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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폰 6 Plus의 포지셔닝


 애플이 아이폰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4.7인치의 아이폰 6와 5.5인치의 아이폰 6 Plus가 주인공입니다. 3.5인치에서 4인치로 커질 때보다 넓어진 수치도 크고,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출시하는 스마트폰의 크기입니다. 이달 중으로 1차 출시국에 출시할 예정이며, 12일부터 예약에 들어갑니다.
 


아이폰 6 Plus의 포지셔닝
 
 출시가 코앞인 만큼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는 많습니다. 기대했으나 디자인에 실망했거나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발표하니 구매할 생각이 든 소비자도 있겠죠. 문제는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5s와 아이폰 5c는 제품 간 큰 차이가 있었지만, 아이폰 6와 아이폰 6 Plus는 화면 크기 외 디스플레이와 흔들림 보정을 빼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아이패드 라인업과 비슷한 것이죠.

 


 이전 대화면 스마트폰과 다르게 최근 대화면 제품들은 측면 베젤을 줄이면서 5인치 이하라면 한 손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크기를 제공합니다. 아이폰 6도 4인치에서 4.7인치로 커졌지만, 가로로 8.4mm 밖에 차이 나지 않으며, 1세대 아이폰과 6mm 차이입니다. 대신 더 길어져서 슬립버튼이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동그란 홈버튼의 특징을 생각하더라도 한 손으로 사용하기 불편한 크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폰 6 Plus는 다릅니다. 아이폰 6와도 10.8mm 차이이며, 아이폰 5s와 19.2mm 차이입니다. 한 손으로 사용하긴커녕 아예 한 손 조작 모드를 탑재했고, 한 손 조작을 강조했었던 지난날 애플의 모습과 틀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별다른 기능도 없고, 화면 크기만 키운 아이폰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애초에 키노트에서 iOS 8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데다 아이폰 대부분 기능이 iOS에 포함해있으며, 6월에 먼저 내보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새로운 아이폰이 크기만 커졌다는 건 iOS와 따로 보겠다는 겁니다. 아이폰 5가 공개되었을 때 '길이만 길어졌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iOS 8의 완성도와 평가에 따라서 아이폰 6와 아이폰 6 Plus의 판매량이 결정될 것이고, 단지 크기가 선택의 조건으로 반영됩니다. 그건 발표 다음날 3.07% 상승한 주가가 방증하고 있죠.
 
 즉, iOS를 통해 아이폰을 선택하고, 아이폰의 선택에 크기라는 조건이 생겼다면 그것이 아이폰을 키운 애플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만약 한 쪽으로 판매가 크게 기울면 전략에 구멍이 생기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러므로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아이폰 6보다 무려 1.5인치나 커진 아이폰 6 Plus의 포지셔닝, 애플이 포지셔닝을 마련한 이유가 차세대 아이폰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어째서 한 손 성애자였던 애플은 5.5인치의 아이폰 6 Plus를 내놓았을까요? 필자는 이미 '애플, 대화면 아이폰은 내놓을 적기'라는 글을 통해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줄었고, 애플이 이를 메우기 위해 대화면 아이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아이폰의 크기가 커질 것이라는 뜬소문은 있었기에 당연한 순서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문제는 이미 지난해도 있었고, 그래서 지난해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을 내놓을 시기'라는 글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패블릿이 태블릿을 잠식했다.'

 그런데 이 잠식의 의미가 이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전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함께 구매하기보단 패블릿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태블릿과 별개로 패블릿 시장이 형성해 있습니다. 패블릿으로 크게 재미를 보고 있는 삼성의 주력 모델인 갤럭시 노트의 과거와 현재의 마케팅 포인트를 비교하면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래서 오늘날 소비자들이 패블릿으로 이동하는 건 '태블릿에서 확장한 경험을 기대할 수 없고, 태블릿의 일부 경험을 스마트폰에서 기대하기 위함'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일반적인 태블릿의 용도는 멀티미디어 소비입니다. 게임, 음악, 동영상 같은 것들이 주류고, 여기서 간단한 생산성이 포함된 것입니다. 하지만 태블릿은 점점 전문 생산성 쪽으로 이동합니다. 7인치대 태블릿은 주류에서 밀려났고, 제조사들은 큰 화면의 태블릿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휴대하면서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위해선 휴대가 간편해야 하고, 태블릿은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할 만큼 휴대성이 좋지 못합니다. 하지만 태블릿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겪었던 소비자는 그보다 휴대성이 편리한 패블릿으로 넘어가고, 전문 생산성으로는 큰 태블릿이 두드러졌습니다.
 
 NPD 디스플레이서치의 보고서를 보면 1분기 태블릿 출하량은 7.9인치 이하 제품이 줄었고, 8~10인치, 11인치 이상 제품이 늘어났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태블릿 사용자층은 전문적인 생성성, 혹은 업무 분야 등에서 확대하며, 멀티미디어 위주의 사용자층이 패블릿으로 이동하면서 태블릿과 패블릿의 영역이 완전히 구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되레 패블릿이라는 용어가 어중간해졌을 만큼, 용도가 결합하여 태블릿을 잠식하는 것이 아닌 용도를 분리하여 7.9인치 이하 태블릿의 소비자와 수요가 패블릿으로 이동하여 양분한 형태를 이뤘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7.9인치 이하 태블릿 판매량이 유지되었어야 하죠.
 
 애플도 7.9인치 이하 제품으로 아이패드 미니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은 떨어졌습니다. NPD 디스플레이서치의 보고서와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라인을 양분할만한 기기를 마련하지 않고선 아이패드 미니로는 해당 수요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것이 아이폰 6 Plus의 포지셔닝입니다.
 
 '애플이 대화면에 무릎을 꿇었다.'는 건 과도한 표현이겠고, 냉철하게 얘기하자면 '5인치 이하의 스마트폰, 패블릿, 태블릿의 경계가 겹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게 되면서 라인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는 쪽이 시장 상황과 들어맞는 말입니다.
 
 


 물론 애플은 이를 표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괴이한 한 손 조작 모드를 탑재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라인업만 보면 만약 아이폰 6 Plus를 한 손 조작이 불편한 사용자는 아이폰 6를 구매하거나 휴대하면서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것에 조금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아이패드를 휴대하지 않고, 집에서 사용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포지셔닝을 갖출 수도 있었지만, 과거 한 손 조작에 집착했던 걸 민망하게 보이지 않도록 억지로 한 손 조작 모드를 넣었습니다.
 
 5인치 이하 스마트폰과 패블릿의 경계를 소비자에게 인식하길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자존심 문제인지 아이폰 6 Plus의 포지셔닝은 상기한 것처럼 구성해놓고, 여전히 한 손 조작에 집착하는 듯 보이게 한 건 좋지 않은 전략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대신 한 손 조작 모드가 있으나 없으나 1분기 아이패드의 판매량이나 NPD 디스플레이서치의 자료처럼 시장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면, 구분할 수 있게 된 수요를 아이폰 6 Plus로 채울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소비자에게 크기의 선택권을 주기 위한 iOS 8의 선전이 전제되어야 하고, 앞서 완성도와 평가가 아이폰의 크기 변화보다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얘기한 이유입니다. 이제 출시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