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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모질라가 iOS용 파이어폭스를 결정한 3가지 이유

via_NGONOO


 현재 iOS용 앱스토어에는 모질라가 개발한 앱은 하나도 없습니다. PC용 파이어폭스의 방문기록, 북마크 등을 동기화할 수 있는 파이어폭스 홈(Firefox Home)을 내놓았지만, 2012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앱스토어에서 모질라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모질라가 iOS용 파이어폭스를 결정한 3가지 이유
 
 모질라가 iOS용 파이어폭스를 출시하지 않은 일은 아주 유명합니다. 애플은 '웹 브라우저 앱은 반드시 iOS 웹킷 프레임워크와 웹킷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웹킷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파이어폭스를 iOS로 똑같이 포팅할 수 없는 탓에 모질라는 iOS용 파이어폭스를 거부한 것입니다.
 
 


 TechCrunch는 '모질라가 곧 iOS용 파이어폭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포틀랜드에서 열린 모질라 내부 행사에서 iOS용 파이어폭스에 개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파이어폭스 릴리즈 관리자인 루카스 블락(Lukas Blakk)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사용자가 있는 곳에 있어야 하고, 그래서 iOS용 파이어폭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플 정책에 iOS용 파이어폭스를 거부했던 모질라이므로 블락의 발언은 iOS용 파이어폭스의 출현이 확실하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란 것과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모질라는 웹킷 기반의 브라우저인 코드명 '주니어'를 개발했었고, 애플 정책은 어쩔 수 없지만, UI와 UX에 집중한 기존 브라우저들과 차별화한 브라우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주니어의 개발은 구글이 iOS용 크롬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면서 빠르게 진행한 프로젝트였습니다. PC에서 크롬에 브라우저 점유율을 빼앗기던 모질라였기에 모바일에서는 밀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니어도 끝내 출시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모질라가 지금 시점에서 iOS용 파이어폭스를 내놓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주니어를 개발하던 때처럼 크롬에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기 위함도 있겠지만, 점유율만 문제였다면 진작 iOS용 파이어폭스를 출시했을 겁니다.
 
 

via_Mozilla


 첫 번째 이유는 임시 CEO를 맡은 크리스 비어드(Chris Beard)의 존재입니다. 크리스 비어드는 파이어폭스 1.0부터 함께한 인물이고, 전 모질라 CEO인 존 릴리(John Lilly)가 이직한 그레이록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에서 근무하다가 동성애 결혼 반대 캠페인 참여 사건으로 10일 만에 CEO자리에서 물러난 브렌던 아이크(Brendan Eich)를 대신하여 모질라의 임시 CEO로 자리했습니다.

 그는 모질라의 존재 의의와 함께 웹 브라우저가 변해야 한다는 신념을 꾸준히 제품에 반영했었고, 특히 웹이 PC에 머무르지 않고, 동기화를 통해 어느 기기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의 결과물이 파이어폭스 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그레이록 파트너스에 집중한 시기에 파이어폭스 홈도 앱스토어에서 사라졌습니다. iOS용 파이어폭스가 출현하지 못했던 건 존 릴리부터 개리 코박스(Gary Kovacs)까지 이어진 것으로 릴리는 구글을 견제하면서 애플을 비판했고, 이후 CEO가 된 코박스도 iOS용 파이어폭스 포팅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두면서 동기화를 강조했던 비어드가 CEO로 돌아온 것입니다. 임시긴 하지만요.
 
 두 번째는 야후와의 제휴입니다. 모질라는 야후와 검색 엔진 제휴를 맺었습니다. 구글과 3년간 계약을 종료하면서 야후를 파이어폭스 기본 검색 엔진으로 5년동안 탑재하게 되었고, 야후는 모질라를 지원합니다. 덕분에 모질라가 경쟁 브라우저인 크롬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그동안 구글의 지원을 받아왔고, 그게 iOS용 파이어폭스를 개발하는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았으나 3년간 구글과 계약 기간 동안 크롬은 모바일 점유율을 착실히 쌓았습니다. 그리고 크롬이 안드로이드의 기본 브라우저가 되면서 안드로이드용 파이어폭스의 입지는 심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바일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안드로이드의 경쟁 제품인 iOS입니다.
 
 야후는 애플과 검색 엔진 제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진행된 것으로 안드로이드는 크롬을 기본 브라우저로 기본 검색 엔진도 구글인 탓에 야후가 끼어들 틈이 없지만, 애플은 구글과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 야후가 iOS의 기본 검색 엔진이 된다면 모바일에서 구글과의 대결 구도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파이어폭스는 힘을 보태기 좋은 위치에 있죠. 파이어폭스를 기본 브라우저로 탑재할 리 없으나 야후로선 어느 쪽이든 모바일 검색 점유율을 올릴 방법이 될 것이고, 야후는 애플과의 중간 다리 역할로 모질라가 iOS에 진입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점유율인데, 단순히 점유율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라 파이어폭스는 온전히 PC 점유율을 모바일에서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안드로이드만 지원하는 데다 안드로이드는 크롬을 기본 브라우저로 쓰게 됨으로써 PC용 크롬과의 연동으로 애초에 비어드가 중시했던 동기화에서 앞서게 된 것입니다. 파이어폭스 이용자들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애플의 정책이 원인이긴 하지만, 모질라가 지향하는 열린 웹의 개념이 기술적 방향이 아닌 사용자 경험에 있다고 말하는 비어드이므로 그 방향대로 실행하여 PC 사용자가 iOS에서도 동기화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든다면 PC 점유율을 모바일로 옮기는 것이 수월해질 겁니다.
 
 


 모질라의 이번 결정은 애플 정책과 별개로 무조건 환영하고 볼 사안입니다. 모바일에서 저조한 탓에 파이어폭스의 입지는 데스크톱에서도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웹밖에 모르는 바보가 웹에서 제대로 날뛰지 못하니 모질라의 존재 의의도 퇴색될 판이었죠.
 
 그러나 비어드가 임시 CEO를 맡은 후 야후와의 제휴나 이번 결정으로 파이어폭스가 예전 모습을 찾을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주목할 건 애플이 파이어폭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이며, 모질라가 원하는 방향대로 iOS용 파이어폭스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파이어폭스의 웹에 대한 실험이 iOS에서도 이뤄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