감할 수 있죠. 상기한 것처럼 거스를 수 없는 BYOD 동향을 블랙베리가 잘 잡아내고 있으며, 이것이 블랙베리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블랙베리는 정사각형 디스플레이, 물리 키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인 '패스포트(Passport)'를 출시했습니다. 첸은 실적 발표에서 패스포트가 일주일간 20만 대 이상 판매되었고, 대부분 기업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폰이 3일 만에 1,000만 대가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20만 대는 작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블랙베리로서는 의미 있는 기록입니다. 블랙베리가 다시 기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증명과 같기 때문입니다.
 
 BYOD 동향은 블랙베리를 다시 기업 시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블랙베리를 지탱할 수익 구조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남은 건 마련한 발판으로 다시 성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