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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IBM,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


 파워PC(PCC)로 협력한 적이 있긴 하지만, 애플과 IBM은 기술 시장의 최고 앙숙으로 통합니다. 현재는 애플이 주력하는 시장과 IBM이 주력하는 시장이 양분하면서 둘의 마찰을 볼 기회가 적어졌고, IBM은 다시 체제 전환을 시도하면서 덩치를 줄이고 있습니다.
 


애플-IBM,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애플은 iOS를 통한 모바일 비즈니스에 집중하며, IBM은 인지컴퓨팅인 왓슨(Watson)으로 모바일 비즈니스를 문을 두드리는 중입니다. 애플은 좀 더 나은 모바일 환경을, IBM은 왓슨을 모바일로 옮기려고 시도하는 중이죠. 크게 보면 IBM이 기업 시장에 주력하는 것이지만, 기업 시장에서의 위치를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왓슨을 밀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애플과 IBM은 새로운 파트너쉽을 발표했습니다. IBM의 100개 이상의 앤터프라이즈 앱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iOS기기에 제공하며, 기업 고객을 위한 애플케어도 선보였습니다.
 
 제휴를 간단히 보면 IBM은 빠르게 BYOD 환경을 자사에 도입했고, 직원들이 원하는 기기를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내놓은 것이 엔터프라이즈 앱들과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이를 애플과 제휴하여 iOS에 특화한 형태로 제공하고, 기업에서 iOS 기기를 활용하는데 애플케어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제휴만 하더라도 기업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과 IBM이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큽니다. BYOD 동향에 따라서 iOS를 선택하는 소비자를 늘릴 수 있고, IBM을 지원을 손쉽게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해야겠죠. 덕분에 투자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애플이 작년부터 기업 시장에 크게 다가가고 있는데, IBM이라는 조력자를 얻었으니 사업에 가속도가 붙게 되었으니까요. IBM도 모바일 플랫폼을 확장하기에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기에 애플이라는 카드는 의미가 큽니다.
 
 그런데 이런 제휴가 공고히 해졌을 때, 특히 기업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일반 시장에도 미칠 영향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IBM이 단순히 기업 고객을 늘리는 것보다 인지컴퓨팅 사업을 기업 시장과 일반 시장에 적용할 수 있길 바란다는 건 애플과 연결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애플과 IBM의 협력 발표가 나자, 시리와 왓슨의 결합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습니다.
 
 IBM은 왓슨의 최종 목표가 사람에 근접한 이해력으로 질문을 생각하고, 분석하여 답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시리가 개인을 위한 비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분명 시리가 문장을 이해하고 답을 내놓지만, 문제는 문장이 이해력 범위에 포함하지 않으면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는 겁니다. 그것은 컴퓨터가 생각한다기보단 '기존의 명령어 수준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는 인식 범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왓슨은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왓슨은 지난달 본 아뻬띠와 손잡고, 왓슨이 본 아뻬띠의 요리 데이터를 인지하여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특정 요리의 레시피를 검색하는 수준이었다면 왓슨은 요리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요리를 사람에게 제안하는 형태입니다. 이는 인지 컴퓨팅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이처럼 사용자의 질문에 이미 정해진 답을 찾아서 내놓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여 걸맞은 답을 할 수 있는 왓슨이 시리와 결합한다면 어떨까요?
 
 지난 5월, IBM은 왓슨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컴퓨팅 스타트업인 '코그니(Cognea)'를 인수했습니다. 코그니는 시리와 마찬가지로 비서 역할을 하는 서비스지만, 사용자와 대화하는 듯한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인공지능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었습니다. 왓슨은 이미 의료 지원 서비스를 통해 폐암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에 대해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결과물을 실제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중요하고, 그래서 인수한 것이 코그니입니다.
 
 왓슨이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빼놓고, 기업 시장만 보자면 IBM은 왓슨이 완벽한 개인 비서로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현재 시리가 하는 것처럼 일정을 입력하고, 알려주는 것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IBM이 그걸 바라는 만큼 애플도 시리가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비서가 되길 원합니다. 기업 시장 자체가 BYOD로 빠지고 있으며, IBM이 그걸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애플이 지닌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이 합쳐질 수 있다면 둘의 이해관계는 명백해집니다.
 
 IBM은 왓슨을 모바일에서 활용하고 싶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는 데 고심하는 상황이고, 애플은 시리가 앞서가는 서비스가 되고, 음성인식이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보편화하길 바라지만, 부족한 시리의 능력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둘이 협력을 시작했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것이고, 이는 기업 시장을 넘어서 일반 시장에서도 애플과 IBM의 협력을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서로 원하는 것을 각자 가지고 있다는 건 협력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어느 한 쪽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없고, 아쉬운 쪽은 있겠지만, 그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므로 시리와 왓슨의 결합은 애플과 IBM에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애플과 IBM이 둘의 결합에 대해서 얘기한 바가 없으므로 단정하진 않겠지만, 시리와 왓슨처럼 궁합이 잘 맞는 기술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본격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시점에서 애플과 IBM이 서로에게 얻을 수 있는 최대까지 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시리와 왓슨이 결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전혀 색다른 사용자 경험도 기대하는 쪽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