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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은 새로운 야후가 될까?


 닷컴 버블의 대명사로 불린 야후, 그리고 뒤를 이어 소셜 거품론에 휩싸인 페이스북. 둘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야후가 위기에 빠졌듯이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논란은 페이스북이 IPO를 하기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새로운 야후가 될까?
 
 하지만 공통점만 가지고 둘을 같은 운명으로 비교하기에는 조건이 많이 다릅니다. 야후는 모바일을 품지 못한 시기였고,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야후처럼 검색이나 정보 제공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논란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야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현재 페이스북은 혁신을 이뤄야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탓에 대규모 인수를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시작으로 왓츠앱(Whatsapp)을 거액에 사들였고, 얼마 전에는 화제의 오큘러스 VR(Oculus VR)도 인수했습니다. 현금 지급과 함께 막대한 주식 옵션으로 성사된 인수인데,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것을 과거 야후의 모습과 비교했습니다.
 
 2006년 야후는 수년 만에 빠르게 성장했고, CEO였던 테리 시멜(Terry Semel)은 10억 달러에 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려 합니다. 해당 스타트업의 CEO는 팔 생각이 없음을 말하고자 '10억 달러를 제공하면 팔 의향이 있다.'고 허세를 부렸는데, CFO였던 수 데커(Sue Decker)가 '10억 달러는 손해이며, 850만 달러가 적절하다.'고 시멜에게 얘기하자 그는 스타트업의 CEO에게 10억 달러가 아닌 850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어차피 팔 생각이 없었던 해당 스타트업 CEO는 제시했던 10억 달러보다 낮은 금액에 거절했고, 그 기업이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이것이 현재 페이스북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하면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23억 달러, 왓츠앱은 무려 190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이 두 개만 합쳐도 야후가 페이스북과 씨름한 금액의 21배입니다. 즉, 페이스북이 혁신하는 것에 고민한 나머지 온갖 기업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마구잡이로 인수하는 것이 야후가 혁신성에 쫓기면서 상황이 악화하여갔던 것과 맥락이 같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의 혁신성이라는 것도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설명은 쉽습니다. 페이스북이 최근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았는데, 적용할 때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기에 많은 사용자에 적합하도록 제공할 수 없고, 기기에 따라서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므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페이스북을 재설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로막힌 것을 인수로 풀고자 하는데, 그조차 가치에 대한 통찰력 없이 진행하는 모습이 야후를 닮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모습일까요?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볼 수는 있지만, 페이스북이 새로운 야후일까요?
 
 


 가장 비싸게 주고 산 왓츠앱은 둘째치고, 10억 달러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을 봅시다. 인스타그램도 인수할 당시 사치스러운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가 2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약 3년 만에 2억 명을 달성한 것인데, 트위터가 6년이 걸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바일 동향에 맞춰 빠르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인스타그램을 비싼 인수였다고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오큘러스 VR도 마찬가지입니다. 되레 오큘러스 VR의 존 카맥(John Carmack)이 피터 버크만(Peter Berkman)의 블로그를 통해 인수 논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남겼습니다. 그는 '어떤 거대 자본과 제휴하느냐가 중요했다.'면서 '매각이 이렇게 빨리 진행되리라 생각하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거대 자본의 개입은 피할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도 자본이 필요했기에 인수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페이스북과 시너지를 낼 방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본래 오큘러스 VR의 인수는 '아주 싸게 산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했을 만큼 오큘러스의 미래 가치가 높게 평가받았고, 존 카맥은 인수 협상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인수되기 전에 페이스북 CEO 마크 주크버그와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해 면담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주크버그가 아무런 생각 없이 덥석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일부 코어 게이머들만 관심을 두던 오큘러스가 페이스북 인수도 일반 대중도 관심을 두게 되었고, 소니의 모피어스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은 플랫폼 확장에도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존 카맥의 발언은 적어도 오큘러스에 있어선 페이스북이 아무 통찰력 없는 쇼핑을 하지 않았음을 방증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의 성장도 괄목할 부분이고, 페이스북이 두 가지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면서도 둘 다 성장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은 소셜 미디어에서 독보적인 사업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70달러까지 치솟았던 페이스북의 주가가 60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오큘러스의 인수가 부작용을 일으킨 것 아닌지 많은 이가 의심했고, 덕분에 주가도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주식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면서부터였으며, 대형 투자사들이 발을 빼면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오큘러스가 인수되었으니, 뒤이어 개인 투자자들도 뒤따라 주식을 처분하면서 자칫 60달러 선도 무너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페이스북은 3.95%로 크게 회복했고, 대형 투자사들도 다시 공격적인 베팅을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에는 다시 70달러 선을 넘을 것으로 필자는 예상하는데, 페이스북이 큰 폭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오큘러스 VR의 인수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생한 주가 하락에 개인 투자자들은 오큘러스 인수로 우왕좌왕하면서 손해만 본 셈이죠. 실상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을 견인하고, 주식을 통한 투자까지 한 번에 이뤄냈으므로 페이스북이 혁신하지 못해 무조건 인수하고 본다는 것은 미래에 가서는 어떨런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어폐가 있습니다.
 
 


 차라리 아직 그 어떤 성과도 보이지 않은 왓츠앱을 가지고, '말도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면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최근 페이스북이 인수를 진행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나열하여 야후와 같은 처지라고 말하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기 힘듭니다.
 
 또한,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혁신성의 예로 든 리디자인도 판세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달라진 얘기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중심의 뉴스피드가 낮은 사양의 기기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을 페이스북의 혁신성 문제에 빗대는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낡은 기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데다 PC보다 훨씬 빠른 교체와 소비를 보이는 시장이기에 페이스북은 얼마든지 현대적인 디자인의 페이스북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야후에 빗대려면 페이스북의 사용자 수가 떨어지거나 대체 소셜 미디어로 크게 옮겨갔을 때 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좋은 분위기를 애써 망칠 필요까진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