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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HP, 스트림 11이 구원투수가 될 수 없는 이유


 레노버는 저가 제품을 내세워 PC 출고량 1위에 올랐습니다. 그전까지 1위를 차지했던 HP를 눌러버렸고, PC 시장 자체가 어두워지면서 HP는 회복은커녕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미래를 위한 분명한 목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이죠.
 


HP, 스트림 11이 구원투수가 될 수 없는 이유
 
 지난 2분기, HP의 매출은 276억 달러로 전년보다 1% 증가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그룹에서 전년보다 2% 오른 69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이를 회복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윈도 XP 종료에 따른 PC 교체가 늘면서 약간 상승했을 뿐, HP의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진 않는다는 겁니다.
 
 


 HP의 2분기 순이익은 9억 8,500만 달러이며, 전년보다 29%나 떨어졌습니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 문제들이 겹치면서 순이익이 크게 떨어졌지만, 소폭 증가한 매출로는 회복이 힘들다는 걸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매출 대부분이 PC 판매에서 나온 것으로 프린터나 서비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모두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던 중 윈도우 파트너즈 컨퍼런스 2014(Windows Partner Conference)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COO인 케빈 터너가 당시 발표되지 않은 HP의 새로운 랩톱 제품인 스트림(Stream)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스트림이 199달러 수준의 낮은 가격에 판매될 것이고 말했으며, 마치 크롬북의 대항마처럼 포장되었습니다. 그러나 HP는 스트림을 공식 발표하면서 가격을 300달러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대부분 반응은 '그 가격으로는 크롬북과 맞설 수 없다.'였는데, 지난달에 가장 낮은 가격의 모델이 199달러라면서 다시 돌려놓았습니다. 199달러인 '스트림 11(Stream 11)'은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인텔 셀러론 프로세서, 2GB 메모리, 32GB 저장공간이 제공되고, 11.6인치 액정과 윈도 8.1을 탑재했습니다. 그리고 오피스 365 퍼스널(Office 365 Personal)의 1년 구독권과 원 드라이브(OneDrive)도 1년간 1TB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 365를 구독하면 1TB의 원 드라이브를 따라오는 것이니 오피스 365의 1년 구독료인 69.99달러만 보더라도 130달러에 스트림 11을 구매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저렴하게 오피스를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구미가 당길만한 제품입니다. 문제는 HP에 도움이 될만한 제품은 아니라는 겁니다.
 
 


 HP의 주가는 지난 3개월 동안 23.06%나 떨어졌습니다. 제조업 전망이 좋지 않은 탓에 미국 증시 자체가 흔들린 영향도 있지만, 올 초 윈도 XP 파동에 이은 PC 교체로 잠시 상승했던 주가를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의심하여 미끌어진 것입니다.
 
 스트림 11은 철저히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한 제품입니다. 점유율은 여전히 윈도가 높지만, 크롬북 판매량이 37%나 상승할 때, 윈도 PC는 3%나 추락했습니다. 두 제품을 병행해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크롬의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윈도 PC가 하락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윈도 무료 라이센스를 제공하는 '위드 빙(with bing)'을 출시하거나 오피스 구독권을 퍼주는 식으로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스트림 11인 겁니다.
 
 HP는 이미 크롬북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성장 중인 크롬북을 놔두고서 '크롬북 대항마'라며 스트림을 내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윈도 8.1의 평가가 그렇게 좋지도 않고, 그 탓으로 윈도 7 PC 판매를 재개했던 HP입니다. 가격이 한 달 간격으로 오간 것만 봐도 마이크로소프트 주도적인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HP는 왜 스트림을 제작한 것일까요? 아무리 크롬북이 상승세라도 HP의 주력은 윈도 비즈니스입니다. 2분기 매출만 하더라도 대부분 윈도 PC에서 나온 것이고, 크롬북에 주력하긴 어렵습니다. ACSI(American Consumer Satisfaction Index)가 조사한 미국 PC 만족도에서 HP는 지난해보다 8%나 하락했으며, 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기타 그룹은 8%나 상승하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HP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제품 가격을 낮춰서 유지하는 것이고, 수익은 떨어져도 기타 그룹의 레노버나 에이수스와 비슷한 전략으로 턱걸이하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마다할 겨를이 없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건 비슷한 상황의 델은 고급 PC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가격 차이를 채우면서 ACSI 조사 만족도에서 작년보다 4%만 떨어져 선방했습니다. 전체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기에 델이 HP처럼 가격을 대대적으로 내세우지 않고도 나은 성적을 냈다는 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점수만 보면 지난해는 HP가 1점으로 위에 있었지만, 올해는 2점 아래에 있습니다. 그만큼 델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분에서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방증합니다.
 
 그런데 HP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분에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수익 악화의 원인입니다. 그러더니 스트림 11은 오피스나 원 드라이브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습니다. 윈도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HP를 회복시키기엔 스트림 11으로는 무리라는 겁니다.
 
 


 스트림 11은 HP의 미래를 전혀 책임질 수 없는 그냥 저렴한 제품입니다. 윈도의 구원투수는 되겠지만, HP를 위한 제품은 아닙니다. HP가 회복하기 위해선 가격이 아닌 HP만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필요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신뢰도를 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HP는 계속해서 레노버 등의 제조사와 겨루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레노버가 출하량 1위지만, ACSI 조사에서 기타 그룹인 이유는 레노버의 주력 시장이 중국이고, 중국을 기반으로 한 저가 전략을 미국에서도 펼치면서 출하량도 많고, 가격도 낮지만, 만족도 높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건데, HP를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면서 레노버 꽁무니를 쫓습니다. 당연히 현재 상황만으로 HP가 회복되리라 판단할 사람은 없습니다.
 
 HP는 무언가와 겨루거나 선보이거나 단지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