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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에버노트, 협업에 협업을 더하다


 에버노트가 이제 단순한 메모 서비스가 아니라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플랫폼으로서 가치도 지녔고, 하드웨어 사업으로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을 곧 업무로, 업무를 곧 일상으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서비스이며, 실제 전체 사용자 중 70%가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에버노트, 협업에 협업을 더하다


에버노트는 '에버노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사용자당 월 12,000원의 요금에 비즈니스 기능을 제공합니다. 비즈니스 노트북을 생성할 수 있고, 프레젠테이션 공유나 비즈니스 노트북을 통해 구성원들은 여러 자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버노트가 직접 헬프데스크 역할을 하게 되죠.
 
 


 노트북을 통한 자료 정리와 관리자 기능으로 구성원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등 협업에 적합한 기능들 덕분에 에버노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나날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노트를 기반으로 한 탓인지 노트 간 협업이 중심이며, 구성원 간 더욱 긴밀한 협업을 위해선 따로 메신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채팅 기능을 포함한 협업 도구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지난해, 큅(Quip)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큅은 문서공유 협업 도구로서 PC와 iOS,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이 문서를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으며, 메시징 기능으로 구성원 간 토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편집한 문서가 언제 변경되었는지, 어떤 부분이 변경되었는지 확인해주므로 새로운 내용을 파악하기에 용이합니다. 공유 폴더도 만들 수 있고, 멘션으로 구성원이나 문서를 포함하여 지칭할 수 있습니다.
 
 슬렉(Slack)도 협업 도구인데, 큅과 달리 구성원 간 소통을 중심으로 합니다. 큅도 채팅 기능이 있지만, 슬렉은 채팅이 주 기능이고, 하나의 이메일 계정으로 연결하여 메시징이나 문서 공유의 효율을 높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팀이나 주제에 따라 그룹을 설정할 수 있고, 드롭박스 등에 보관된 문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채팅보다는 사내 게시판의 느낌이 강합니다.
 
 재미있는 건 큅과 슬렉이 에버노트의 경쟁 상대인가 하면 꼭 그렇진 않다는 것입니다. 큅이나 슬렉으로 에버노트의 문서를 공유할 수도 있고, 에버노트를 주로 이용하던 사용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큅이나 슬렉 등의 협업 도구가 늘어나자 에버노트는 메모를 위한 서비스로 회귀하여 여타 워드프로세서와 경쟁하는 처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큅에서 직접 문서를 작성할 수도 있지만, MS 오피스로 작성한 문서를 끌어와도 상관없습니다. 메모는 에버노트로 하는 식이라면 공유만 채팅이나 편집이 수월한 큅에서 이뤄지면 되는 것이죠.
 
 에버노트는 애초에 메모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라서 작성 도구로서 기능은 아주 간단합니다. 대신 협업이 에버노트를 단순한 메모 서비스 이상의 플랫폼으로 올려놓은 것인데, 협업이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고, 남은 메모가 다른 작성 도구들과 경쟁하게 되니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에버노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센터에서 열린 '‘에버노트 콘퍼런스 2014(EC 2014)’에서 '콘텍스트(Context)'와 '워크챗(Workchat)'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이 2가지 기능은 에버노트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것으로 협업에 중점을 뒀습니다.
 
 먼저 콘텍스트는 작성 중인 문서와 연관성을 지닌 뉴스, 링크드인에 저장된 인물 정보, 과거에 작성한 문서나 다른 구성원의 자료를 작성 중에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에버노트는 콘텍스트를 위해 월스트리트저널, 다우존스, 링크드인 등과 제휴했으며, 가령 '구글'을 입력하면 '구글의 주식 정보'를 가져오거나 '래리 페이지'를 입력했다면 링크드인에서 '래리 페이지의 카드'를 문서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콘텍스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구성원 간 자료를 쉽게 찾아내고, 필요한 정보를 통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이 작성하는 부분과 유사성을 지닌 문서가 이미 비즈니스 노트북 내에 있다면 참고하도록 유도하거나 그 내용을 문서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료가 에버노트 내 쌓일수록 강력해지며, 에버노트를 지속해서 사용하면 혜택은 더 커집니다. 이미 에버노트에 많은 자료를 저장해둔 그룹이라면 협업을 위한 문서 작성이나 공유를 위해 에버노트를 사용해야 할 이유도 생깁니다. 단지 메모만을 위해 에버노트를 사용하고, 협업을 다른 도구로 옮기는 현상을 막아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워크챗은 에버노트에 포함된 메신저입니다. 그러나 채팅만을 위한 기능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구성원들은 노트북을 통해 개인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크챗을 통해 에버노트 비즈니스 안에 개인을 스며들게 했고, 프로젝트에 어떤 인물이 포함하는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참여 중인 구성원들은 노트를 대상으로 채팅하여 회의할 수 있습니다. 더욱 유연하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여기에 콘텍스트가 포함되어 구성원들이 자신의 자료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협업 수준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냥 큅이나 슬렉의 기능을 에버노트에 포함한 것 같지만, 사실 퀍과 슬렉을 사용하면서 에버노트의 장점까지 이용할 순 없었습니다. 덕분에 2가지 이상의 앱을 넘나들며 협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에버노트는 에버노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새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그건 연관성 있는 뉴스를 검색하기 위해 웹 브라우저를 실행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게 합니다.
 
 


 에버노트는 앞서 그동안 사용자 불만이 높았던 기존 검색 기능을 개선했습니다. 콘텍스트가 협업 환경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선 기존 검색부터 잘 되어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듯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적받았던 안정성 문제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전히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협업 환경에 에버노트가 훨씬 주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존 노트북을 통한 협업에서 구성원, 혹은 문서 간 협업을 더했습니다. CEO인 필 리빈은 '인류가 축적한 지식의 맥락에 새로운 지식을 더하는 과정을 에버노트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협업 과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며, 에버노트가 이미 가지고 있던 장점에 에버노트의 색으로 새로운 것을 입혀놓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입증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이런 과정에 에버노트가 제시한 협업이 에버노트의 미래 가치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