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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안드로이드의 정당한 '갑질'


 IDC의 조사를 보면 지난 4분기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8.1%에 육박했습니다. 지난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량만 무려 7억 9,000만 대였으며, 안드로이드의 시장 지위는 과거 윈도 XP 이상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성장으로 구글은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여 시가총액은 골드만삭스까지 넘어섰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정당한 '갑질'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삼성과 같은 최대 수혜자도 등장했습니다. 오픈 소스로 누구나 안드로이드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제조사를 끌어들였는데, 문제는 오픈 소스지만, 구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영향력은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가 안드로이드 수장으로 자리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삼성은 구글의 요청에 따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본 앱을 축소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구글이 직접 항의한 것으로 안드로이드 기본 앱과 기능이 겹친다는 겁니다. 또한, 이후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탑재하고자 하는 앱을 삼성이 선점하는 것을 견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탑재 앱 축소로 삼성은 안드로이드 안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당장 축소되는 앱이 적다 하더라도 구글이 지속해서 간섭했을 때 전략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없게 됩니다.
 
 지난 18일, 모바일 마케팅 매거진(Mobile Marketing Magazine)은 '새로운 안드로이드 장치는 반드시 킷캣(KitKat)이 탑재되어야 한다.'는 구글의 메모가 유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메모의 내용을 보면 '2월부터 구형 안드로이드를 쓴 제품에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있으며, '다음 버전 출시 후 9개월 동안 유효한 GMS 승인창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즉, 킷캣을 탑재하지 않은 안드로이드 기기는 구글플레이와 지메일, 구글맵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메모는 주요 제조사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의 이런 방책은 여전히 2%를 넘어가지 못한 킷캣의 점유율에 있습니다. 상승은 하고 있지만, 이전 버전인 젤리빈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진저브레드가 같은 형상을 보였으니 자연스럽게 이행될 문제인데, 구글이 직접 조절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를 두고, 구글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비등했던 iOS의 점유율을 이젠 훌쩍 넘어버렸고, 사실상 아이폰과 윈도폰 외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폰이 되었기에 점유율의 지위를 들어 제조사에 일명 '갑(甲)질'을 한다는 겁니다. 위의 내용이 중요한 것은 '구글이 제조사에 언제든 간섭할 수 있다.'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똑같이 시행되든, 그렇지 않든 제조사를 옭아맵니다. 이미 구글은 지난해 주요 응용프로그램과 API를 GMS로 옮겨 대안이 없는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라이센스 과금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논란도 있었던 탓에 구글의 통제가 제조사를 벌벌 떨게 할만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구글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제조사로서 안드로이드를 성장하는데 공헌했으니 억울한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그것을 두고 구글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마존을 봅시다. 아마존이 출시한 태블릿인 킨들파이어는 안드로이드로 구동되지만, 구글플레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마존이 개발한 아마존 앱스토어가 탑재되어있고,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대표적인 태블릿 제품으로 자리했습니다. 아마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서도 구글플레이에 대한 충분한 대안이 있었던 아마존은 오픈 소스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서 폐쇄적인 GMS의 영향은 받지 않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사례를 충분히 구글의 간섭을 받지 않고도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간단히 말해서 제조사가 구글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면 아마존처럼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안드로이드는 포크 버전으로 제공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글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어서가 아니라 '구글이 생태계 확장을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는 말 그대로 제조사입니다. 플랫폼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성장한 제조사는 없습니다. 삼성앱스 등도 결국에는 구색을 위한 것일 뿐, 구글은 꾸준히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 계정을 사용하도록 유도했고, 이는 검색, 메일, 지도, 유튜브, 구글플레이 등 구글 서비스로 이어지게 하여 구글이라는 플랫폼에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습니다. 그나마 플랫폼의 가능성을 지닌 기업이라면 소니라고 해야겠지만, 그 소니조차 플랫폼 경쟁에 밀리면서 구글에 의존하게 된 것이 현재입니다.
 
 구글이 운영체제를 개발했기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역량을 수년 동안 키워왔고, 제조사들은 운영체제에 존속하는 것이 아닌 구글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에서 놀아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을 '구글이 부당한 갑질을 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안드로이드는 내내 오픈 소스로 존재하며, 구글은 단순히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권한을 제조사에 요구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메일, 지도와 같은 서비스를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서드 파티와 제휴하면 매우 쉽죠.
 
 이를 두고 '삼성 등이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삼성도 타이젠을 준비하고는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운영체제만 바라보는 것은 구글 의존도를 줄이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아마존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서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가 아닌 플랫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플랫폼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글의 플랫폼 위에 놓인 것을 제조사들이 억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물론 억울한 점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구글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 제조사들이 플랫폼 역량 강화에 뛰어들지 않으면 영영 시장 지위는커녕 회사 존속까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아주 많이 기울었습니다.
 


 폰 아레나(Phone Arena)는 앤디 루빈의 발언을 들어 삼성이 2005년에 안드로이드를 살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유명한 일화 중 하나지만, 삼성은 안드로이드 수혜자가 아닌 안드로이드의 주인이 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삼성의 모습을 볼 때 안드로이드를 사들여 구글처럼 플랫폼으로 성장시켰을 것이라고 돌아보긴 어렵습니다. 당장 휴대폰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제조사로서는 장기적인 플랫폼 전략은 귤을 먹기 위해 귤을 직접 재배하려는 것과 같았으니까요. 애초에 그런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안드로이드를 샀겠죠.
 
 제조사들은 구글과 손을 잡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관계에서의 협력입니다. 플랫폼은 경계 없이 그 누구나 경쟁하는 곳이고, 누가 얼마나 더 튼튼하고, 넓은 판을 짜느냐의 경쟁입니다. 그것은 갑, 을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부터 시장 원리에 존재하던 문제이며, 기회는 여전히 있습니다.
 
 과연 어떤 제조사가 구글의 영향에 영리하게 대처할 것인지, 아니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대로 구글의 플랫폼에서 놀아날 것인지 남은 여지를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