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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티밴드, 그다지 훌륭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웨어러블 시장, 특히 스마트워치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제품군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뒤를 이어 새롭게 성장할 시장으로 꼽히면서 선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업체가 달려들고 있죠. 그러나 아직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처럼 탄력을 받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티밴드, 그다지 훌륭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패션 용도의 손목시계를 기능과 성능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디자인이 아무리 세련되고, 마음에 들더라도 기능과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예 시계 본연의 기능만 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쪽이 실용적입니다. 다른 것보다 자주 충전해야 할 일은 없으니까요.
 


 웨어러블 전문 매체 Wareable은 카이로스(​Kairos)가 개발한 밴드형 웨어러블 제품인 '티밴드(T-Band)'를 소개했습니다. 티밴드는 시계 본체가 아닌 시곗줄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여 피트니스형 밴드처럼 디자인한 제품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시계에 시곗줄만 교체하는 것으로 스마트워치로 바꿔버립니다.
 
 티밴드가 노리는 건 간단합니다. 스마트워치가 기능과 성능을 포함하면서 패션 요소를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이지만, 되레 기존 시계는 놔둔 채 다른 빈 부분인 시곗줄을 공략하여 기능을 포함하면서 패션 요소까지 잡아내겠다는 겁니다. 어떤 시계든 시곗줄만 교체하면 되므로 다양한 시계를 보유한 소비자라면 굳이 스마트워치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겠죠.
 
 티밴드는 3가지로 구분합니다. 티밴드 ND, 티밴드 HD, 티밴드 OD. 티밴드 ND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은 모델로서 LED 표시 등으로 정보를 제공합니다. 티밴드 HD는 흑백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여 알파벳과 숫자만 표시하고, 티밴드 OD는 OLED를 탑재해서 색상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기능은 여타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스마트폰의 수신을 알려주는 알림 기능과 헬스케어, 리모트 콘트롤을 제공합니다. 애초 목적이 기존 시계를 스마트워치로 바꾸는 것이므로 경쟁사의 스마트워치와 차별화한 기능이 아닌 일반적인 기능을 기존 시계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워치의 구매를 원하는 기존 손목시계 애용자라면 솔깃할 만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손목시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만 본다면 말이죠.
 
 


 발상의 전환은 아주 좋습니다. 여태 스마트워치의 디스플레이는 당연히 본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여겨졌으니까요. 다만, 발상의 전환이 맞이할 큰 벽이 있다면 티밴드에 어울리는 수요층입니다.
 
 티밴드가 패션 요소를 기존 시계에서 찾은 건 겉부분만 생각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손목시계의 디자인이라는 건 시곗줄을 포함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본체가 살아있더라도 시곗줄의 디자인과 본체가 엇나가거나 소비자의 취향과 멀어지면 패션 요소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티밴드가 표적으로 삼은 수요층이 시계 애용자라는 것에 있습니다.
 
 원래 손목시계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스마트워치를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그냥 스마트워치를 구매하면 됩니다. 티밴드의 주요 수요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손목시계를 자주 착용하고, 여러 모델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라면 기능과 성능만으로 스마트워치를 선뜻 손목에 두를 순 없습니다. 해당 기능을 꾸준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델들을 손목에 두를 수 없을 테죠. 그런 면에서 티밴드는 좋은 선택지입니다. 단지 티밴드가 간과한 패션 요소를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시계를 애용하는 소비자라면 시계를 고르는 기준 자체가 패션 요소와 가격에 거의 쏠려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선택 기준이 있겠지만, 스마트워치와 비교해서 분명하게 다른 점이 패션 요소이고, 만약 기존 시계와 스마트워치 사이에서 제품 선택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기존 시계를 선택했다면 패션 요소를 기능과 성능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런 소비자가 티밴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한 패션 요소를 다시 고민하고, 버려야만 합니다. 수요까지 도달하기가 복잡한 제품인 겁니다.
 
 처음부터 가장 좋은 건 스마트워치가 기존 시계의 패션 요소를 옮겨 받아서 하나의 제품에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완벽한 패션 요소를 갖추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하다는 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소비자의 개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 판단 기준이 기존 시계와 마찬가지로 본체와 시곗줄에서 함께 나타나겠죠. 그래야 온전히 기존 시계 수요를 스마트워치 수요로 옮길 수 있습니다. 티밴드가 노리는 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수요층이라는 것입니다.
 
 


 티밴드가 이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시곗줄조차 패션 요소를 적용하여 스틸이나 가죽 등 재질에 차이를 주거나 시계 모델별 디자인을 나누는 등 아주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직 발매조차 하지 않았기에 다른 세부적인 옵션이 없는 것일 수 있으나 목표한 수요층을 단단히 붙들어 놓기 위해선 신속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여타 경쟁 스마트워치의 패션 요소 확장이 더 빠를 것입니다. 그건 티밴드를 고립시키겠죠.
 
 티밴드는 현 지점에서 그렇게 훌륭한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마치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 떡을 주식으로 판매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실패한 아이디어로 볼 순 없으며, 단지 티밴드가 이제 핵심으로 해야 할 것은 아이디어가 시장성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