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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의 송금 서비스를 기대하는 이유


 송금이라 하면 은행 계좌 간 거래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기술과 가깝다면 페이팔도 범위 안입니다. 즉,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도 기술 발전에 따라서 변했다는 의미겠죠. 그리고 그 변화는 불씨가 되어 모바일 결제 시장을 휘젓고 있습니다. 간단한 앱만으로 개인 간 송금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간단한 만큼 불안감도 커졌고, 아직은 대중의 접근성이 훌륭하지도 않습니다.
 


페이스북의 송금 서비스를 기대하는 이유
 
 지난 4월, 필자는 '페이스북 금융업? 송금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글을 통해 페이스북의 금융업 진출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하여 '페이스북이 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지난 5일에 스탠퍼드의 한 공대생이 페이스북 메신저에 숨어있는 송금 기능을 찾아냈습니다.
 
 

via_The Hoops News


 스탠퍼드 컴퓨터 공학생인 오드류 오드(Audrew Aude)는 사이크립트(Cycript)를 이용해 찾아낸 페이스북의 송금 서비스와 관련한 코드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기능은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발견했으며, '계좌나 신용카드를 연결하는 옵션은 없으며, 직불카드만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송금이 P2P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드러난 건 이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페이스북의 송금 서비스를 유추하는 건 쉽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직불카드를 입력하고, 사용자 간 송금 후 받은 사람은 다시 계좌로 옮기는 것에서 끝일 겁니다.
 
 아주 간단하고, 메인 앱에서 떼어낸 페이스북 메신저가 독립적인 기능을 가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분리가 접근성을 악화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지만, 메인 앱에 탑재하여 불안감을 높이는 것보다 메신저를 통해 P2P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건 전략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메인 앱에 송금 메뉴가 포함될 순 있겠지만 말이죠.
 
 마치 카카오가 내놓겠다는 카카오톡 송금 서비스와도 비슷한데, 카카오톡이 관심을 크게 받았던 걸 생각해보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인 페이스북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대도 더 큽니다.
 
 


 기대할 수 있는 건 2가지입니다.
 
 '불안감 해소'와 '접근성'.
 
 필자가 페이스북이 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던 건, '페이스북이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인 아지모(Azimo), 모니 테크놀로지(Moni Technologies), 트렌스퍼와이즈(TransferWise)와 제휴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것'과 '송금은 장기적으로 화폐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 거부감을 줄이고 서비스를 이용토록 하기에 효과적이라는 것'에서였습니다.
 
 접근성을 둘째치고, 페이스북은 전자결제 서비스를 꽤 많이 시도했습니다. 거의 실패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개인정보 문제로 시끄러운 페이스북에 카드 정보를 제공하여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페이스북 크레딧(Facebook Credits)처럼 페이스북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통화를 저장하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본래 페이스북 크레딧을 API 제공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하는 외부 서비스에서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로서는 그냥 카드를 직접 사용하거나 페이팔 등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될 일이었으며, 굳이 불안한 페이스북을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필자는 '페이스북의 금융업 진출은 페이스북 크레딧처럼 어떤 가상화폐 발행으로 자체적인 시장을 형성하기보단 전자결제에서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며, '그 목적을 위해서 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니까 페이스북 내 결제 주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중계 역할로서 서비스만 제공하는 위치에서 사용자 간 송금으로 신뢰성을 먼저 확보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며, 그런 점에서 특히, 페이스북을 메신저를 이용한다는 전제는 불안감 해소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둘째 친 접근성인데, 페이팔의 회원은 1억 4,000명 수준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메신저 실사용자는 2억 명 정도입니다. 비슷한 수준이지만, 페이스북 메신저는 페이스북 친구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사용자 수를 비교하여 우위가 누구인가 결정하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결제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서비스, 가령 대화 도중에 송금을 해야할 일이 발생한다면 페이팔로 넘어가 송금하는 것보다 페이스북 메신저 안에서 해결하는 게 훨씬 직관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페이스북 메신저 2억 명의 사용자는 송금 서비스 대상자보단 소통의 대상자이고, 소통 방법의 하나로 송금 서비스를 지니게 되는 위치입니다.

 나아가 상기한 접근성을 페이스북 전반의 결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면 페이스북 크레딧처럼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 것입니다. 서비스를 이용할만한 근거를 제시했고, 송금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송금 외 금융 서비스 접근성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전자화폐 기관 승인 요청을 했었고, 승인이 이뤄지면 페이스북이 발행하는 화폐를 유럽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데, 송금 서비스는 그런 기반을 갖추기 위한 포석으로 내세우려는 듯 합니다.
 
 


 페이스북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수개월 간 실험 기간을 갖는 걸 생각하면, 송금 서비스도 당장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 기간을 거쳐서 여태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던 불안감과 접근성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필자는 그저 송금 서비스라면 효과적일 것이고, 페이스북이 자연스럽게 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얘기를 할 뿐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7월부터 게시물에서 바로 상품을 판매하고, 소비자가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는 'Buy 버튼'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사이트로 연결하여 따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지만, 자체적인 결제 서비스로 Buy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결제와 함께 주문을 완료할 수 있는 것이 훨씬 직관적이고 판매자로서도 접근성을 높인 마케팅을 하는 방법입니다. 대신 아직은 사용자가 이를 쉽게 받아들일 만큼 결제 분야에 신뢰가 페이스북에 없습니다. 밑바닥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겠죠.
 
 송금 서비스가 성공적이어야 Buy 버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크레딧에서 시도하려 했던 것처럼 API 제공으로 외부에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그 모든 시선이 송금 서비스에 있으니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