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컴퓨팅이 업계의 비전이 되면서 이를 둔 신경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시계형 제품에 유독 몰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애플은 시계형 제품을 위미하는 아이워치(iWATCH)의 상표를 각국에 등록한 상태이며, 이를 토대로 핵심 인력을 수급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갤럭시 기어를 지속해서 언론에 노출토록 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구글도 지난해 스마트워치 제조사인 '윔랩(WIMM Lab)'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웨어러블 '스마트폰'은 필요없다
업체들이 시계형 제품에 몰리는 이유는 착용하는 제품 중 액정을 장착하기 수월한 형태이고, 손으로 조작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착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형이나 신발형의 제품은 악세서리류 밖에 되지 못하므로 가장 중심적인 제품이 될만한 것이 시계형 제품이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이미 출시된 시계형 제품도 많아서 시장을 검증하는데도 유리합니다.
시계형
그렇다면 어떤 시계형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차세대 컴퓨팅의 미래라고 지목받는 웨어러블 컴퓨팅을 시계형에 어떻게 녹아들도록 해야 하는 것일까요?
대개 사람들이 '스마트워치가 어떤 제품일 것 같느냐?'고 물으면, '일단 손목에 감을 수 있고, 상태를 볼 수 있는 액정이 필요하고, 시계형에 맞춰진 어플리케이션 환경과 음성인식 기능, 헬스케어, 카메라, SNS'정도를 이야기 합니다. 크게 본다면 틀린 말도 아니지만, 겉만 본다면 스마트폰을 시계형에 빗대어 얘기한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요소에서 시계형에 적합할 것 같은 요소만 가지고 얘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기존 출시된 시계형 제품들도 다 비슷하긴 합니다. 스마트워치에서 가장 앞서 있는 소니를 봅시다. 소니의 제품은 한결 같이 스마트폰을 시계로 구겨넣은 것처럼 보입니다. 작은 화면에 온갖 아이콘과 버튼을 배치하고 터치스크린으로 열심히 조작해야 하는 제품, 거기에 스마트폰과 똑같이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크기만 줄여 시계형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제공케한 것은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스마트폰워치'라고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웨어러블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시계가 똑똑해지는 것'이지 '스마트폰을 시계처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 둘은 처음부터 다른 접근입니다. 시계의 형태로 컴퓨팅하는 것에 어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이 필요하며, 어떤 디자인이 되어야 하고, 어떤 기능이 들어가야 하겠느냐는 처음부터 시계를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과 스마트폰의 기능을 두고 시계형에 맞춰 기능을 구겨 넣기만 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죠.
적어도 소비자들은 입는 컴퓨터라는 항목이 시계든 옷이든 신발이든 반지든 스마트폰처럼 동작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제조사들이 어떤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 기대하지만, 그것이 획기적이지 않은 그냥 스마트폰의 연장선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이전의 태블릿 환경을 생각해본다면 간단합니다. 아이패드 이전의 윈도우 태블릿은 그냥 데스크탑과 랩탑의 윈도우 환경을 그대로 태블릿이라는 터치 인터페이스에 구겨 넣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화면을 터치한다는 것뿐이지 그냥 윈도우 환경이었죠. 당연하게도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딱히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고, 기업용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하여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이후는 다릅니다. 태블릿은 일반 대중을 겨냥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태블릿에 적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이 합쳐졌기 때문이고, 지금은 과거의 윈도우 태블릿과 같은 구겨 넣은 제품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윈도우를 탑재하더라도 태블릿에 걸맞은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기 시작했죠.
마찬가지로 시계형 제품은 그 나름의 새로운 제품 형태와 경험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열어줄 것이라는 걸 대중들이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계형 제품을 넘어 새로운 웨어러블 컴퓨팅의 주도권을 지닐 수 있으며, 웨어러블 컴퓨팅을 통한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 워치
'그럼 대체 어떤 제품을 만들라는 거냐?!?'
필자는 적어도 시계형 제품에 들어갈 어플리케이션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조사들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플리케이션을 작성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할 뿐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충분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시계형 제품들을 보면 어플리케이션이 제각각 따로 동작합니다.
시계형 제품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냈다면, 이 경험이 어떤 것인지 확장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개발자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마트 워치를 정의하고, 스마트폰과는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겁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직관적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터치스크린이 사용된 것이지 터치스크린 환경이 어떤 곳에서든 월등히 좋아서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간혹 굳이 터치스크린을 탑재할 필요가 없음에도 유행이랍시고 장착된 제품들을 볼 수 있는데, 시계형 제품에 필히 터치스크린이 탑재되긴 하겠지만, 터치스크린에 집착한 인터페이스 환경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드리거나 옆면의 센서를 이용하거나 시곗줄과 제스쳐 등의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계가 똑똑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센서를 장착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예를 들어 터치하는 대신 카메라와 센서로 인식하여 허공에서 제스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상처럼 말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같은 시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계형 제품을 원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어떤 제품이 될 것인가에 대해 스마트폰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제품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 말은 스마트폰을 넘어선 제품을 제시했을 때 비로소 성공 가능성을 점찍을 수 있지 현재 존재하는 스마트폰의 경험을 시계에 담아내서는 안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열을 끝났습니다. 각 업체가 이 달아오른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에 어떤 시계형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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