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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이 기저귀를 파는 이유


 아마존은 한국에서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매우 익숙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한국에서 미국의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만큼 아마존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성장하는 만큼 부담도 늘고 있죠.
 


아마존이 기저귀를 파는 이유
 
 우리는 온라인으로 원하는 물건을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좀 더 빠르게 훨씬 많은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그 시간을 절약하고자 하죠. 그렇다면 온라인 쇼핑 접근성과 물류 관리, 배송 시스템에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와 개선이 필요합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를 대상으로 소비재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아마존 엘리먼츠(Amazon Elements)’를 출범했습니다. 현재 아마존 엘리먼츠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물티슈와 기저귀가 전부입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프록터앤드갬블(P&G)와 제휴했고, 이는 마치 대형 할인마트의 PB 상품 출시와 비슷해 보입니다.
 
 다만, 엘리먼츠는 직접 제조하여 상품의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경쟁 제품들과 비교하면 조금 더 비싸고, 프라임 구독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제품을 직접 제조하진 않는 것입니다.
 
 엘리먼츠를 통해 출시한 기저귀와 물티슈를 보면 제품을 어떻게 생산하고, 어떤 원료가 들어있는지 알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제품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와 함께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며, 프라임 정책에 따라 이틀이면 제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고품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으로 보이죠.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아마존의 행보에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저렴한 제품으로 제조업에 큰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엘리먼츠의 성과에 따라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고, 이는 아마존이 제조사와 공생하기보다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물티슈나 기저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유통 파트너였던 아마존의 제조 사업이 달갑지 않은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볼 부분은 왜 아마존은 다른 것도 아닌 기저귀, 그리고 직접 생산을 통한 저가 전략도 아닌 고급화 전략을 내놓았느냐 하는 겁니다. 우려하는 건 아직 아마존이 실행하지 않은 것이고, 지금은 물티슈와 기저귀만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아마존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매출은 20% 증가한 205억 7,9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적자는 4,100만 달러였던 지난해보다 4억 3,700만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3분기에 파이어폰 실패가 적자의 큰 원인이 되긴 했지만, 작년보다 적자 수준이 심각해진 건 물류 시스템에 투입한 돈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시애틀에서만 가능했던 식료품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m Fresh)를 브루클린에서도 가능하도록 확장했습니다. 프레시가 등장한 지 7년 만에 미국 동부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된 것입니다. 프레시의 확장이 이렇게 느린 건 시험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구역별 물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너무 큰 비용이 발생한 탓입니다. 더군다나 아마존 물류 창고의 노동 환경이 형편없다는 지적이 이어진 탓에 쉽사리 투자하기도 어려웠죠. 만약 여러 구역에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황에서 노동 환경 개선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면 비용도 그만큼 가중됩니다.
 
 문제는 아마존이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적자 수준이 해결이 안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은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아마존은 물류 창고에 로봇을 배치하기 위해 키바시스템(Kiva system)을 인수했고, 2년 동안 15,000대의 로봇을 창고에 배치했습니다. 배송비는 작년보다 34% 늘어난 86억 달러인데, 매출은 22%밖에 오르지 않았고, 적자는 10배나 늘었다는 게 아마존이 로봇을 이용하려는 이유죠. 아마존은 여기서 절감한 부분을 다른 물류 시스템에 쓸 수 있게 되었고, 7년 만의 아마존 프레시 확장은 아마존의 숨통이 드디어 트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아마존 프라임입니다. 엘리먼츠도 프라임 구독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프레시도 그렇습니다. 아마존은 배송비 탓에 실질적인 이익을 상품 유통보다 연간 99달러의 구독 서비스에서 내고 있습니다. 프라임에 혜택을 늘리는 만큼 구독자를 늘리고, 갖춰진 물류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쇼핑 환경을 확장하되 프라임으로 자신들의 이익률울 높이길 희망하는 것입니다.
 
 이점이 아마존이 기저귀를 만들어 파는 이유입니다. 일부 고객을 프라임 구독자로 끌어들이고, 혜택을 통해 붙잡아 둘 수 있도록 말이죠. 단지 기저귀만 사려고 프라임을 구독하는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요. 만약 기저기 판매로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이었다면 시작부터 싸게 팔았겠죠. 무엇보다 프레시도 '아마존이 모든 걸 다 팔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실상 중간 유통을 없애고 직접 유통을 마련하되 유통 비용은 프라임으로 돌려놓으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혀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굳이 정리하면 중간 유통을 온라인에서 프라임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생필품이라면 프라임 고객을 유지토록 하기에 좋죠. 가령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프라임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지만, 생필품은 꾸준히 소비해야 하니 말입니다. 기저귀와 물티슈가 첫 타자가 된 것도 수긍이 갑니다.
 
 


 물론 아마존이 프라임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엘리먼츠를 운영한다면 상품이 늘어날수록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줄어들 우려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나은 온라인 쇼핑 경험을 위해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회수해야 하고, 아마존의 3분기 실적이 적자를 내달려도 아마존의 미래가 부정적이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달리 생각하면 아마존이 언제까지 적자 상태에서 물류 시스템을 운영할 순 없는 겁니다.
 
 그러나 아마존이 프라임 고객으로 덩치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생산자나 판매자가 아마존이라는 중간 단계를 상품 가격에 포함하지 않고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건 분명 소비자의 온라인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엘리먼츠 제품을 프라임 고객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마존은 이제 기저귀로 한 발 내디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