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스마트 '시계'일 필요는 없다

 PDA가 막 시장에 쏟아질 무렵 제조사들은 컴퓨터를 소형 단말기에 집어넣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PDA와 휴대폰이 합쳐진 PDA폰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활약이 이를 조금씩 나아지게 했지만, 큰 틀 자체는 변하지 않았었습니다.





스마트 '시계'일 필요는 없다


 그때와 달리 지금의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라고 얘기하지만, 기존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물건입니다. 작동 원리나 기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똑같은 모습의 PDA에 지금의 스마트폰 개념만 집어넣어도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는 겁니다.




스마트워치




 삼성이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공개하고, 퀄컴도 톡이라는 시계형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미래 비전이라는 웨어러블 컴퓨팅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관심은 뜨겁지만, 실상 소비자들은 시큰둥합니다. 생소한 제품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도저히 왜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계형 제품이 꼭 필요한가?'하는 의문을 두는 반응도 나타납니다. 새로 공개된 갤럭시 기어나 톡이 기존 시계형 제품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데다 그 이상 다른 걸 보여주기에는 한계도 크게 부각된 탓입니다. 특히 갤럭시 기어는 카메라를 장착하거나 서드파티 개발자와 제휴하여 다양한 앱 제공, 그리고 기존 스마트 워치 기능 대부분이 모두 들어갔음에도 혹평이 이어졌습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핵심




 필자는 얼마 전, '웨어러블 스마트폰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굳이 시계형 제품이 스마트폰과 같은 형태일 필요가 없다고 말이죠. 그 의견의 연장선과 같은데, 현재 출시되고 있는 시계형 제품들은 시계라는 프레임에 갇혀있습니다. 필자는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컨셉 중 시계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전자시계라는 제품군이 이미 시장에 있고, 이 형태를 기반으로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기 가장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액정을 담을 수 있으니 스마트폰처럼 터치스크린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부품과 플랫폼에 따라 스마트폰의 형태를 착용하게 하는 가장 쉬운 것이 시계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쉽다는 것 때문에 시계의 형태에 아이디어가 고립됩니다. 필자는 만약 스마트한 시계를 만든다고 한다면 기존 시계 시장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이라 말한 적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장벽은 너무 높고,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계라는 형태를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선보였습니다.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세 가지를 언급합니다. '폰(Phone)', 아이팟(iPod), '인터넷 커뮤니케이터(Internet Communicator) '. 스마트폰을 막 접한 사람이라면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세 가지는 현재까지도 스마트폰의 핵심입니다. 먼저 폰은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의미합니다. 전화뿐만 아니라 현재를 본다면 페이스타임 같은 서비스도 포함되는 것이죠. 아이팟은 음악만을 뜻하는 것 같지만 컨텐츠를 의미합니다. 초기 음악에서 복합적인 컨텐츠로 발전했다고 봐야겠죠.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는 말 그대로 인터넷입니다. SNS 등을 생각해본다면 폰과도 연결해볼 수 있겠죠.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이 손안의 컴퓨팅을 제대로 실현했지만, 이를 실행한 것은 컴퓨터를 집어넣고자 함이 아니라 3가지 핵심을 녹아들도록 한 것이 전부입니다.

 필자는 시계형 제품의 핵심으로 '알림(Notification)', 헬스케어(Health-Care), '결제(Payment)', 세 가지를 꼽습니다. 알림은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것이 아닌 클라우드를 통해 개인화된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알림 내용은 클라우드로 저장되어 사용자에게 전달되며, 예를 들어 일기예보로 30분 뒤에 비가 온다는 걸 알려주거나 약속 시각을 알려주거나 등 말입니다. 알려주는 방식은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소리든 진동이든 문자든 그건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발전하겠죠. 헬스케어는 활동 상태를 체크하는 겁니다. 컨셉상 스마트폰과 달리 몸에 계속 착용하고 있다는 점은 스마트폰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이미 퓨얼밴드나 조본업 같은 제품으로 상품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증명되었습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하면 단순한 활동량/칼로리 측정이 아닌 혈압 체크나 혈당 체크 등으로 확장할 수 있겠죠. 이미 기술은 있으니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될 겁니다. 결제는 찜질방을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카드보다 편한 지갑을 실행하겠다고 하지만, 스마트폰 단독으로 결제하는 것은 보기 좋게 늘어나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팔에 항상 결제 장치를 달고 있다면 결제가 훨씬 편해질 수 있죠. 물론 내구성의 문제로 분실되거나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장치도 충분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아니 그럼 저 세 가지만 들어가면 성공하는 스마트 워치가 된다는 거냐?!?'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얘기하는 것은 핵심입니다. 다만, 그것은 시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장치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핵심을 가지고 본다면 굳이 형태가 시계일 필요는 없습니다. 뭐 굳이 명칭을 새로 만든다면 '스마트 밴드'정도 되겠지만, 워치든 밴드든 손목에 착용하는 컴퓨팅 제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중요한 것이 세 가지 핵심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웨어러블 컴퓨팅이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목에 착용하는 제품으로서 세 가지 핵심을 소비자들이 이해하도록 하고, 왜 사야 하는지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제품만 된다면 굳이 시계라고 소개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기꺼이 그 제품을 구매할 것입니다.




웨어러블 컴퓨팅



 꼭 알림, 헬스케어, 결제가 들어가야 완벽한 스마트 워치라던가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제조사마다 생각하는 핵심이 다를 것이고, 방향도 다를 것이므로 그것을 어떻게 제품에 담아내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역시나 중요한 건 그 핵심을 분명히 하고 시계라는 장치에 스마트폰으로 덧씌우는 것이 아닌 손목에 착용하는 컴퓨팅 제품으로서 어떠해야 하냐고 하는 원초적인 문제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제조사들은 그런 부분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으며, 출시되는 제품들도 그런 제품들 뿐입니다. 쓸모없는 기능만 덕지덕지 많죠.


 물론 핵심만 가지고 웨어러블 컴퓨팅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다만, 아이폰이 처음 폰, 아이팟,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만을 핵심으로 꼽았으나 확장해 나갔던 것처럼 웨어러블 컴퓨팅도 그런 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먼저 앞서 버리려고 한다면 굳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구매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왜 스마트 워치라고 불리는 것을 구매할 필요가 있는지, 그 제품이 도대체 뭘 위한 것인지부터 설명한 다음 확장해나갈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핵심을 확실하게 내비치는 것이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방법일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갤럭시 기어보다 나이키의 퓨얼밴드나 조본업, 미스핏 샤인에 구매 욕구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시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손목에 감는 무언가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 손목시계라는 걸 만들 때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손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컴퓨팅 활동을 추려내고 핵심을 잡은 뒤 제품을 디자인하여 소비자들이 그 핵심을 충분히 인지하고 향후 뻗어나갈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야 이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은 왜 스마트 워치가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몫이자 혁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