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크레딧(Facebook Credits)'이라는 가상 화폐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페이스북 크레딧은 많은 부분에 적용되었죠. 페이팔로 페이스북 크레딧을 구매하도록 하거나 소셜 게임 결제, 4개월 동안 시험 운행한 페이스북 딜스(Facebook Deals)'나 영화 대여 서비스에도 페이스북 크레딧을 접목했습니다. 그러나 큰 성과 없이 작년에 현지 통화로 전체 결제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페이스북 금융업? 송금부터 시작할 것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크레딧을 페이스북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API를 제공하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습니다. 페이스북 로그인이 어떻게 계정들을 통합했는지 생각해보면 페이스북을 통한 결제가 나쁜 생각은 아니었지만, 실제 돈이 오고 간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점이 폐지 요인으로 꼽힙니다. 중요한 서비스는 페이스북 로그인을 이용하지 않고, 따로 계정을 생성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을 돌이켜볼 만합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아일랜드 중앙은행이 페이스북을 합법적인 전자화폐 기관으로 승인할 것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일 것으로 보이며, 이번 승인이 이뤄지면 유럽 전역에서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아지모(Azimo), 모니 테크놀로지(Moni Technologies), 트렌스퍼와이즈(TransferWise), 세 곳의 국제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과 제휴하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이스북 크레딧을 작년 하반기에 폐지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다시 전자화폐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처음부터 준비하는 것은 의아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크레딧보다 더 나은 방식을 채택하기 위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검토하는 시간치고는 아주 짧은 기간입니다. 그러므로 페이스북 크레딧을 정리하기 이전에 이미 기획 단계에 있었거나 페이스북 크레딧에 포함하고자 했던 부분을 따로 떼어 시도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크레딧처럼 인터넷 서비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둘 것입니다. 차라리 페이팔 같은 서비스를 생각하는 쪽이 더 타당할 텐데, 어째 작년 5월에 구글이 내놓은 서비스도 떠올리게 합니다. G메일 송금 말입니다.
구글은 구글 I/O 2013에서 G메일을 이용해 구글 월렛 계좌에 있는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구글 월렛만 설치하면 손쉽게 돈을 송금할 수 있는데, 페이팔이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G메일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서 구글 월렛 사용자 확보와 함께 페이팔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이 전자화폐 기관으로 승인받는다는 거창한 뉴스지만, 페이스북 크레딧의 실패를 보았을 때 다시 포괄적인 가상화폐 서비스는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도한다면 페이스북 크레딧을 답습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테고, 실상 페이스북 크레딧이 구글 월렛과 경쟁하면서 페이스북이 느꼈던 점도 상당합니다. 가령 구글은 애초부터 외부 결제를 구글 월렛으로 하길 원했지만, 결제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이 발목을 붙잡아 어려움을 겪었고, 구글 월렛은 그럭저럭 목숨만 부지한 상태입니다. 마찬가지로 외부 결제 API를 제공하려던 페이스북이 돌연 페이스북 크레딧을 폐지한 걸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은 좀 더 점진적인 결제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페이스북 크레딧이 폐지되면서 떨어져 나온 부분을 G메일 송금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과 접촉한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죠.
송금 서비스의 특징은 신뢰성이 떨어지더라도 화폐를 지속 보관토록 하는 것이 아닌 송금을 위해서 단기 보관만 진행할 수도 있고, 이미 메일 계정을 통한 송금이 기존 계좌 송금보다 보안에서 뛰어나다는 건 페이팔로 검증되었기에 일반 사용자도 무리 없이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글이 G메일 송금을 선보인 이유도 같으며,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한 송금이라면 사용자 확보도 쉽습니다. 국적을 넘어 송금하는 서비스 기반도 다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고로 페이스북의 금융업 진출은 페이스북 크레딧처럼 어떤 가상화폐 발행으로 자체적인 시장을 형성하기보단 전자결제에서 신뢰성을 부여하고, 사용자를 확보하며, 나아가 가상화폐를 발행하든 결제 API를 제공하든 페이스북 크레딧으로 하고자 했던 것들을 다시 실현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 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거죠.
페이스북은 전자결제 부분에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페이스북 딜스나 선물을 보낼 수 있는 페이스북 기프트(Facebook Gifts)도 그렇습니다. 시도는 좋았는데, 문제가 있다면 항상 성과가 없었다는 것인데, 이전의 경험을 본보기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페이스북이 송금 서비스를 통해 신뢰성과 사용자 확보에 두루 성과를 보인다면, 페이스북 로그인처럼 페이스북 계정이 계좌 역할을 하는 지갑 서비스나 결제를 할 수 있는 통합 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이는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도이며, 의미가 큽니다.
당장은 아일랜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겠지만, 여태 행보로 볼 때 페이스북이 전자결제 시장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은 분명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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