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시장은 계속 성장 중입니다. 가트너는 올해 태블릿의 출하량이 1억 8,4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전년보다 53.4% 늘어난 것으로 내년에는 2억 6,3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태블릿 시장의 출발을 아이패드가 알렸다면, 폭발적인 성장을 가속한 것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입니다.
구글 플레이, 태블릿 구분이 가지는 의미
그러나 성장에 기여한 것 외 실제 사용 측면에서 안드로이드의 태블릿 지원은 형편없습니다.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용하기에 충분할 뿐 여전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 중 하나가 태블릿 전용 앱의 부족인데, 구글 플레이조차 이것을 뒷받침하지 못했었습니다.
태블릿 카테고리
구글은 구글 플레이에 'Designed for tablets'이라는 태블릿에 최적화된 앱을 구분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추가했습니다. 또한, 태블릿으로 구글 플레이에 접속했을 때 태블릿을 지원하지 않는 앱을 선택하면 상단바로 알려주도록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태블릿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따로 태블릿 앱을 찾거나 다운로드해보고 판단해야 했습니다. 만약 리뷰로도 파악되지 않은 앱을 다운로드했는데, 태블릿을 지원하지 않으면 실망해야 했죠. 달리 대체할 앱이 없다면 휴대폰용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태블릿 카테고리가 생겨 그런 불편은 줄어들 것입니다. 사용자는 다운로드하기 전에 태블릿에 적합한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고, 태블릿만을 위한 앱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들도 따로 설명해야 할 수고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원입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처음 출시된지 수년이 지났으면서 이제서야 이런 지원을 한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에이수스가 제조한 넥서스 최초의 태블릿인 구글의 넥서스7 1세대가 출시된 지 약 1년 6개월이 되었으며, 넥서스 10도 1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2세대가 나온 시점에 와서야 태블릿 전용 카테고리를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의미
가트너는 운영체제를 기준으로 올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은 49.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이패드는 48.6%로 예상되어 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이패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실제 넘어서든 넘어서지 않든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비등비등하고, 많은 제조사에서 쏟아지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대해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탓에 약간의 차이는 조삼모사입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이패드 수준의 경쟁력을 얻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달리 얘기하면 아이패드를 쓰는 만큼 안드로이드 태블릿 사용자도 늘어났다는 것이며, 태블릿 사용자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소비자층이 형성되었다는 겁니다. 구글이 그간 태블릿 지원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딱히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원해줘야 할 지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태블릿 전략을 보면 알 수 없지만, 제법 갈팡질팡합니다. 허니콤이라는 태블릿 전용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더니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합쳐버렸고, 넥서스 7을 출시하더니 실질적인 전략은 가격에 두어 생태계 지원에 있어 눈에 밟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 구글이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구글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구분하려 했으며, 통합해서 운영하려 했고, 래퍼런스 제품으로 통제를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글 나름의 생태계에 대한 노력은 기울인 셈입니다.
구글이 태블릿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다른 전략으로 생태계 조정에 나선 이유와 이조차 전략적인 측면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제조사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부분이고, 서드파티 업체들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앱을 개발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는 생태계가 어떻든 제품 판매가 당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생태계라는 것은 자사 제품에 특별한 것일 때만 중요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드파티 업체가 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뛰어들어도 별다른 티가 나지 않습니다. 안 팔리는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부분이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제조사나 서드파티 업체의 이익과 상관없이 소비자층이 원하는 거대한 개척지가 형성된 것입니다. 단지 소비자층이 넓어진 탓에 말이죠. 구글의 태블릿 전략이 여태까지 어떠했든 구글은 소비자에 이끌려 태블릿 카테고리를 열어야 하고, 부족한 태블릿 부분을 지원해야 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구글이 본격적으로 태블릿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기보단 소비자들의 태블릿 구매가 늘어나면서 구글이 별다른 전략 없이 소비자 지향적인 형태의 지원만 하더라도 되는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태블릿 카테고리가 잘 보여줍니다.
이것을 실마리로 본다면 제조사나 서드파티 업체들도 무시할 수 없고, 안드로이드 생태계 강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글이 태블릿 전용 카테고리를 나눈 덕분이 아니라 나누어야 할 시점까지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태블릿
태블릿에 여전히 회의감을 가지는 사람은 많습니다. 필수가 된 스마트폰과 달리 유행일 뿐이라거나 노트북보다 생산성 효율이 떨어져 유행이 멈추는 시점에 시장도 축소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태블릿보다 더 획기적인 제품이 나온다면 태블릿 시장은 당연하게 축소할 테죠. 그러나 태블릿 시장이 과즙을 얻을 만큼 무르익었다는 것은 IT 경제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구글이 갈팡질팡하며, 미지근했던 것을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게 한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확고하게 만든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지원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커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태블릿의 경쟁력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 무르익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그러했지만, 더는 태블릿이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 아니라 제대로 대해야 할 제품이며, 소비자층이 충분히 형성되어 자연스럽게 시장의 형성과 성장이 이뤄지게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운 지점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열매를 얼마나 잘 따내느냐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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