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FaceBook

페이스북의 커넥티비티 랩, 구글과 다를 게 무엇인가?


 지난해 구글은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지역, 동남아시아와 개발도상국에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각국 정부와의 협의로 주파수 사용을 허가받고, 이를 커다란 풍선을 띄워 오지까지 전파를 도달하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으로 최소 10억 명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커넥티비티 랩, 구글과 다를 게 무엇인가?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크버그는 이미 '인류 모두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신조의 기구, 'Internet.org'를 설립하고,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에릭슨과 함께 공동 혁신센터(Innovation lab)를 설립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페이스북이 어떤 방식으로 인터넷을 보급할 것인가에 대해서 주크버그는 입을 열었습니다.
 
 


 마크 주크버그는 Internet.org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커넥티비티 랩(Connectivity Lab)을 설립하여 진행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밝혔습니다. 커넥티비티 랩이 실행하려는 것은 구글이 풍선을 띄웠던 것과 비슷하지만, 좀 더 본격적입니다.
 
 커넥티비티 랩은 무인 항공기, 위성, 레이저를 통해 무선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며 영국의 무인 항공기 업체 아산트라(Ascenta), NASA의 제트 추진 연구소 등과 이미 협력하고 있습니다. 풍선 대신 무인 항공기를 날려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얼마 전, '페이스북의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 인수설'에서 이미 나왔던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무인 항공기, 즉, 드론으로 인터넷을 보급하길 원하고, 타이탄은 태양광 발전으로 시속 35km의 속도로 5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습니다. 인수 자체가 실제 이뤄지진 않았지만, 커넥티비티 랩이 생각하고 있는 드론 시스템의 힌트를 타이탄에서 어느 정도 얻을 수 있겠죠.
 
 상당히 멋진 기술처럼 보입니다. 하늘에 오랜 시간 날아다니는 무인 항공기가 지역과 상관없이 지상에 인터넷의 혜택을 제공한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것이 구글이 풍선을 띄우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이전에 구글의 '오지 인터넷 보급 계획'에 대해서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무작정 인터넷을 보급하려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질문을 던졌던 것이죠. 분명 우리는 인터넷의 혜택을 얻고 있고, 아직 50억 명의 인류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갓난 아기 때부터 백발 노인까지 인터넷과 가까이하고 있는데,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2/3라는 겁니다.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인터넷을 연결해준다는 것에 환영하는 지역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환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수십년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함으로써 발생하는 격차가 과연 그들에게 혜택인지, 불행인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혜택을 받으니, 당연히 그들도 혜택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굉장히 안일하다는 것입니다.
 
 주크버그는 인류에 혜택을 주겠다고 했으나 이것은 일종의 사업이고, 욕망에 따라서 인류가 지켜온 전통 가치관을 깰 권리가 자본 기업에겐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기술 우상이나 기술 지배적 관점에서 나온 발상이고, 기술이 꼭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오지랖입니다.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인터넷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은 이미 일정 수준의 기술 문명을 받아들인 상태이고, '과연 그곳에 드론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다시 던집니다. 드론이 더욱 앞선 기술처럼 보이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연결할 방법은 지상에도 충분히 많습니다. 당장 인터넷이 가능한 지역을 늘리기 보다는 좀 더 천천히, 깊게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자연스러운 인터넷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 필자는 믿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Internet.org의 존재 의의나 드론 기술 개발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크버그는 커넥티비티 랩을 발표하면서 필리핀과 파라과이의 성과도 얘기했습니다. 작년 한 해, 통신사들과 협력하여 현지 주민 300만 명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보급이고, 성과입니다. Internet.org의 존재 의의죠.
 
 드론 기술이 송신탑 같은 역할을 완벽하게 하지 않더라도 꼭 인터넷이 필요한 상황, 그러니까 자연재해로 인터넷이 불가능해졌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필요한 기술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기술 개발 자체가 가지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 것이죠.
 
 다만, 무작정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발상에 대해선 좀 더 신중히 고민할 수 있길 필자는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