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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워치가 패션을 갖추기 위한 조건


 가칭 아이워치의 공개가 내일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본격적으로 판이 커지지 않은 웨어러블 시장에 애플이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해볼 만 하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장을 크게 바꿔놓은 전력이 있으니 말입니다. 경쟁 업체들도 애플이 아이워치를 출시하길 원한다고 할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이워치가 패션을 갖추기 위한 조건
 
 물론 무작정 아이워치가 출시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얘긴 아닙니다. 성공의 조건이 명백하니 그걸 애플이 어떻게 풀어놓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몇 가지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내비쳤습니다. 애플이 생각하는 바가 단서와 같다면 성공의 조건을 얘기하기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Image via 9to5Mac


 9to5Mac은 로이터의 보도를 인용하여 애플이 과거의 발표와 비교했을 때, 이번 이벤트에 초대한 사람의 수가 훨씬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장소가 기존 수용 인원보다 좌석이 2배 이상 많고, 재미있는 건 패션 미디어 기자들을 초청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전에도 몇몇 패션 미디어 기자들이 초대받은 적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인원을 크게 늘렸고, 패션 관련 블로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애플이 이벤트를 패션쇼처럼 진행하고자 한다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애플은 이전에도 패션에 대해 크게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이브 생 로랑의 CEO인 폴 드네브(Paul Deneve)를 영입했으며, 지난달에는 같은 이브 생 로랑 유럽 총괄 및 소매 책임자 출신의 까뜨린느 모니에(Catherine Monier)도 영입했습니다. 7월에는 스위스의 시계 전문 업체 태그 호이어의 글로벌 영업 및 소매 총괄 부사장인 패트릭 프루니오(Patrick Pruniaux)까지 영입하면서 패션과 시계에 대한 궁금증만 키웠습니다. 버버리의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 나이키의 제이 블라닉(Jay Blahnik) 등 임원들과 그 밖에 엔지니어들도 영입하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 규모만으로도 굳이 아이워치가 아닌 더 큰 웨어러블도 기대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그저 패션과 관련한 인재들을 영입했을 뿐 딱히 패션을 중심으로 전략을 구성했다고 할 순 없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이번 이벤트에 패션 미디어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이 포착되자 확정적이 되었습니다. 아이워치의 공개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애플이 패션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은 명백해졌다는 겁니다.
 
 당연히 아이워치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단지 패션 중심으로 전략을 잡았다고 해서 아이워치가 패션 상품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삼성이 이미 4월 브라질에서 갤럭시 S5와 기어핏을 소재로 패션쇼를 진행했었지만, 제품을 패션에 포함하진 못했습니다. 여전히 기술 제품을 벗어나지 못한 거죠.
 
 


 아이워치가 패션을 갖추기 위한 조건, 정확히는 모든 웨어러블이 가져야 할 조건이지만, 갖추기 가장 쉬운 업체가 애플입니다. 앞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웨어를 선보였지만, 이는 각 제조사가 웨어러블 제품을 쉽게 개발하도록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고, 결과적으로 서드파티 업체가 안드로이드 웨어를 가지고 웨어러블에 패션을 접목해주길 바라야 합니다. 그건 기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이라면 조건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먼저 다양한 디자인 옵션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다양하다는 건 2~3가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개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이어야 합니다. 당장 수십 가지의 옵션을 애플이 제공하길 기대할 순 없지만, 여지를 줄 순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여러 옵션이 나올 수 있다고 말입니다. 다만, 여기서 걸림돌이 나타나는데, 전자기기 특성상 디자인보다 사양과 기능에 먼저 관심이 쏠리고,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더라도 제품 간 사양과 기능 차이가 벌어진다면 소비자가 자유롭게 제품을 선택하기 껄끄러워집니다. 무작정 앞서가기만 해서는 영영 웨어러블에 패션을 포함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스핏은 자사 피트니스 웨어러블 제품이 샤인에 패션을 포함하기 위해 본체를 여러 옵션에 결합하여 착용할 수 있게 했으며, 다양한 밴드류와 목걸이형, 본체의 색상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기능을 유지하면서 옵션만 바꾸면 사용자의 패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성한 것입니다.
 
 애플이 미스핏과 같은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어쨌든 기능이 유지되면서 패션 욕구를 충족하는 건 웨어러블 시장 최대 화두입니다. 풍부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패션이라는 요소만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이를 플랫폼에 포함할 수 있는 수준만 유지할 수 있다면 매번 기능에 큰 손을 대지 않더라도 판매를 이끌 순 있습니다. 이미 기존 시계들은 그냥 시간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패션을 위해서 구매해왔으니 기술 집합체가 되더라도 구매에 접근하는 이유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되레 기술적 차별이 커질수록 패션 관점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줄어들 테니까요.
 
 이게 핵심인데, 삼성은 제품 발표와 별도로 패션쇼를 진행했습니다.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설명하는 걸 패션쇼와 결합하여 진행하긴 어려우니까요. 이미 뮤지컬 식으로 진행했던 이벤트에서 학습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패션쇼를 제공하려면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딱히 제품 옵션이 아니더라도 여러 의상과 조합하는 등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죠. 만약 애플이 이번 이벤트를 패션쇼처럼 진행하고자 한다면 혹은 패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그걸 설명하는 것으로 성능과 기능을 강조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능과 기능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애플의 기획력에 달렸지만, 패션을 중심으로 한다는 게 그만큼 다른 부분을 털어내고 가야 하는 것이며, 애플이 얼마나 털어낼 수 있느냐가 '진짜 패션 중심일지', 아니면 '여전히 기술 중심일지'를 판가름하는 조건이 될 것입니다.
 
 


 왜 애플이 이 조건을 갖추기 가장 쉬운 업체인가 하면 애플은 항상 무언가를 버려왔었습니다. 뭔가 더하기도 했지만, 빼버리면서 새로운 걸 얻은 것이었죠. 스마트폰에서 물리 키보드와 스타일러스를 빼버렸고, 아이패드는 기존의 강력함만 강조했던 태블릿의 특징을 빼버렸습니다. 물리 키보드와 스타일러스를 포함한 스마트폰이 여전히 나오고, 노트북 같은 태블릿도 등장하고 있지만, 어쨌든 애플이 초기 시장, 좀 더 대중적인 제품으로 바꿔놓기 위해 한 것은 빼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웨어러블에 패션을 더하기 위해선 기술을 빼야 합니다. 그렇다고 싸구려 기술을 소화하라는 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상기했던 샤인은 피트니스, 그리고 패션이 전부입니다. 다른 건 전부 빼버렸고, 덕분에 웨어러블과 패션의 결합을 가장 잘 이행한 제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애플이 이와 좀 다른 게 있다면 플랫폼의 크기겠죠.
 
 16시간 남았습니다. 먼저는 애플이 아이워치를 공개하길 기대해야겠지만, 아이워치를 공개한다면 패션을 어떻게 이끌어 놓았을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