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통신비 지출액은 148.39달러, 일본과 미국에 이어 3위입니다. 무선 통신비만 두고 본다면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입니다. 이런 통신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고액의 통신비 지출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최근 알뜰폰으로 불리는 MVNO로 몰리고 있습니다.
MVNO 가입자 200만 명, 남은 과제 무엇인가?
정부가 알뜰폰을 내세우며 가계 통신비를 줄여보겠다고 본격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2011년부터 입니다. 이어 2012년 초에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을 승인하고, 5월에 휴대폰 자급제로 통신사 대리점과 휴대폰 판매점이 아닌 곳에서도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편의점폰, 대형마트폰 등 저렴한 단말기와 MVNO 요금제로 통신비 부담을 줄인 알뜰폰 시장이 형성됩니다.
200만 명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고했습니다. 8월 말을 기준으로 203만명 가입자를 달성한 것이며, 5,400만 가입자의 3.7% 수준입니다. 전체 비중에선 가입자가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처음 자급제를 실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통신 3사에 몰려있는 보조금과 익숙해진 약정 제도 탓에 소비자들이 과연 자급제폰을 얼마나 구매할지 의문이었으니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9월 말부터 우체국에서도 6개 사업자와 자급제폰 판매가 이뤄지게 됨에 따라 자급제 사용은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 구조가 정리되면서 휴대폰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벗겨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MVNO 가입자 증가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과제
MVNO 가입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는 통사3사에 몰려있습니다. 이 가입자들을 균형을 맞춰 MVNO로 돌려서 평균 가계 통신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MVNO도 결국 사업자이고, 망을 빌려쓴다는 것 뿐 통신3사와 경쟁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꼭 MVNO에 가입자가 몰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가계 통신비도 높지만, 휴대폰 교체 주기도 굉장히 빠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빠른 교체가 통신3사에서 일어나며, 높은 통신비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가 MVNO에 가입했으므로 MVNO에서는 빠른 교체 주기가 다른 세상일입니다. 가격의 경쟁력 자체는 MVNO가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의 이동을 가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체 주기가 빠른 우리나라라면 MVNO가 얼마의 점유율을 가지더라도 통신3사와 같은 점유율에서 벌어지는 차이는 몇 배로 벌어집니다.
그렇다고해서 교체 주기를 늦추라고 소비 성향을 억제하게 되면 전체 시장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즉, 빠른 교체 주기가 MVNO 시장에서도 적용되어 소비자가 단순한 가격 경쟁 탓에 MVNO를 선택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보다는 여러가지 경쟁 구도를 통해 소비자의 이동을 다변화하여 소비 성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단말기의 차별화, 특히 몇 가지 단말기나 구형 제품, 낮은 사양의 제품에 집중된 것이 아닌 자급제를 통해 국내 통신3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해외 단말기의 수입이나 단말기 구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리스 제도 활용 등으로 MVNO만의 특징있는 시장을 꾸려나가야 합니다. 중요한 점을 이런 장치들이 통신3사가 MVNO를 경쟁자로 인식하도록 해야하며, 거기서 발생된 경쟁 구도가 3사끼리만이 아닌 MVNO가 포함되었을 때 통신3사의 요금 차별화나 서비스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마리로 작용할 것입니다.
MVNO
필자는 MVNO로의 가입자 이동이 가계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MVNO의 경쟁력 확대가 통신3사와의 경쟁으로 이어졌을 때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MVNO는 단지 통신비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 뿐 아니라 국내 휴대폰 소비 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수요의 소비자를 끌어모아 MVNO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통신3사를 자극했을 때 분명 변화는 일어날 것입니다. 통신3사가 불만을 품더라도 소비자는 이미 인식하는 단계에 들어섰을 테니까요.
MVNO가 앞으로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국내 통신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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