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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협업 시장이 기회인 이유


 맥갤러리를 꾸준히 구독 중인 독자라면 최근 필자가 한 협업 서비스 업체를 자주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슬랙(Slack)'입니다. 그리고 슬랙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닌 여타 협업 서비스를 얘기하면서 슬랙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만큼 주목하는 스타트업이고,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탓은 아닙니다. 그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협업 시장이 기회인 이유
 
 협업 솔루션은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협업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새로운 얘기는 아니죠. 서로 연결하여 일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니까요. 다만, 협업의 방식은 변하고 있습니다. 방식이 변하면서 시장도 덩달아 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대표격인 것이 슬랙이며, 기존 업체들도 재편하는 협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변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협업 시장은 본래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요 고객인 곳이었습니다. 직원 간 협업보다 부서 간 협업을 위한 솔루션이 필요했고, 자체적으로 환경을 구축하는 것보다 외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면서 관리에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부서 간 협업에 외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보다 나은 효율을 내긴 어려웠기에 기존 이메일이나 PC 간 공유 정도가 협업의 전부였습니다.
 
 문제는 BYOD(Bring Your Own Device)입니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모바일 업무 환경이 큰 변화를 겪으면서 기존 협업 방식에서 벗어난 모바일 협업을 기업 주도가 아닌 직원이 주도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기업들은 BYOD 동향에 맞춘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접근했습니다. 덕분에 개인기기를 기존 기업 환경에 포함하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고, 성과도 천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BYOD 대응에는 개인기기 사용 욕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협업에 대한 욕구도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많은 기업이 간과했습니다. 기업이 제시한 방법이 아닌 직원이 편한 방식으로 협업을 풀어내면서 과도한 개인 이메일 사용이나 퍼블릭 메신저, 클라우드 이용 등 사용 패턴까지 잡아내기 어려웠던 겁니다. 그러자 몇몇 기업은 BYOD에서 회귀하여 기존 업무 체계를 유지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BYOD 동향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바일 환경이 개인화하면서 부서 간 협업과 함께 직원 간 협업도 중요해졌고, 부서별 사용자화가 아닌 개인별 사용자화가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서로 사용하는 이메일 클라이언트가 다르거나 문서 작업 환경이 나누어지거나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도 분리하면서 제각각이 되고, 중소기업에서도 BYOD 동향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이 절실해졌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협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인 기업이 드롭박스와 에버노트입니다.
 
 드롭박스는 드롭박스 포 비즈니스(Dropbox for Business)를 통해 관리자가 그룹 환경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권한을 주고, 기본 5인용 5TB 요금제부터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소규모 그룹부터 드롭박스를 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며, 개별 드롭박스 계정을 제공하여 개인기기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IBM 등이 제공하는 기업 맞춤형 대규모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이용하곤 하지만, 중소기업은 비용에서 효율적이지 않고, 월 15달러면 충분한 드롭박스는 빠른 도입과 업무 외 개인 클라우드 스토리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까지 소규모 그룹이 유동적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재미있는 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직원들도 드롭박스를 이용한다는 것으로 업무만을 위한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것보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포함하는 드롭박스를 이용하는 쪽이 BYOD 동향에 따른 비용 절감에 탁월하다는 쪽이 되면서 드롭박스가 시스코, 시만텍, IBM 등이 제공하는 협업 솔루션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현재 400만여 기업이 드롭박스를 협업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다수가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내 소규모 그룹, 그러니까 특정 부서의 컨슈머라이제이션 요구에 따라 해당 부서만 드롭박스 포 비즈니스를 적용하는 등 기존 앤터프라이즈 시장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드롭박스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에버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에버노트 비즈니스(Evernote Business)를 이용하는 기업은 16,000개 수준이며, 기본 5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관리자 권한, 프레젠테이션 공유, 노트북 활용, 얼마 전 추가한 지능화 검색 기능인 '콘텍스트(Context)', 에버노트 내 메신저 '워크챗(Workchat)'까지 협업에 필요한, 혹은 에버노트의 활용 방안을 늘리는 플랫폼 확장으로 소규모 그룹부터 고객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특성에 맞춰 에버노트는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창구가 되거나 일정 관리를 위한 게시판이 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메모하는 노트가 아니라 하나의 협업 시스템으로 에버노트를 배치할 수 있고, 소규모 그룹도 쉽게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거기에 개인 계정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노트북은 관리자가 따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보안성을 높이면서 BYOD 동향도 만족합니다.
 
 협업 시장에서 소규모 그룹에 대한 접근이 늘어나는 만큼 대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고객이었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변화가 생겼고, 아예 협업을 표방한 드롭박스나 에버노트 등의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슬랙입니다. 드롭박스가 클라우드 협업, 에버노트가 복합적인 노트 협업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했지만, 아주 기본적인 이메일 시스템을 바꿔놓진 못했습니다. 즉, 소규모 협업에서 이들이 강세를 보였어도 부서 간 협업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상기한 것처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드롭박스나 에버노트를 도입하더라도 부서 단위의 소통을 바꾸긴 어렵고, 거기에 이메일은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통은 이메일, 자료 공유는 드롭박스를 이용하여 각 서비스를 옮겨 다녀야 하고, BYOD 동향에 맞춰 개인 이메일의 업무 활용이 늘어나면서 소통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드롭박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기업용 채팅 서비스 업체인 쥴립(Zulip)을 인수했고, 에버노트는 위크챗을 선보인 겁니다.
 
 다만, 슬랙은 좀 더 진보한 협업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메일을 이용하지만, 슬랙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소통하도록 만들었고, 채널별로 부서, 직원, 프로젝트를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게 했으며, 드롭박스, 행아웃, 페이퍼트레일, 사운드클라우드 등 여러 서비스를 오픈 API를 활용하여 슬랙에 통합했습니다. 그러니까 A 부서가 드롭박스를 사용하더라도 슬랙을 통해 B 부서와 드롭박스로 파일을 공유하는 등 기존 협업 방식보다 훨씬 유동적이고, 개인화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합니다.
 
 덕분에 슬랙은 이메일의 직접적인 사용을 줄이고, 업무 이메일과 개인 이메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걸 방지하면서 협업 환경에서 이메일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자 기존 이메일 서비스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이메일을 바꾸려고 시도했습니다.
 
 구글은 자동으로 이메일을 분류하고, 중요한 정보를 강조하며, 알림을 작성하는 등의 기능을 탑재한 인박스(Inbox), MS도 지능적인 이메일 필터를 통해 중요한 이메일을 따로 보관하고, 학습을 통해 분류를 교정하는 '클러터(Clutter)'를 출시했습니다. 인박스는 현재 초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클러터는 기업용 오피스 365 계정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박스와 클러터의 공통점은 스팸 분류를 넘어서 이메일을 더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업무 메일과 쇼핑 정보, 서비스 지원 메일 등을 자동으로 관리해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럼 업무상 소통만 볼 수 있고, 따로 여러 이메일을 정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쉽게 이메일을 통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특히 구글은 드롭박스나 에버노트처럼 구글 드라이브와 문서도구를 이용해서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협업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단지 슬랙이 소통이라는 부분을 크게 강조하면서 이메일을 대체하고 있는데, 이를 인박스로 막아내겠다는 게 구글의 생각입니다.
 
 슬랙이 이메일 계정의 활용을 슬랙으로 돌리고, 협업 활동을 포함하여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구분하는 방향이라면 구글이나 MS는 기존 협업 솔루션에 이메일 활용을 공고히 하여 협업 활동과 이메일을 붙잡아두는 방향입니다. 당연하게도 회사 내부는 슬랙이 탁월하겠지만, 외부 접촉은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나으므로 서로 격렬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협업 환경에 맞춰 유동적으로 틈새를 채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변하고 있는 협업 시장의 핵심은 기존 협업 솔루션에 BYOD 동향을 끼워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BYOD 동향에 맞춰진 솔루션의 등장, 그리고 모바일 활용에서 나타나는 일상과 업무 경계의 통합, BYOD 동향 탓에 나타난 소규모 그룹의 협업 솔루션 필요성 확대, 직원마다 다른 협업 방식을 통합할 솔루션입니다.
 
 이는 기존에 하나의 업체에서 협업 솔루션을 찾던 것과 다르게, 회사의 협업 방식을 플랫폼화하여 여러 서비스를 BYOD 동향에 맞춰 플랫폼을 확장하는 형태, 정확히는 드롭박스나 에버노트, 슬랙, 또는 구글이나 MS도 플랫폼 형태로 협업 솔루션을 제공하므로 플랫폼 간 연결을 회사를 기반으로 확장하는 형태로 협업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변화는 기존 기업 시장에 대응하던 업체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스코는 지난 19일, 중소기업을 위한 협업 플랫폼인 'BE6000S'를 선보였고, 25명에서 150명의 직원을 둔 업체에 최적화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플랫폼 접근과 중소기업 시장에 대응하지 않으면 치고 올라오는 신생 업체에 협업 시장 파이를 나누어야 하고, 그만큼 대기업과 중견기업 시장 성적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BE6000S는 시스코가 처음 내놓은 중소기업을 위한 협업 솔루션입니다.
 
 시스코 협업 부문 총괄 부사장인 패트 롬젝(Pat Romzek)은 '중소기업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소기업의 협업도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바일의 확대와 BYOD 동향에 따라 협업 혜택을 중소기업이 쉽게 누릴 수 있게 되자 협업 시장의 수요가 매우 증가했고, 시스코도 기존 대기업 위주의 시장 전략에서 중소기업으로 눈길을 돌린 것입니다.
 
 


 협업 시장은 소비자의 개인 성향에 맞춰야 하는 일반 소비자 시장처럼 아주 복잡하고, 넓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업무 환경도 중요하지만, BYOD 동향과 컨슈머라이제이션에 맞춰 직원이 원하는 기술 지원이 필요하고, 기술 지원을 하여 협업 환경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리 체계도 바뀌어야 하고, 그저 PC에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만이었던 시대는 물러났습니다.
 
 필자는 협업 시장이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보며, 현재 일반 소비자 시장과 비교해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함할 수 있는 더 큰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앱이나 서비스가 포화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면, 협업 시장은 시도할 수 있는 게 많고, BYOD 동향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도 노릴 수 있는 나은 시장이라는 겁니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6개월 만에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달성한 슬랙이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드롭박스나 에버노트가 꿈틀거렸던 협업 시장을 완전히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 협업 시장에서 아주 작은 위치였던 드롭박스나 에버노트의 가치도 함께 성장하고 있죠.
 
 변화는 하고 있지만, 협업이라는 회사마다 다른 플랫폼을 전부 만족하게 할 절대적인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이 모두 새로운 수요인 셈입니다. 협업 시장은 새로운 기회의 땅입니다. 필자는 협업 시장이 내년에 급격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