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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왜 오큘러스 VR을 인수했을까?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유명세를 타면서 개발자 참여를 늘린 가상현실을 실현하고자 개발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가장 가상현실에 구현에 가까이 다가간 HDM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CES 2014에서 더욱 향상된 기술을 선보이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에 기대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 왜 오큘러스 VR을 인수했을까?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는 게임은 데모를 포함해서 136개이며, 개발킷을 통해 다양한 실험과 게임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당장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긴 어렵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중심으로 과거의 어떤 HDM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분위기에 찬물을 부은 곳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사인 오큘러스 VR을 2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억 달러의 현금과 2,310만 주의 페이스북 주식으로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올해 2분기 안으로 최종 승인하여 종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게임 회사도 아닌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을 인수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일반 시장에 상용화된 제품이 등장한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이 지원하는 게임을 만들 것 같아 보이지도 않으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마인크래프트 개발자인 마르쿠스 페르손(Markus Persson)은 오큘러스 VR이 페이스북에 넘어간 것을 들어 오큘러스 리프트용 마인크래프트 개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페이스북의 개입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중심으로 모인 인디 개발자와 참여 업체에 페이스북이 영향을 끼치면 오큘러스 리프트의 장래가 어둡다는 의견이 나타나는 것을 보아 좋은 분위기의 오큘러스 리프트에 페이스북이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럼 페이스북은 왜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것일까요? 페이스북 CEO 마크 주크버그는 '모바일은 현재의 플랫폼이고, 이제는 미래 플랫폼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더 뛰어난 소셜 플랫폼을 개발할 기회'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이가 가상현실을 통해 직접 상대와 대면하는 소셜 서비스'를 예상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배제하고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 현황으로는 생각만큼 원하는 결과물을 바로 얻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당장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을 통제하게 되면 발전 속도만 더뎌질 뿐입니다.
 
 오해해선 안 될 것이 주크버그가 소셜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게임 중심의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에 변화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오큘러스 VR의 CTO로 자리하고 있는 존 카맥(John Carmack)은 '난 지금 저번 주처럼 코딩하고 있으며, 페이스북과의 계약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위기를 피하게 해줄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로 전했습니다. 오큘러스 VR이 페이스북에 넘어갔지만, 이전처럼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이 이뤄지고,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을 방증한 것입니다.
 
 미래에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소셜 서비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을 순 있겠지만,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것이 오큘러스 리프트는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하드웨어 분야입니다. 기존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하여 몇 가지 제품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오큘러스 VR을 인수하면서 직접 개발 권한을 쥐게 되었고, 상용화한다면 페이스북 최초의 하드웨어 판매가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앞에 다른 하드웨어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서 오큘러스 VR인지를 생각해봐야겠죠.
 
 페이스북은 PC 환경에서 모바일로의 안착에 성공했습니다. 모바일 광고 매출은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이용자도 더욱 증가했으며,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들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페이스북이 던지는 질문은 '그렇게 모바일 성장이 주춤하게 되면 그 다음은?'입니다. 페이스북이 판단한 것은 소셜서비스를 통해서만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튼튼한 플랫폼으로 이후 시장을 주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판단에 따라 선택한 것이 바로 오큘러스 VR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고 해서 검색 활용만 하도록 했거나 G메일만 쓰도록 하진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차세대 기술 시장으로 내다보고, 개발에 대한 지원과 투자, 그리고 미래 비즈니스 모델로 직접 가꾸기 위해 오큘러스 VR을 선택한 것입니다. 주크버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10년에서 15년 사이에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은 등장해왔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여태까지 거듭 등장해온 컴퓨팅 플랫폼으로 인식했습니다. 이는 단지 가상현실에서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것보다 넓은 개념입니다. 적어도 시장 진입에서 막대한 투자금과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던 오큘러스 VR에게 페이스북은 확실한 자금줄일 겁니다. 재무 문제는 접어두고,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오큘러스 리프트가 더욱 성장하길 페이스북이 누구보다 바라고, 그 성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을 인수를 통해 내보였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남들이 주도해온 것에서 자신이 컴퓨팅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싶다는 것과 웹 페이지를 넘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은 페이스북 최대의 과제입니다. 그렇게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해결책으로 오큘러스 VR을 인수했고, 오랜 시간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을 사들인 셈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아직 덜 익은 열매입니다. 페이스북은 열매가 익었을 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익기도 전에 열매가 열린 땅부터 사놓았습니다. 땅이 태풍에 휩쓸릴지 열매가 썩어버릴지 알 수 없는 앞일이지만, 나중에 진짜 열매가 열렸을 때 그것을 그대로 베어먹든 잼을 만들어 먹든 페이스북에 달려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꼭 한 가지 이유만 가지고 있다 할 수 없으며, 더 넓은 의미에서 페이스북이 열매를 그대로 내놓거나 잼으로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