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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팀 쿡의 경영 방식이 결실을 보다


 필자는 팀 쿡의 경영 방식에 대해 이미 많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팀 쿡만의 경영 방식이 드러남에도 불신이 쉽게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가 팀 쿡을 줄곧 따라다녔고, 많은 사람이 그가 잡스처럼 제품 아이디어를 내거나 하지 못했고, 그것이 애플의 패착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팀 쿡의 경영 방식이 결실을 보다

 분명 팀 쿡은 제품 개발에 특출난 경영자는 아닙니다. 애플의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그의 경영 방식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팀 쿡의 경영 방식은 애플의 DNA를 극대화했으며, 잡스 때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애플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via_NBC NEWS


 지난 16일,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애플, 넷앱, IBM, HP 등 주요 기술 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와 CEO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애플과 팀 쿡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전망, 문화, 가치, 경영 부문에서 팀 쿡에 대한 점수가 다른 업체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UBS의 분석가 스티븐 밀러노비치(Steven Milunovich)는 '실적만 보더라도 회사와 CEO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조사에서 만족도 하위권을 기록한 업체가 IBM과 HP입니다.
 
 팀 쿡은 앞서 파이낸셜타임즈(FT)와 CNN의 2014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어 UBS 보고서는 의미가 더 큽니다. 커밍아웃의 여파도 있었지만, FT는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 있었으나, 아이폰 6 시리즈의 실적으로 그는 잡스로부터 해방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CNN도 '애플의 주가는 최대 40% 상승하여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는데, 팀 쿡이 CEO 자리를 맡은 후 미끄러진 주가를 다시 살려놓은 게 팀 쿡인 것입니다.
 
 아직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사상최대치에 기대가 모이면서 실적과 직원들의 만족도가 애플을 안정적인 회사로 보이도록 하며, 그 공이 팀 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여전히 제품 개발에 대해 잡스와의 비교가 이어지는데, 그는 이조차 그의 경영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애플 워치는 애플이 5년 만이자 팀 쿡이 CEO에 자리한 후 처음 내놓은 새로운 카테고리입니다. 하지만 잡스의 기운이 진득하게 베였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다르게 애플 워치에서 팀 쿡의 기운이 잔뜩 느껴지진 않습니다. 애플 워치를 발표할 당시에도 그가 가장 먼저 애플 워치를 착용하고 등장했지만, 잡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자기 자식처럼 소개했다면, 팀 쿡은 그 아이가 오를 발레 무대를 소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애플 워치에서 다른 이들의 진득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죠.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나 2013년 나이키에서 영입한 피트니스 및 건강 기술 부문 책임자 제이 블라닉(Jay Blahnik) 등 말입니다. 이전에도 제품 소개 영상에서 아이브나 다른 임원을 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저 잡스를 중심으로 그들이 모여 개발에 참여했다는 게 강했던 거죠. 잡스가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그 소개에 임원들을 끼워 넣었으니까요.
 
 그런데 상기한 것처럼 팀 쿡은 만들어 놓은 발레 무대에 그들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고로 제품 개발에 크게 관여하기보단 직원이나 그룹이 능력에 맞춰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뒤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잡스가 빠진 탓도 있겠지만, 덕분에 다른 인물들이 애플 워치에서 돋보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는 잡스 이후 팀 쿡의 부정적인 면을 잠식하기 충분한 실마리입니다. 팀 쿡은 이런 경영 방식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스콧 포스톨(Scott Forstall)을 내쫓거나 에디 큐(Eddy Cue)를 부사장 자리에 올리고, 아이브와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의 부서 조정과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를 영입하는 등 조직도를 꾸준히 개선해왔습니다. 그리하여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부서 간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서 그것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잡음을 줄이도록 했습니다.
 
 잡스였다면 자신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서에 개별적으로 주문했겠지만, 팀 쿡은 소통의 중재자를 자처하여 부서 간 파티션을 허물었습니다. 또 부서의 중심에 임원들을 두고, 서로 결합할 수 있게 했습니다. 팀 쿡이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당연히 잡음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덕분에 잡스를 중심으로 모였던 인물들이 팀 쿡을 벗어나 돋보이게 된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팀 쿡의 경영 방식으로 처음 만든 제품이 애플 워치인 셈입니다. 물론 애플 워치가 아직 정식 출시하지 않은 제품이기에 품질로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UBS의 보고서와 연관했을 때, 팀 쿡의 경영 방식이 애플 워치 개발에 반영되었고, 직원들의 만족도로 나타나면서 결실을 방증했습니다.
 
 팀 쿡의 경영 방식이 잡스 때보다 낫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 반대인 것도 아니지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로 대변하는 애플의 DNA를 팀 쿡의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자신과 직원들의 역할을 이해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새롭게 구축했죠. 잡스가 빠진 부분을 자신이 대체하기보단 체제 전환으로 말끔하게 채워넣었습니다.
 
 그걸 증명하는 건 어느 때보다 지난해에 바빴던 아이브와 페더리기, 큐 등의 임원과 팀 쿡 본인의 대외 활동입니다. 가령 잡스는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의 D 콘퍼런스(D conference)에 매번 혼자 참가했었지만, 작년 코드 콘퍼런스(Code Conference)에는 팀 쿡의 단독 섹션과 함께 큐와 애플의 비츠 인수로 영입된 지미 로빈(Jimmy Iovine)의 섹션도 마련되었습니다. 아이브는 팀 쿡과 페더리기와 함께 블룸버그, USA 투데이와 인터뷰를 했고, 타임과 베니티 페어 서밋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죠.
 
 대개 잡스가 중심이 되어 애플을 얘기하던 게 지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각 임원이 단독으로나 함께 애플을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늘린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부서뿐만 아니라 각 부문에서 종합적으로 나온 목표나 목표를 토대로 담당한 업무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어서 맡은 바를 설명하면서도 획일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건 제품 개발에서의 잡스 영역을 임원들이 나눠가지고, 나눈 영역이 팀 쿡의 중재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팀 쿡의 경영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건 명확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속해서 지적받은 제품 품질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점입니다.
 
 분명 잡스가 있던 때에도 제품 품질은 매번 지적을 받았던 것이었지만, 팀 쿡에 와서도 그 점이 나아지지 않자 잡스 때와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품 개발에서 한 발 물러선 팀 쿡의 능력을 우려하는 의견이 여전합니다.
 
 이제 애플이 해내야 하는 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했을 때 발생하는 잡음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팀 쿡이 마련한 경영 방식이 제대로 굴러가는 지점이 되었다면, 좀 더 제품과 소비자에 집중할 여지가 마련되었으리라 필자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