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은 기술 업계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CES 2014나 MWC 2014 등 굵직한 행사에도 웨어러블이 가장 주목받았고, 그 중에서도 시계 타입의 손목에 두르는 형태가 일반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들 제품에 대한 반응은 대개 '나쁘지 않지만, 글쎄...'. 묘한 이질감과 분명하지 용도에 언젠가는 쓰게 될지 모르지만, 당장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제자리걸음입니다.
모토 360, 시계 관점에서 시작한 최초의 스마트워치
왜 제자리걸음일까요? 어디서 이질감이 나타나는 걸까요? 분명 우리는 시계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시계 착용을 꺼리는 사람은 있지만, 시계라는 제품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스마트워치도 시계라고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가격을 둘째치고라도 왜 제품으로써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던 걸까요? 구글은 이에 대한 해답을 가장 먼저 제품화했습니다.
구글은 웨어러블 제품을 위한 새로운 안드로이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를 공개했습니다. 에이수스, HTC, LG 등의 기업이 참여하기로 알려진 가운데, LG는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G워치(G Watch)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구글의 자회사인 모토로라도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내놓았습니다. '모토 360(Moto 360)'입니다.
모토 360은 한 눈에도 기존 스마트워치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둥근 외형입니다. 우리가 익히 시계라고 알고 있는 것은 둥근 모양이거나 둥근 모양을 기반으로 디자인되는데, 대부분 스마트워치가 스포츠나 레저용 디지털 시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전에 둥근 스마트워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쿠쿠(CooKoo)가 있는데, 쿠쿠는 아날로그 시계에 알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제품입니다. 스마트워치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면서 강화된 기능을 제공하고자 한 것인데, 둥근 스마트워치 중에선 독보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모토 360의 둥근 모습만 두고, 쿠쿠와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모토 360은 시계 관점에서 시작한 최초의 스마트워치입니다. 여태까지 스마트워치가 네모나서 시계가 아니었다는 건 아닙니다. '쿠쿠도 둥근데 왜 모토 360이 최초인가?'하는 질문을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토 360은 확실히 이전 스마트워치와 달리 접근했습니다.
필자는 둥근 모양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 접근에 주목했습니다. 기존의 스마트워치는 '스마트'라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심미적 관점보다 기능적 관점만 매달려 어떤 디자인이어야 기능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죠. 쿠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기능을 보고 고르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디자인. 외형뿐만 아니라 외형에 맞도록 정밀하게 가공된 내부 부품들과 착용했을 때 손목과의 조화 등 광범위한 디자인 요소를 작은 시계를 고르는데 쏟아부었습니다.
당연히 시계의 기본은 디자인이고, 디자인을 기반으로 시계라는 제품이 탄생합니다. 시간을 보기 위해서 시계를 구매했다는 이는 찾기 어렵고,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이 시계의 메인이면서도 제품을 고르는 단계에서는 보조적으로 변합니다. 훌륭한 시계 디자인이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죠.
모토 360은 기능보다 먼저 디자인 주안점을 뒀습니다. 디자인의 설계 이후 기능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고민했다는 겁니다. 정확히는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모토 360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제품으로, 제대로 생산되기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강조한 것은 디자인, 기능은 전적으로 안드로이드 웨어에 맡겨두면서 구글나우와 음성명령 기능을 나열한 정도입니다. 마치 시계를 디자인하는 것 같습니다.
구글나우와 음성명령 기능은 이젠 아주 이해하기 쉬운 기능입니다. 시간을 보는 것과 같을 정도로 말입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두를 디자인에 이 기능을 넣을까 하는 것입니다. 모토로라는 그 디자인으로 둥근 형태를 선택했고, 디자인했으며, 이제 기능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먼저 디자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스마트워치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보통의 시계를 고르듯 제품이 디자인으로 끌리게 하고, 거기에 기능을 통한 구매 욕구를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기능이 많은 시계'보다 '멋진데다 기능까지 훌륭한 시계'가 더 낫다는 말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필자는 이전에 '웨어러블 스마트폰은 필요없다.'는 글을 통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시계가 똑똑해지는 것]이지 [스마트폰을 시계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이 간단한 것을 모토 360이 드디어 보여줬습니다. 너무 오래 걸려서 답답하기 짝이 없던 것을 모토 360이 뚫어버려 시원한 기분입니다.
모토로라는 '기계에서 전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계는 계속 재발명되었지만, 우아함과 유용성으로 한 세기 동안 기본 형태를 유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모토 360을 시계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시계다운 시계를 만드는 것부터 먼저 고민했음을 뜻합니다.
모토 360은 스마트워치의 재발명이 아닌 시계의 재발명입니다. 아니, 아직 제품이 완전히 시판된 것은 아니니 이 말은 잠깐 보류해둡시다. 다만, 기존 스마트워치와 다른 접근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칭찬할만하며, 스마트워치 제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렸다고 필자는 평가합니다.
모토로라는 '올해 여름, 여러 가지 디자인의 모토 360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토 X의 생산 방식에 비춰볼 때, 획기적인 제품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 제품에서도 시계와 같은 접근으로 진짜 재발명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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