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새로운 장기말이 필요합니다. 혁신성에 발목 잡히지 않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나은 전망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도가 웨어러블, 가칭 '아이워치(iWatch)'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대답이 없지만 말이죠.
애플이 아이워치를 내년에 출시할 이유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올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수차례 얘기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마땅히 나올만한 새 카테고리가 한정적이므로 주목받는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드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고, 약속대로 올해 등장할 수 있을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워치가 내년에 출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KGI증권의 분석가 밍치 궈는 투자보고서를 통해 '공정상 어려움으로 애플의 아이워치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착용하는 제품의 특성상 디자인과 조립이 까다롭다.'면서 '애플이 웨어러블 제품을 처음 시도하는 카테고리'라고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아이워치에 대한 뜬소문이 많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출시할지 예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그만큼 생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아이폰이 초기에 생산 문제로 수요를 빠르게 만족하도록 못 했지만, 출시 직후 크게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라면 밍치 궈의 분석은 수긍할만합니다.
앞서 유명 블로거인 존 그루버는 '애플이 아이워치를 내달 차세대 아이폰과 함께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실 둘의 의견이 직접 충돌하진 않는데, 애플이 9월에 아이워치를 공개할 수 있지만, 출시는 내년으로 미룰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출시와 공개를 따로 본다면 팀 쿡의 약속이 어긋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애플은 공정 문제를 떠나서라도 아이워치를 내년에 출시할 이유를 얻었습니다. 그건 애플에 아이워치에 대한 여지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연일 기록을 경신했고, 시가총액도 6개월간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최근 신제품 공개도 없었고, 실적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태블릿 약세가 나타나면서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유지되던 것이 터진 겁니다.
혁신 부재로 투자가 위축되었던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지 않고도 회복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주가 상승의 원인은 아이워치가 아닙니다. 웨어러블 시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은 업체는 없고, 아이워치를 기대할 순 있어도 그것이 당장 애플에 투자해야 할 근거가 되진 않습니다. 밍치 궈가 얘기한 것처럼 애플은 웨어러블에 첫 발을 내딛는 것뿐이니까요.
오히려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는 건 차세대 아이폰입니다. 아이폰의 크기가 4.7인치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어 큰 화면의 아이폰을 원하는 수요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고, 이전보다 베젤과 두께도 얇아져 본체 크기도 줄면서 한 손 사용자 수요도 끌어당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아이폰의 수요층이 더 부풀 수 있음을 의미하고, 이어 태블릿 약세에 패블릿 제품도 선보일 가능성이 제시되어 관심은 아이폰의 실적에 쏠리고 있습니다.
상반기 준수했던 실적에도 불안한 요소가 보였는데, 아이폰의 화면을 키우는 건 이 요소를 배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아직 회의적인 아이워치보다 아이폰 쪽에 투자할 가치가 더 보인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애플이 굳이 아이워치를 올해 출시하지 않아도 아이폰으로 애플이 건재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두고 봐야겠지만, 애플이 아이폰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면 무리해서 빠르게 아이워치를 출시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밍치 궈의 분석대로라면 더더욱 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그것은 아이워치에 대한 여지를 주며, 아이워치에 대한 기대감을 좀 더 누적할 시간을 애플에 준 것입니다.
만약 올해 아이폰으로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내년에 아이워치를 승부를 볼 수 있겠죠. 이를 전략적으로 반영할 것인지, 아닌지는 애플 몫이지만, 그럴만한 이유를 얻었다는 건 아이워치의 행방에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애플이 아이폰으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애플의 상승한 주가에 대한 결과를 쥐고 있는 열쇠인 겁니다.
올해 든 내년이든 애플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아이워치라면 출시해야 합니다. 고객, 그리고 투자자와 약속한 것이 있으므로 적어도 올해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은 잡힐 것으로 예상하지만, 공개하는 것과 별개로 애플이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아이워치의 성공은 돌아갈 길 없는 일방통행입니다.
물론 올해 출시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애플이 전략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아이워치라는 카드를 서둘러 꺼내 들 이유가 없고, 그것은 곧 아이워치를 내년에 출시할 구실을 만듭니다. 그 구실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활용하지 못할 상황인지는 다음 달 확인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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