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구글-애플, 엇갈린 교육 시장

via_Apple


 구글은 '크롬북'과 '구글 포 에듀케이션(Google for Education)', 애플은 '아이패드'와 '앱 생태계 및 아이북(iBooks)'을 통해 교육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둘의 전략 차이는 확연한데, 구글은 저가 랩톱에 교실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에 주력하며, 애플은 아이패드로 교과서를 대체하고, 이를 통해 중심 기기를 아이패드에 두도록 합니다.
 


구글-애플, 엇갈린 교육 시장
 
 굳이 따지면 구글도 구글 포 에듀케이션에 크롬북만 아니라 태블릿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아이패드 미니와 구세대 모델로 가격을 크게 낮췄습니다. 구글이 태블릿과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가격이 259달러이며, 현재 1세대 아이패드 미니는 249달러이고, 애플도 무료 관리자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즉, 이 경쟁은 가격이 아닌 다른 것의 영향도 함께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via_Google


 파이낸셜타임스(FT)는 IDC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미국의 교실에서 구글이 애플을 추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크롬북이 교육 기관에서 인기 있는 새로운 장치가 되면서 교육 시장에서 구글에 밀렸다.'는 것입니다.
 
 IDC의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 구글은 71만 5,500대의 크롬북을 교육 기관에 보급했지만, 애플은 70만 2,000대를 보급하면서 구글이 애플을 앞섰습니다. 태블릿을 교과서로 보급하는 것으로 교육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펼치던 애플을 구글이 가로막은 상황입니다.
 
 사실 애플의 성적이 나쁜 건 아닙니다. 애플은 지적받았던 아이패드의 가격을 구세대 모델로 낮추면서 보급을 늘렸습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 애플 CEO인 팀 쿡은 '미국 교육 시장에서 아이패드가 94%의 교육용 태블릿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말했는데, 태블릿만 보면 교육 시장에서 아이패드는 독보적입니다. 문제는 경쟁 제품이 태블릿이 아닌 랩톱이라는 데 있습니다.
 
 IDC의 자료만 하더라도 구글의 태블릿 출하량을 포함하여 비교하지 않고, 크롬북과 아이패드만 비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구글 포 에듀케이션의 크롬북 1대 당 시작 가격은 279달러입니다. 1세대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하는 것보다 30달러 비싸며, 구글은 30달러를 기술 지원 비용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IDC의 자료가 3분기 기준이므로 1세대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을 내리기 전 가격인 299달러로 보면 크롬북의 시작 가격인 279달러보다 20달러 비쌉니다. 이는 에이서와 에이수스 제품의 가격과 비교해서 그런 것이며, 함께 저가 크롬북으로 분류하는 델 크롬북 11, HP 크롬북 11, 레노보 씽크패드 11e 등과 비교하면 가격대는 비슷하고, 되레 아이패드 미니 2세대와 비교해도 될 수준입니다.
 
 크롬북과 아이패드를 선택하기에 가격도 중요한 선택지였겠지만, 꼭 가격만이 선택의 핵심으로 작용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via_Google


 IDC 분석가 라자니 싱(Rajani Singh)은 '크롬북의 성장은 아이패드의 주요 관심사'라며, '아이패드가 터치스크린의 매력이 있으나 학생들의 연령을 고려할 때, 키보드의 필요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키보드가 교육 시장에서 크롬북의 성장을 키웠다.'는 것이 되겠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풀어내면 키보드의 유무가 문제는 아닙니다.
 
 애플은 2012년 1월, 뉴욕에서 교육을 주제로 한 에듀케이션 이벤트(Education Event)를 개최했습니다. 쉽게 교재를 제작할 수 있는 아이북 어서(iBooks Author)도 이때 발표되었고, 미국 교재 점유율 90%의 거대 출판사 3곳과 제휴했음을 알렸습니다. 애플이 노린 건 아이패드를 교재로 바꾸고, 교재를 기반으로 교육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애플은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 외 교육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팀 쿡의 말처럼 아이패드는 교육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교재를 교체하면서 여타 교육 환경은 서드파티 앱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본래 목적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었으므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경쟁 대상이 태블릿만 있지 않다는 걸 간과한 거죠.
 
 구글의 구글 포 에듀케이션 전략은 조용하지만, 애플보다 공격적이었습니다. 기기의 판매는 전적으로 제조사에 맡깁니다.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제조사는 교육 시장이라는 큰 곳에 열린 활로를 지나칠 수 없고, 크롬북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도 매우 향상합니다. 구글은 여기에 30달러의 기술 지원 비용을 포함했으며, 기존 교재를 바꾸는 것이 아닌 학습 방식을 바꾸는 데 주력했습니다.
 
 구글 포 에듀케이션을 이용하면 클래스룸, 문서도구와 드라이브, 지메일, 캘린더 등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고, 특히 클래스룸은 구글 웹앱을 교실 단위로 분리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과제 제출이나 학생 관리, 연결한 계정을 통한 교사와 학생의 소통으로 학습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방식을 바꾸는 것이죠. 클래스룸의 경쟁 서비스를 운영 중인 톱햇(TopHat)은 '이런 교육 플랫폼이 교과서처럼 팔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아이패드에서 클래스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톱햇 뿐입니다.
 
 그러나 톱햇은 BYOD 동향에 맞춰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아닌 고등학교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클래스룸은 대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합니다. 둘은 고등학교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그 외 교육기관은 따로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 플랫폼은 구글이 독보적이 된 겁니다. 거기다 제조사의 크롬북 판촉까지 힘을 얻으면서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환경을 구축하기에 구글 포 에듀케이션은 가장 쉬운 방법이 돼버린 것이죠. 그리고 통합한 키보드로 생산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정확히는 검증된 생산성을 유지한 것입니다.
 
 구글이 이런 접근을 하는 동안 아이패드의 점유율에 취한 애플은 딱히 교육 플랫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기술 지원은 제공하지만, 터치스크린을 교육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제시나 교육 생산성 향상, 디지털 교재의 경쟁력, 통합한 교육 환경을 위한 소프트웨어 제공에서 크게 다른 면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크롬북의 성장에 발판이 되었습니다. 애플은 그저 교재를 아이패드로 옮기는 게 전부였으며, 나머지는 서드파티 앱에 맡겼죠.
 
 아이패드의 학습 효율, 사용자 경험이 랩톱보다 낫다는 걸 증명하지 못했기에 교육 기관들은 교재를 디지털화하는 게 아닌 교육 방식을 바꾸는 쪽을 선택하는 교육 기관이 늘어났고, 이게 크롬북 성장의 발판이 되면서 애플은 교육 시장 위치를 위협받게 된 겁니다. 실상 94%라는 점유율도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죠. 태블릿이 아니라 랩톱과 경쟁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via_Apple


 이는 마치 스퀘어와 NFC 결제의 관계를 보는 듯합니다. NFC를 이용하면 지갑을 꺼낼 필요없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게 이상적이었으나 생각처럼 NFC 보급은 쉽지 않았고, 애플 페이가 등장하기까지 그 틈을 카드 단말기를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스퀘어가 기존 플라스틱 카드를 이용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갖추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NFC에 대한 이상은 있지만, 이상을 현실화할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스퀘어는 기존의 기반을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끝내 태블릿이 교재를 대체하고, 구글이 보여주는 사용자 경험을 태블릿에 이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교재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구글은 교재에 집중하기보단 학습 방식에 집중하여 교육 시장 파이를 구글 쪽으로 돌려놓게 했으며, 이는 이후 구글이 디지털 교재 사업을 공고히 하기에 좋은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교육 기관은 기존 구글의 교육 플랫폼을 유지한 채 교재만 태블릿을 통해 디지털로 바꾸면 되니까요.
 
 이에 애플이 대처하기 위해선 아이패드로 학습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 플랫폼 구축이 꼭 필요합니다. 애플은 최근 IBM과 협력하여 기업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IBM 고객을 대상으로 애플의 기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BYOD 동향에 맞춰 고객을 유지하고,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 전략을 내세웠죠. 단지 그런 엔터프라이즈 전략이 교육 시장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크롬북의 성장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건 구글의 디지털 교재 진출에 따른 태블릿 전략이고, 기반 사업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는 애플의 플랫폼 전략입니다. 잠재적인 가능성이 높은 교육 분야에서 구글과 애플의 엇갈린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