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 페이, 모바일 결제의 판도를 바꿀 것


 '휴대폰으로 결제한다.'
 
 이 문장을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신기하게 보는 이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역이라면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신기하지 않은 모바일 결제의 활용은 제자리걸음이고, 여전히 사각형의 카드는 늘어나고 있으며, 카드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깊습니다. 카드사들조차 마케팅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죠.
 


애플 페이, 모바일 결제의 판도를 바꿀 것
 
 지갑 대신 휴대폰만 들고 다니면서 결제하면 될 것을 아직도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제약이 많고, 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하다는 것이고, 불편하다는 건 단순히 결제 과정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인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애플은 지난 9일, 차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6와 아이폰 6 Plus를 공개하면서 NFC 기반의 새로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Apple Pay)를 공개했습니다. 방식만 보면 그리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NFC 전송과 애플이 제공하던 패스북, 터치 ID를 이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결제를 위한 장치만 마련했을 뿐입니다.
 
 애플 페이는 직불카드를 패스북에 등록하고, 결제 시 해당 정보를 아이폰으로 전송합니다. 그러면 결제 금액을 확인하여 터치 ID로 본인 인증을 거치게 되고, 카드 정보와 결제 금액을 암호화한 뒤 NFC 단말기로 전송하면 결제가 완료됩니다. 특징이 있다면 터치 ID를 활용하는 것인데, 지문 인식을 통한 결제 인증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이폰 5s에 처음 탑재하여 잠금 해제와 앱 결제만 가능하게 했던 부분의 높은 활용도가 신용 결제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타 지문인식 기능이 결제는커녕 아주 기초적인 활용에서 터치 ID와 위치를 달리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터치 ID의 활용을 의심할 여지는 없습니다.
 
 애플은 애플 페이를 위해 마스터카드, 비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손을 잡았으며, 이들 카드사 가맹점을 토대로 NFC 단말기가 설치된 22만여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당장이라고 할 수 없는 건 아직 새로운 아이폰의 배송이 진행되지 않았고, 서비스를 10월부터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서비스인 구글 월렛이 초기부터 가맹점 확보에 열을 올렸고, 협력 카드사와 수수료 문제 등 잡음이 끊이질 않은 데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오랫동안 쏟아부었음에도 크게 앞서나가지 못했다는 걸 돌이켜보면 거의 무임승차 수준으로 접근한 애플의 행보는 단연 독보입니다.
 
 거래 수수료는 0.15%로 구글월렛, 스퀘어, 페이팔히어 등 직불카드를 사용하는 기존 전자결제 서비스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저렴합니다. 애플은 애플 페이를 플랫폼 전략으로 활용할 생각이지 결제 서비스로 돈을 벌 생각이 없어 보이며, 대신 다른 업체들이 가맹점 확보를 위해 홍보에 막대한 돈을 쓰고, 수수료를 벌어들이면서도 유지하기에 바빴던 탓에 수수료 장사가 의미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글월렛을 위협한 스퀘어가 흑자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아마존이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결제 시장에 진출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도저히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애플 페이는 존재감만으로 기존 결제 서비스를 압도합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기존 서비스들이 활성화를 위해 했던 것을 애플 페이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게 경쟁 방식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서비스들은 가맹점 확보를 위해 결제 방식에 대해 무진장 긴 설명을 달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설득을 마치면 수수료에 대한 협상과 마치 가맹점이 모바일 결제를 도입하는 것이 진보하는 방법이며, 거기서 고객의 만족도가 오르고, 수수료를 대가로 지급해야 함을 강조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늘어날 테고, 그만큼 업체들의 수익도 올랐을 겁니다. 결국, 흑자로 돌아설 테니 투자자들이 결제 서비스에 주목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애플은 복잡한 설명을 하기보단 카드사와 협력하여 NFC 단말기에 올라탔을 뿐이고, 수수료를 왕창 떨어뜨리면서 모바일 결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패스북의 활용 방안을 늘려서 정착하게 했고, 터치 ID도 좋은 평가 속에 결제 기능을 얻게 되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하여 간편한 모바일 결제를 위한 전제만 갖춘 것입니다. 그리고 NFC 단말기가 보급되면서 딱히 거부할 수도 없지만, 온갖 결제 서비스들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어진 가맹점의 확보까지 이루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모바일 결제를 하도록 꾸몄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전에는 모바일 결제 활성화에 집중했던 시선들이 보안으로 쏠리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애플 페이가 활성화라는 단계보다 한 칸 더 올라선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기존 직불카드의 보안성을 가지고, 따로 결제 단말기를 통해야 했던 것이 애플이 NFC 단말기에 그대로 들어간 탓으로 스퀘어나 페이팔,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마존은 돌아버릴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구글이나 삼성이 밀어내지 못했던 업체들을 애플이 밀어내게 되었다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NFC 결제에 앞섰던 구글과 삼성도 그 덕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를 두고, '그냥 아이폰에 NFC를 탑재한 것이 전부이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패스북이나 터치 ID의 존재, 덧붙이면 손목에서 결제를 가능하게 할 애플 워치까지 빠진 것 없이 갖춰진 구성에 NFC가 들어갔다는 것이 중요하며, 모바일 결제 시장 자체가 들썩이게 되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광경이 정말 신기하지 않은 광경이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NFC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작년에 아이비콘으로 결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던 걸 NFC를 탑재하여 여타 결제 업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상당히 조용하면서 큰 무대를 만들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달리 생각하면 NFC가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아이비콘이라는 자체적인 통신 플랫폼의 확장을 더디게 할만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비콘의 기능이 결제에 국한되진 않았으나 NFC와 분리한다는 건 직관적이지 않으니까요.
 
 즉, 애플은 NFC와 아이비콘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비콘을 NFC 다음 단계로 보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전달하는데, 애플이 이전에 NFC를 탑재하지 않은 이유로 '아직은 바코드만으로 충분하다.'라고 답했던 걸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당시 NFC 단말기는 보급 중인 상황이었고, 바코드 스캐너를 널린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NFC 단말기를 찾기 어렵지 않은 수준이 되었고, 애플은 NFC 결제를 제공합니다.
 
 애플은 현재 아이비콘을 통해 NFC 결제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궁극적으로 NFC 보급에 아이비콘 보급을 함께 노리고 있습니다. 아이비콘 보급이 수월해졌을 때 통합하는 과정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구글 외 업체처럼 빠르게 독자적인 방식으로 경쟁하려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때를 맞춰 제공하는 애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이 애플 페이가 모바일 결제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