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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워치가 제시한 방향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


 애플이 드디어 첫 웨어러블 제품인 '애플워치(AppleWatch ; Watch)'를 공개했습니다. 시계형의 이 제품은 세로 38mm와 42mm의 2가지 크기,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골드의 각 2가지 색상으로 분류한 케이스가 제공되며, 스포츠 모델은 Ion-X 글래스, 나머지 컬렉션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디스플레이를 감싸 안았습니다. 또한, 가죽,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밴드 등 다양한 시곗줄을 제공하여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애플워치가 제시한 방향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
 
 새로운 제품이 나왔으니 소비자의 고민이라면 '구매할 가치가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제품은 당장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거나 구매할 생각이 없는 소비자라면 고민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즉, 소비자의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적인 제품이고, 대상이 되는 소비자 중에서도 구매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라면 대중성을 논하긴 힘들죠. 먼저 못을 박고 시작하자면 필자는 애플워치가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가치가 없는 제품이라는 뜻일까?' 싶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애플워치의 방향성은 꽤 독특합니다. 정확히는 이런 비슷한 방향성을 제시했던 제품이 이미 있습니다. 필자는 이전에 스마트워치에 대해서 여러 글을 썼습니다. 지난해 9월, '웨어러블 스마트폰은 필요 없다'는 글을 통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건 시계가 똑똑해지는 것이지 스마트폰을 시계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스마트 시계일 필요는 없다'는 글을 통해 '제조사들이 시계라는 프레임에 갇혀있고, 그걸 스마트폰처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시계 형태에 고립된다면 기존 시계 시장과 경쟁하기 어려워지고, 그렇다면 시계라는 형태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반되는 의견 같지만, 제조사들은 시계라는 형태에 스마트폰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니까 기능을 기존 시계에 담을 수 없다면 시계라는 형태를 먼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제품에 들어갈 핵심을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손목에 착용할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는 게 필자의 의견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왜 사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올해 3월, '모토 360, 시계 관점에서 시작한 최초의 스마트워치'라는 글을 통해 '둥근 액정을 채택한 모토 360은 스마트가 아닌 시계에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의 스마트워치에 대한 이질감을 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것이 시계가 똑똑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분명 긱들은 모토 360의 평가에 기능이나 성능 등을 크게 다루겠지만, 실상 모토 360이 관심을 끌었던 건 둥근 디자인, 시계 관점에서 시작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스마트워치가 해낼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들은 이미 추려진 상태고, 그걸 해내는 것을 기본으로 디자인이 모토 360을 주목하게 했다는 겁니다.
 
 모토 360과 다르게 애플워치는 라운딩 사각형 디자인에 일반적인 시계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사각형의 시계가 있다는 점은 놔두고, 용두를 포함하면서 시계의 느낌을 주긴 하지만, 기존 사각형의 스마트워치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라운딩 처리로 투박한 부분을 줄였다는 건 나쁘지 않지만요. 어쨌든, 그럼 모토 360과 어떤 점이 비슷한 방향성이냐는 것인데, 애플은 키노트에서 시계 기능을 설명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대개 스마트워치들이 '다양한 시계 화면 제공'정도에서 그치는 것을 꽤 공을 들여 설명했다는 겁니다.
 
 애플워치에 탑재한 기능들을 나열하면 경쟁사 제품들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알림을 받거나 메시지를 읽고, 스마트폰에 걸려온 전화를 당겨 받거나 음성인식으로 조작하며, 피트니스 기능이 탑재되었죠. 별것 없습니다. 그런데 별것 없는 것들을 보강하고 설명하기보다 시계 기능에 상당히 초점을 맞췄다는 건 의아합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시계를 볼 수 있고, 사무실 시계를 볼 수도 있으며, 능력자라면 해의 위치로 시간을 파악할 수도 있을 텐데, 애플은 '애플워치는 세계표준시 대비 오차범위 50ms 이내에서 시간을 유지하며, 다른 시간대의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시간을 맞춰주고,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새로운 시간대로 바꿔준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이 모토 360과 비슷한 애플워치의 방향성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보통 시계를 구매할 때, 시간의 정확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선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조정해야 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시간을 전달하는 시계라면 디자인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했더라도 착용만 하고 시간을 다시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낼 것입니다. 시계를 선택하기에 시계 본연의 기능은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기능, 그뿐입니다. 그리고 그 당연한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걸 달가워하지 않죠. 가령 스마트폰이 그 어떤 모든 기능이 충실한데도 전화와 메시지가 안 된다면 어떨까요?
 
 애플워치는 기본적으로 시계, 시계 본연의 기능과 스마트워치의 기본적인 기능은 당연하고, 그걸 담아내는 그릇에 훨씬 무게를 뒀습니다. '디자인이 별로다?', '모토 360처럼 시계처럼 보이지 않는다.', '긱스럽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2가지 크기가 일반적인 시계 케이스 크기이며, 색상과 시곗줄을 다양하게 둬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색다른 디자인의 시계인데, 개인화할 수 있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정도라면 기존의 고정적이었던 스마트워치와 경계를 둘 수 있습니다. 이를 애플워치의 방향으로 판단한다면 기능이 여타 스마트워치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 비교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애플워치의 기능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애플은 시계라는 그릇에 기능을 포함하기 위해 원형의 아이콘 인터페이스와 용두를 활용한 조작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이것이 실제 편리한지 오랜 시간 사용해봐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꾸역꾸역 기능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작은 액정에 걸맞도록 집어넣고, 그럴듯하게 조작하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디자인부터 기능의 제공까지 제품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아뒀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경쟁사의 제품들이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앞서 필자가 이전 글을 통해 얘기했었던, 모토 360과 비슷하다고 했었던, 스마트워치가 소비자에 접근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시계가 똑똑해지는 것.'을 모토 360과는 다르지만, 애플 나름 고민한 흔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기능입니다. 필자는 '스마트 시계일 필요는 없다'는 글에서 스마트워치의 핵심으로 '알림(Notification)', 헬스케어(Health-Care), '결제(Payment)', 3가지를 꼽았습니다. 재미있게도 애플워치는 이 3가지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메시지나 전화, 메일을 받을 수 있고, 일정이나 서드파티 앱의 알림을 제공합니다. 트워터나 페이스북의 알림을 물론이고, 더 다양한 서드파티 앱들이 애플워치로 알림 기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워치킷(WatchKit)이라는 개발 도구를 제공합니다. 조금 더 보태서 소통 방식을 바꾼다고 제시하고 있기도 한데, 탭틱 엔진(Taptic Engine)으로 진동 기능과 비슷하게 미세한 촉각을 손목에 전달하여 알림과 소통을 유도합니다. 액티피티(Activity) 앱은 피트니스 기능으로 움직임, 운동, 일어서기로 크게 나눠 계속해서 코치하고, 목표를 설정하거나 목표 지점을 알려줍니다. 결제는 애플워치와 함께 공개했던 애플페이(ApplePay) 기능으로 패스북에 저장된 카드 정보로 애플워치를 NFC 단말기에 가져가면 결제가 이뤄집니다.
 
 '이 기능들이 특징 없고, 이미 있던 기능이다?'
 
 맞습니다. 그러나 상기한 것처럼 애플워치에 핵심이 되는 기능을 명확히 하고 있고, 당연한 것으로 제시하면서 시계라는 그릇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하다는 이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마치 시간이 어긋난 시계처럼 내팽개쳐질 것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경쟁 제품이 하지 않았던 걸 굳이 특징이랍시고 내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애플워치만 해도 상대방에게 심박 센서로 측정한 두근거림을 보내는 이런 기능을 특징이라고 내세우는 걸 보면 다를 바 없어 보이니, 핵심 기능만 두고 보면 딱히 빠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특히 결제 기능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그럼에도 이 기능들의 비교보단 결국, 그릇의 비교입니다. 단지 애플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옵션을 선보인 건 좋지만, 디자인이 개인의 호불호에 크게 나누어지는 만큼, 케이스의 디자인도 다양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필자는 '아이워치가 패션을 갖추기 위한 조건'이라는 글을 통해서 '사용자가 개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옵션이 제공되어야 하고, 당장 수십 가지의 옵션을 제공할 순 없겠지만, 여지를 줄 순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케이스의 색상과 크기를 나누었어도 외형 자체를 나누진 않은 탓에 해당 디자인으로만 제공될 것을 우려합니다.
 
 정확히는 시곗줄과 색상 등의 옵션도 필요하지만, 케이스 외형 옵션이 부족한 탓에 기능이나 디자인에서 여타 제품들과 비교하게 됩니다. 애플워치에 대해 온갖 상반된 평가들이 나오는 이유가 그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 접근성이 제한적인데,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면, 외형의 다양성으로 해당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소비자의 접근성은 높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차피 기능은 거기서 거기라는 인상이라면 말이죠. 애플워치에 실망했다면 '뭔가 혁신적인 것이 없다.'는 것보다 상기한 부분이 중요하고, 그 부분을 충족한다면 다시 생각해볼 소비자를 찾기는 수월할 겁니다.
 
 원래 시계가 그렇고, 애플워치의 방향성도 그렇습니다.
 
 


 사실 애플워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스마트워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 사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입니다. 플랫폼이 애플워치를 구매할 이유가 된다는 것인데, 외형에서 개인차가 발생하면 이를 상쇄할만한 기능을 찾게 되고, 찾을 수 없다면 소비자는 플랫폼 확장에 애플워치를 포함하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애플워치가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도, 없는 제품도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유입니다.
 
 당장 아이폰과 연동하여 삼성 등의 경쟁 웨어러블과 비슷한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는 건 애플워치뿐 입니다. 나머지는 몇 가지 기능이 빠졌거나 제한되었죠. 포함하기 위해 제한했다고 하는 것이 옳겠지만, 어쨌든 아이폰을 웨어러블로 확장하려면 애플워치가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디자인이고, 디자인을 감수하려 하면 별것 없는 기능이 걸리니 확장에 소극적인 소비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애플은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 시곗줄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링크 브레이슬릿, 가죽 루프, 모던 버클, 밀레이즈 루프 등 개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시곗줄을 설명하는 페이지도 마치 시계 브랜드의 제품 설명 페이지처럼 꾸며놓았습니다. 이것이 애플워치의 방향성을 방증하는 부분이라면, 나아가 더 많은 옵션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명확한 방향성을 토대로 풀어나갈 애플의 스마트워치 전략을 두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