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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엘로, 흥미로우나 페이스북을 위협하진 못할 것


 치열했던 소셜 네트워크 시장의 파이는 페이스북이 거의 다 가져왔습니다. 외산 서비스의 불모지였던 한국조차 파고든 걸 보면 페이스북이 내세우는 '연결'이라는 것이 공간을 넘어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덩치가 커질수록, 연결이 늘어날수록 페이스북의 분위기도 변해왔습니다. 사람들은 거기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죠.
 


엘로, 흥미로우나 페이스북을 위협하진 못할 것
 
 페이스북은 지난 2분기, 26억 8,000만 달러의 온라인 광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마케터의 분석으로는 미국 내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도 지난 2년 동안 5.9%에서 8.2%로 상승하여 성장했으며, 글로벌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는 5.4%에서 21.7%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광고 플랫폼인 '아틀라스(Atlas)'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엘로(Ello)가 화제입니다. 지난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엘로는 현재 베타 버전으로 초대만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초기 버전이지만, 상당히 깔끔하고 절제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면서 피로감이 누적되는 페이스북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로가 내세우는 건 단순합니다. '광고도 없으며, 사용자의 데이터를 제삼자에게 제공하지도 않는 서비스'가 신조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게 엘로의 주장입니다. 광고 없이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광고가 늘어난 페이스북에 질린 사용자라면 쾌적한 엘로가 마음에 드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사들인 아틀라스는 광고 플랫폼으로서 페이스북 외 모바일 앱에 페이스북을 주축으로 하는 광고를 보여줍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구글은 쿠키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에게 맞춤 광고를 전달하는데, 아틀라스는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맞춤 광고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모바일 앱에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하면 모바일 앱 사용 정보나 페이스북 내 정보를 아틀라스에서 재구성하여 광고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기존 페이스북의 광고 방식이 페이스북 안에서 좋아요 등의 데이터로만 진행되었다면, 아틀라스가 적용되었을 땐 페이스북 밖에서도 데이터를 연계하여 광고하게 됩니다.
 
 덕분에 광고주들은 페이스북의 신호탄만 기다리고 있지만, 반대로 개인정보 보호 우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광고를 위해서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 등장한 것이 바로 엘로입니다. 당연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늘어나는 광고에 소셜 네트워크로서 친구들과 연결하는 의미가 변해버린 페이스북을 엘로로 대체하려는 사람도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엘로가 페이스북을 위협할만한 존재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단순히 규모의 차이에서 엘로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서비스의 이행은 물살만 타면 한순간이니까요. 페이스북 강세가 규모 탓이라고 본다면 분석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페이스북은 나름대로 거듭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엘로처럼 접근한 서비스가 없었던 것도 아니죠.
 
 한 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불특정 다수와 연결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용자를 위해 소규모 그룹과 소통할 수 있는 폐쇄형 SNS가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패스(Path)'가 있고, 네이버도 밴드를 내놓았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나름의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폐쇄형 SNS를 이용한다고 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개방형 SNS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걸 대변하는 단어가 '소셜 미디어'입니다. 더는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미디어 속에 소셜 네트워크 영역이 포함된 것이지 소셜 네트워크만 내세우는 서비스를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그렇기에 엘로의 주장처럼 페이스북은 진정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넘어서 소셜 미디어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는 상태라면 해당 기능이 엘로로 넘어간다고 해서 페이스북이 어려워지진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연결하는 건 사람과 사람을 넘어서 사람과 그룹, 사람과 콘텐츠, 사람과 미디어로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즉, 엘로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고리가 되더라도 그 외 것들을 연결할 수 없다면 사용자는 결국에 페이스북을 들여다볼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피로감을 느낀다? 그럼 페이스북을 직접적인 소통 도구보단 피드용으로 이용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되레 직접적인 소통은 메신저의 발전으로 파이가 옮겨갔죠. 페이스북의 가치가 소셜 네트워크라는 틀보다 확장했다는 것, 그리고 확장의 규모에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이유를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엘로가 페이스북을 위협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팔고 있다는 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대신 페이스북을 사생활 영역보단 개인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개방된 미디어로 간주하는 사용자가 늘면서 스스로 정보를 통제하고 있으며, 그 탓으로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균형이 깨지지만 않으면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큰 의의를 느끼지 않을 것이고, 개인 간 연결을 넘어섰으므로 개인 중심의 이용 방법도 이전보다 많이 벗어났습니다.
 
 고로 페이스북이 지닌 연결의 영역을 끊어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간단한 몇 가지 요소만으로 페이스북을 위협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에서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페이스북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 건 콘텐츠의 지속적인 피드 탓이고, 오히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피로감이 엘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엘로가 페이스북 수준의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말이죠.
 
 


 엘로 자체만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서비스로만 보면 App.Net에 페이스북의 느낌을 덧씌운 듯합니다. 그렇다고 App.Net의 규모가 트위터 이상으로 커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긱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걸 보면 엘로도 그 영역을 벗어날 순 없을 것입니다. 혹은 벗어나서 규모가 커지더라도 그 규모를 유지할만한 수익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지리라 봅니다. 일단 광고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다른 것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건 페이스북이 앞서 시도해본 것이었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사용자로서도 끌리는가 하면 상기했던 패스도 있습니다. 굳이 엘로를 찾을만한 이유라면 간결한 디자인, 말끔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정도겠죠.
 
 그렇기에 필자는 엘로가 차라리 이런 디자인 방향성을 강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봅니다. 거기에 광고도 없고, 사용자 정보도 팔아넘기지 않는다고 말하면 효과적이겠죠. 그보다 먼저 엘로가 연결하고자 하는 것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