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Google

구글이 피지컬 웹으로 사물인터넷에 접근하는 방법


 사물인터넷이 활성화하는 시대는 분명히 올 것입니다. 오랜 시간 진행된 분야고, 플랫폼 사업의 정착으로 지속해서 확장해야 하는 기술 업체에선 가장 매력적인 분야죠. 그리고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가 서서히 등장하면서 '어떤 플랫폼이 사물인터넷의 주도권을 잡을까?'하는 쟁점이 심화했습니다.
 


구글이 피지컬 웹으로 사물인터넷에 접근하는 방법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0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노린다고 말했으며, 애플은 개발자 접근성 향상으로 플랫폼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기존 운영체제 기반 플랫폼들의 움직임이 돋보이는데, 구글은 이 움직임보다 더 거대한 플랫폼을 사물인터넷에 포함하고자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2일, 구글은 '피지컬 웹(Physical Web)'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내용은 매우 단순합니다. 현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혹은 특정 허브를 통해 사물인터넷에 사용자가 접근하기 위해선 별도의 앱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그러니까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지원하는 영역에서 여러 사물인터넷 제품을 다른 기기들과 연결해야 하므로 가장 접근성이 높은 앱 형태로 제공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피지컬 웹은 사물들이 URL을 통한 웹으로 연결하고, 이를 사용자와 소통하는 창구로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장점은 두말할 것 없이 사물과 사용자 간 연결이 수월해진다는 겁니다. 어떤 사물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따질 필요가 없고, 개발자의 고민도 줄어듭니다. 만약 앱 형태로 제공하고 싶다면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며, 전반적인 지원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구글은 '스마트 기기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텐데, 각각의 새로운 장치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사용자가 언제든지 모든 장치와 상호 작용할 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이 말한 예를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버스 정류장은 사용자의 장치에 다음 버스 도착 시각을 전달합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버스 정류장의 URL에 사용자가 접속하여 소통하는 것입니다. '굳이 버스 정류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기존 웹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더라도 와 닿지는 않지만, 단지 버스 정류장이 하나의 개체로서 탑재한 센서를 통해 웹과 연결하고, 그곳에 사용자를 포함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확장하면 버스 정류장뿐만 아니라 버스에도 센서를 탑재하고, 버스가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 버스의 정보를 정류장에 전달한 후 정류장 간 소통으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등으로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물론 앱 형태로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접근성과 플랫폼의 선택에선 웹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겠죠.
 
 


 개인이 사용하는 사물은 앱 형태로 제공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다수가 접근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사물이 버스 정류장처럼 다수의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위치라면 웹을 활용하는 방안이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관리도 수월합니다. 관리가 수월하다는 건 비용이 줄어드는 것도 의미합니다. 피지컬 웹은 제조사로서는 환영할만한 제안입니다.
 
 다만, 이는 구글의 속내도 담고 있습니다. 웹을 사물 인터넷에 활용하겠다는 건 그만큼 구글이 사물 인터넷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활로도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 구글과 연동한 채 스마트폰으로 웹을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사물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URL에 접속했을 때, 해당 정보도 구글과 연동될 것입니다. 그럼 사용자가 어디의 어떤 사물을 이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겠죠.
 
 당장 구글이 설명하는 건 피지컬 웹의 범용성이나 효율이고, 딱히 정보를 수집해서 활용하겠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웹과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사물인터넷 사용자를 늘린다면 고스란히 이익으로 바꿀 수 있는 위치가 구글입니다. 구글이 사물인터넷 사용 내용을 모두 파악한다거나 추적하는 등의 행위를 하진 않을 것이고, 이는 구글도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대신 접속한 내용만 구글이 얻을 수 있으면 활용도는 높아집니다.
 
 현재 앱 형태는 필요에 따라서 제조사가 정보를 수집하거나 플랫폼이 가이드라인 안에서 수집이 허용되지만, 웹은 수집 범위를 좁히더라도 구글에 안성맞춤입니다. 독자적인 플랫폼 싸움을 피하면서, 여타 플랫폼에서도 이익을 취할 수 있고, 오픈소스로 지지도 얻을 수 있기에 전략에서 구글이 우위를 차지할 카드로 피지컬 웹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은 '모든 웹이 그렇듯, 피지컬 웹도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이 말하는 개방의 의미를 고스란히 믿는 사람도 없겠지만, 구글은 이를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사용자와 사물 간의 소통을 여타 웹처럼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에서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인지는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프로젝트는 막 초기 단계입니다. 1~2개월 안에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픈소스 프로젝트로서 실험하는 수준의, 활성화하기에 수년이 걸릴지도 모를 계획이죠. 그렇기에 필자가 우려한 부분이 아주 멀리 앞선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의 플랫폼 주도권에 대한 쟁점이 가열하는 상황에서 피지컬 웹 전략은 이를 상쇄하면서도 구글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꽤 이상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이것은 당연히 구글도 인지하는 부분일 테고, 인지 범위를 명확하게 명시해야만 우려에 대해서 좀 더 섬세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구글이 그저 빠른 사물인터넷 활성만 노리고 피지컬 웹을 꺼내 든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