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애플

 애플의 주가가 오랜만에 고공행진입니다. 시가총액은 666억 9,000만 달러, 장마감 후에도 계속 상승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는데, 내달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는 차세대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이 물오른 영향이 큽니다. 다만, 물오른 기대감의 원인을 다른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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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의 애플
 
 팀 쿡이 CEO 자리에 앉은 지 3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CEO였던 시절, 폭풍 같던 애플은 잠잠해진 느낌이고, 팀 쿡의 분위기와 닮았습니다. 과감한 애플보다 '안정적인 애플'이 되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죠. 그러나 팀 쿡의 지휘 스타일을 알아채기 시작하면서 잡스가 강조한 애플의 DNA에 팀 쿡이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이해했고, 그것이 애플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상승하게 했습니다.
 
 

 팀 쿡이 애플을 이끄는 스타일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몰두하며, 마치 잡스처럼 제품 전반에 관여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팀 쿡이 정식 CEO가 되었을 때, 많은 이는 이런 점에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알던 애플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말이죠.
 
 그러나 팀 쿡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했으며, 부서들을 정리하고 통합하면서 각 부서의 임원들을 주축으로 그 능력에 맞도록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디자인은 조너선 아이브, 개발은 크레이그 페더리기처럼 말이죠.
 
 물론 최종 결재는 팀 쿡이 하겠지만, 모 인터뷰에서 페더리기는 '부서 간의 이동이 수월해져서 소통이 나아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제품을 개발하기에 효율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고, 이는 팀 쿡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반대로 말하면 잡스가 중심이 되어 부서들을 조율하지 않더라도 인재들이 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팀 쿡이 조성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지난해 7월, '팀 쿡은 왜 훌륭한 애플 CEO인가'라는 글을 통해 이런 점을 얘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영 방식은 팀 쿡이 애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애플이 팀 쿡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애플의 DNA로 하여금 팀 쿡이 애플을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겁니다.
 
 

 잡스의 성격은 고약하기로 유명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면도 있습니다. 자신이 모든 걸 하고자 했던 것과 달리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1,000만 달러에 픽사를 인수한 잡스는 본래 픽사를 이용해 자사인 넥스트 컴퓨터에 탑재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생각이었습니다. 덕분에 픽사에 많은 간섭을 했으며, 한동안 고성능 그래픽 컴퓨터인 픽사 이미지 컴퓨터를 판매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다 픽사 이미지 컴퓨터를 홍보하기 위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는데, 잡스는 이걸 본 뒤로는 관심 없던 애니메이션 팀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했고, 1년에 한 편씩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도록 지원했습니다. 픽사가 본래 궤도로 돌아가는 지점이었습니다. 토이스토리가 제작되기 전까지 잡스는 픽사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갈수록 사장보다는 투자자의 위치에서 픽사를 지원합니다.
 
 이는 잡스가 경영 방식을 이전보다 부드럽게 바꿔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회자합니다. 자신은 픽사가 하드웨어 판매로 수익을 낼 기업으로 생각했지만, 애니메이션을 본 이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깨달은 겁니다.
 
 그리고 이런 방침은 애플로 돌아와서도 이어졌습니다. 픽사보다 잡스가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긴 했지만, 각 분야의 인재들이 간섭과는 별개로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브는 잡스 눈에 들어오지 않은 인물이었고, 잡스는 이름난 산업 디자이너를 새로 고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의견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애플에는 그런 능력의 디자이너가 없다고 판단했으니까요. 그러나 아이브의 디자인 능력을 인정하면서 디자인에서는 그와 동등한 위치에 있고자 했습니다.
 
 잡스가 여러 부분에 간섭하긴 했지만, 각 부서가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되 이를 잡아주는 구심점으로서의 간섭이 늘어났고, 어쨌든 직원이 직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게 복귀 후 잡스의 경영 방식이었습니다. 고집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고집을 접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역할을 직원에게 돌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고, 이는 애플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잡스가 그대로 자신의 고집으로만 애플을 운영하고자 했다면 구심점을 잃어버린 애플은 안정감을 찾기 어려웠을 테고, 팀 쿡은 또 다른 구심점이 되고자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랬다간 애플의 DNA를 망가뜨리는 것이 되었을 겁니다.
 
 팀 쿡은 이런 애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니 잡스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후 바로 실행한 것이 부서의 정리와 통합이었던 것이죠. 그건 자신이 애플의 SCM을 개선할 때 잡스가 크게 관여하지 않고 맡겼었고, 임시 CEO 때도 제품 개발 쪽은 거의 잡스가 맡으면서 역할을 분명히 한 덕분입니다. 대표라는 자리, CEO라는 명칭을 주긴 했지만, 잡스와 팀 쿡은 애플에서 각자 다른 임무를 수행했고, 이전의 CEO가 제품 개발에 역할을 뒀었다면 현재 CEO는 운영과 관리에 역할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대신 빠진 구심점의 역할을 부서 전체에 주면서 자신이 제품 개발에 관여하는 걸 철저히 배제하도록 했습니다.
 
 그게 현재 팀 쿡의 애플이고, 팀 쿡이 애플을 받아들이도록 하면서 애플의 균형일 맞춰 놓을 수 있게 한 이유입니다. 이전에 잡스가 있었을 땐 잡스가 구심점 역할이었으므로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잡스라는 인물만으로 기대감을 오르게 했다면, 지금은 애플이 이전보다 균형을 잡힌 모습이지만, 애플의 DNA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성장하더라도 쉽게 가치가 빠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투자자들이 애플을 다시 눈여겨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와 반대로, 팀 쿡이 잡스를 대체하려는 것처럼 했었던 인물을 우린 익히 알고 있습니다. 스티브 발머입니다. 그는 수재였고, MS에 많은 기여한 인물이지만, CEO에 오른 후 빌 게이츠처럼 개발에 섬세하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요하면서 개발 부서들을 부렸으며, 그 결과로 핵심 임원들이 사퇴하거나 여러 프로젝트가 실패라는 명찰을 달아야 했습니다. 부서들은 게이츠가 있던 시절처럼 일했지만, 발머는 자신의 스타일로 조율하지 못했던 겁니다.
 
 본래 발머에게 걸었던 기대는 MS의 운영과 정책에 대한 결정이었는데, 개발에 관여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 게이츠처럼 행동하고자 했던 것이 많은 비판으로 이어졌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그는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렇게 남겨 놓은 것이 윈도 8과 윈도폰이죠.
 
 발머와 팀 쿡을 비교하자면 팀 쿡의 경영 능력은 최고라 할 만큼 직원들의 불만을 줄이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운영하는, 애플 자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3년간 팀 쿡에 대한 성적표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