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 모바일용 메신저 앱을 개편했습니다. 디자인 변경과 함께 페이스북 홈의 챗 헤드처럼 프로필 사진을 표시하도록 했고, 여타 메신저들처럼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메신저를 강화하고 나선 것인데, 문제는 전화번호 기반으로 바꾸어도 페이스북 사용자 위주의 메신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왜 왓츠앱을 인수했나?
라인이 3억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위챗이 날개를 달아 여러 지역에서 훨훨 날고 있지만, 여전히 북미와 유럽에서 으뜸은 왓츠앱(WhatsApp)입니다. 이미 수년째 메신저 강자로 꼽히면서 4억 5,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이미 하루 전송되는 메시지가 100억이 넘었으니 신흥 강자들의 등장에도 여전히 꿈쩍 않은 메신저입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수 금액만 무려 190억 달러이며, 120억 달러는 페이스북 주식, 나머지 4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30억은 왓츠앱 창업자와 임직원에게 주식 옵션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당대 최고의 소셜 미디어와 인스턴트 메신저의 동거라는 것만으로도 이목이 쏠렸는데, 어마어마한 인수 금액은 페이스북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은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제의 M&A였던 인스타그램은 10억 달러였으며,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했던 금액은 30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니까 인스타그램의 19배에 왓츠앱을 인수한 것입니다. 이런 금액을 제시한 건 오로지 왓츠앱의 가치만 판단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방증하는데, 왓츠앱은 이미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IPO를 진행하거나 회사를 팔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고, 광고로 이익을 얻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도 '그럴 생각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인수 협상을 하기 위해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것이고,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면서 철옹성 같던 왓츠앱을 풀어냈을 겁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공식 성명을 통해 '왓츠앱은 페이스북 사용자 10억 명을 연결할 것'이라면서 '이정표에 도달했을 때 믿을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나름 자신감을 드러낸 것인데, 그와 달리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3%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왓츠앱은 서비스가 종료되지 않고, 인스타그램처럼 단독으로 서비스를 이어갑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이후에도 독립된 서비스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왜 왓츠앱을 거금을 들여 인수한 것일까요?
다양한 의견 중 '미래의 경쟁자를 줄이기 위한 거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뭐 틀린 얘기는 아니죠. 미래의 적을 우군으로 만든 셈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190억 달러를 사용하기에는 기존 메신저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정확히는 스냅챗을 되돌아봐야겠죠.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하려 했던 이유는 단연 '10대 사용자 확보'였습니다. 10대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페이스북 서비스 중에 10대를 당겨놓을 만한 서비스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가령 페이스북의 성장 폭이 떨어지더라도 인스타그램의 성장 폭이 페이스북을 뒷받침합니다. 투자자에게는 그것이 훨씬 보기 좋은 지표이고, 페이스북이 가진 서비스에서 10대가 머물러 있다는 사실만으로 페이스북의 존속 가치는 높아집니다.
당장 10대들을 페이스북이 보듬을 수 없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은 깨달았을 겁니다.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에 10대를 위한 기능을 투입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나머지 세대의 공감까지 얻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10대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페이스북 사용자로 이동한다는 겁니다. 결국, 페이스북의 프로필이 필요하거나 정보 피드가 필요하게 되면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으로 페이스북으로서는 10대를 잡아놓을 서비스와 이후 페이스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만약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했다면 10대를 페이스북에 머물게 하는데 탁월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온디바이스(OnDevice)가 제시한 자료를 공개했는데, 왓츠앱은 폭넓은 사용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16~24세에 페이스북 메신저와 근접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25~34세로 넘어갈수록 왓츠앱과 차이를 벌리고 있어서 왓츠앱 사용자를 흡수하게 되면 고른 사용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굳이 페이스북으로 직접 10대 유입을 하지 않아도 왓츠앱 인수로 세대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면 페이스북이 장기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기에도 수월할 것입니다. 당장 왓츠앱 사용자를 페이스북으로 흡수하기보다는 사용자를 유지하는 것에 주안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수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페이스북의 주가는 3%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하면서 IPO 이후 최고가를 찍어 70달러 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인수 금액에 투자자들이 화들짝 놀랐으나 온종일 왓츠앱 인수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점에서 다시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입니다.
과감한 페이스북의 선택이 스냅챗을 놓친 만회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장기적으로 페이스북을 이끌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하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왓츠앱이 페이스북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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