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처음 등장한 구글의 크롬 OS 탑재 랩톱인 '크롬북(Chrome Book)'은 웹 응용프로그램만 동작한다는 점에서 생소한 제품이었습니다.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도 않지만, 저렴하게 간단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래도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며, 제조에 뛰어드는 제조사도 삼성과 에이서 외 늘어났죠.
크롬북을 주목하라!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구글이 크롬북을 크게 앞세우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 입니다. 올해 초, 크롬북 픽셀(Chromebook Pixel)이라는 높은 사양의 크롬북을 출시하더니, 지난 9월에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추가 지원하는 업데이트로 다양한 폼팩터의 크롬북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가 조금은 나타나나 봅니다.
성과
NPD는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기업과 교육 시장에서 판매된 1,440만 대의 모든 PC 중 9.6%가 크롬북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0.2%의 점유율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입니다. 이를 랩톱에서만 두고 보면 21%의 점유율에 달하는 것이며, 커머셜 채널에서 판매된 랩톱 5대 중 1대는 크롬북이라는 얘기입니다.
판매량을 따지면 약 140만대 수준이며, 커머셜 채널만 집계되었지만, 성장 측면만 보자면 가장 상승한 항목입니다.
이런 결과는 올 초부터 예상되었던 것이기도 한데, 포브스는 지난 2월 보도를 통해 2,000여 곳의 미국 학교가 크롬북을 교육용 PC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웹을 기반으로 관리와 업그레이드 비용이 적다는 점을 강점으로 교육 현장에서 비용 절감과 함께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하기에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받은 겁니다. 당시에는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PC 시장을 지배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전체 PC가 침체를 겪으면서 그 와중에 관심을 받은 크롬북은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500만 개의 기업이 채용한 엔터프라이즈 구글 앱스를 가지고, 저렴하게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신생 기업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현재 구글 문서 도구의 사용자만 1억 2,000만 명이니 저렴하고 간편하게 문서 작성할 목적의 기기를 원한다면 기업으로선 크롬북을 고려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편해진 것이죠.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빠른 의사 전달과 업무 처리를 위해서도 도입할만 합니다. 크롬의 개념이 플랫폼이 플랫폼을 넘나드는 포괄적인 형태다 보니 모바일로 업무를 보는 일이 늘면서 이를 보조할 PC로 윈도우 랩톱을 구매하기보단 저렴한 크롬북을 두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크롬북이 단숨에 성장한 것은 놀라운 성과입니다. 낙하 중인 PC 시장에 PC 제조사들이 뛰어들만한 명분을 남기기 충분했으며, 2014년에는 크롬북의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진득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 논의에는 크롬북이 넘어야 할 과제도 포함될 것입니다.
과제
크롬북이 커머셜 채널에서 높은 성장을 보이긴 했지만, 일반 소비자시장에서는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기업과 교육 시장의 PC 교체 시기에 따라 빠르게 보급은 되더라도 일반 소비자시장의 파이를 얻지 못한다면 성장세가 정체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크롬북의 가장 큰 경쟁 제품은 태블릿입니다. 태블릿은 크롬북의 성장이 두드러졌던 커머셜 채널에서도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PC 침체에 따른 대체 품목으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크롬북이 약세를 보인 일반 소비자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기에 크롬북이 정체된다면 경쟁 측면에서 뒤처지게 될 것입니다.
대체로 저사양, 저가 품목에 몰려있다는 점도 크롬북이 풀어내야 할 문제입니다. 구글이 출시한 고급형 크롬북인 크롬북 픽셀은 199달러 수준의 일반적인 크롬북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1,299달러입니다. 마감이나 디자인, 사양 등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실상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애초 판매에 주력할 제품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비슷한 사양과 가격의 울트라북을 본다면 크롬 OS 자체가 가진 한계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적정 수준의 사양과 가격을 정해버린다는 겁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크롬북의 사양이 아무리 높아 봐야 웹 응용프로그램에 제한되는데 의미가 있을까?'하는 것인데, 크롬 OS는 클라우드와 가상화를 통해 확장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그런 쪽을 염두에 두고 만든 운영체제죠. 그러나 클라우드와 가상화 전략을 크게 내다본다면 높은 사양의 크롬북도 필요하게 됩니다. 크롬 OS는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을 자꾸 넓혀야 하고, 그에 맞춰 고급 제품들도 제시되어야 구글의 야심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크롬이 픽셀을 개발한 이유도 거기서 찾게 됩니다. 다만, 필자는 지난 2월 픽셀이 출시된 후 '픽셀을 개발한 이유는 알겠지만, 이를 시작으로 고급형 크롬북 시대가 열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올해 커머셜 채널에서 보여준 모습이라면 크롬북이 더욱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지기 위해, 그리고 일반 소비자시장에서의 회의감을 거두기 위해서도 크롬북의 고급화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만한 지점이 되었습니다.
지난 9월, 구글은 인텔과 협력하여 하스웰 프로세서를 탑재한 차세대 크롬북을 도시바, 에이서, HP, 에이수스 등의 공급할 계획이라고, 고급화 전략에 대해 살짝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고급 크롬북을 내년에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내놓게 될지 주목됩니다.
마지막 과제는 오프라인 웹 앱 확보입니다. 구글은 얼마 전, 크롬 웹 브라우저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바로 웹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오프라인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크롬 웹 스토어에는 '데스크톱'이라는 섹션이 새로 생겼으며, 여기서 내려받는 앱은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합니다. 이를 위해 '앱 런처(App Launcher)'라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앱 런처는 크롬 OS뿐만 아니라 윈도우와 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데, 크롬 웹 브라우저를 따로 실행하지 않아도 앱 런처에서 추가된 웹 앱을 실행할 수 있고, 데스크톱 섹션의 앱은 오프라인에서 마치 네이티브 앱처럼 동작합니다.
이전의 크롬 OS는 '통신 연결이 되어있지 않으면 깡통'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지만, 구글이 오프라인 웹 앱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오프라인 활용이 방대해졌습니다. 이는 사용자에게도 장점이고, 크롬의 버전에 상관없이 응용프로그램이 작동한다는 것에서 개발자에게도 장점이 됩니다.
구글은 내년에 이 오프라인 웹 앱 확보에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이미 애니두(Any.do), 500px, 포켓(Pocket), 오토데스크(Autodesk)의 픽슬러 터치 업(Pixlr Touch Up)과 같은 앱은 오프라인에서 실행할 수 있으며, 크롬 OS가 더는 오프라인 깡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프라인 웹 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앞서 얘기한 고급화 전략도 한발 다가설 수 있을 테고, 크롬북이 기존 PC와 다른 경쟁력을 얻어 회의감을 누를 수 있습니다.
< 크롬 웹 브라우저 없이 단독으로 작동하는 오토데스크(Autodesk)의 픽슬러 터치 업(Pixlr Touch Up) >
크롬북
NPD의 조사 결과를 두고, '커머셜 채널만의 성과라면 별거 아니다.'고 넘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크롬북에 대한 인지 자체가 시장에서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러나 필자는 크롬북이 아주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다고 판단합니다. 일정 수준 보급이 이루어졌고, 그게 기업이든 학교든 실제 사용자가 늘었다는 점에서 남은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일반 소비자시장에서도 크롬북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2014년이 크롬북을 재평가할 1년이 될 것이며, 구글이 제시한 새로운 가능성을 한껏 열어젖힐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점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입니다.
크롬북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과연 구글이 크롬북을 들고, 어떤 식으로 비전을 제시하게 될 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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