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에디 큐의 손을 거친 3가지


 서비스 분야에서 애플과 구글을 비교하면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훨씬 많습니다. 웹을 기반으로 앱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부터 차이가 벌어집니다. 그러나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이는 애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로 말하곤 합니다.
 


애플, 에디 큐의 손을 거친 3가지
 
 2012년, 에디 큐는 애플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현재 애플이 제공하는 대부분 서비스가 큐의 관리에 있습니다. 그럴만한 것이 그는 25년을 애플에서 근무했으며, 애플의 핵심 서비스들이 전부 그의 손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은 지금, 그는 더욱 빛이 납니다.
 
 


 지난 9일, 애플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Apple Pay)'를 공개했습니다. 무대에서 애플 페이를 소개한 이가 바로 큐입니다. 애플의 이벤트를 빼놓지 않고 봤다면 익숙한 인물이고, 본인이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 기능을 소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큼 애플에서의 위치도 남다릅니다.
 
 그가 소개한 애플 페이는 기존에 있었던 NFC 결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출시하지 않은 시점에서도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완전히 다른 별도의 서비스가 아니라 패스북과 터치 ID, 이미 iOS에 있는 기능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주요 카드사와 은행과 제휴하여 미국에서 카드 결제할 곳의 83% 수준을 애플 페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수료는 무려 0.15%입니다. 2% 수준을 넘나들던 여타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수수료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태껏 경쟁 업체들이 어려워했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보급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다른 서비스들은 여전히 보급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지만, 애플은 보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또한, 터치 ID와 하드웨어 수준의 보안에 대한 설명도 끝난 상황이니 앞선 위치가 다릅니다. 애플 페이가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모바일 결제 시장에 꽤 늦게 발을 뗀 애플이 어째서 경쟁 업체보다 앞설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오프라인 결제에서 어려워지자 온라인을 통해 보급하려 고군분투하는 구글 월렛, 많은 가맹점을 확보했지만, 흑자를 내지 못하는 스퀘어와 애플이 애플 페이라는 서비스를 공개한 순간부터 동등한 경쟁 관계가 아닌 단계가 다른 서비스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2009년, 큐는 아마존과 더 나은 계약을 한 음반사들이 항의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대신 아이튠즈 매치로 구독료를 통한 새로운 이익 창출과 불법 음원에 지쳐있던 음반사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런 균형은 지난해, 애플이 아이튠즈 라디오를 준비하면서 한 곡당 스트리밍 가격을 음반사와 합의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애플은 한 곡당 100회 재생에 0.06달러를 제시했지만, 판도라가 계약한 금액의 반이었고, 협상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결국에 풀어낸 건 큐이며, 가격을 완전히 타협할 순 없었지만, 음원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과 아이튠즈 매치를 통해 스트리밍과 클라우드로 음반사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것, 광고 매출 일부를 음반사가 가지도록 조건을 판도라보다 좋은 조건으로 음반사들과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음반사의 파이를 나누려 하지 않고, 되레 새로운 이익 창출 조건을 제시하여 음반사가 기존에 취하던 이익에 흠을 내지 않도록 한 것이 그의 협상 방식입니다. 덕분에 아이튠즈 라디오가 성공적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아이튠즈라는 거대한 콘텐츠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겁니다.
 
 아이클라우드는 그의 최고 걸작입니다. 잡스는 모바일미를 개선할 임무를 큐에게 주었고, 큐는 아이클라우드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당시 거의 수동적으로 작동하던 여타 클라우드 서비스와 다르게 클라우드 컴퓨팅이 어떤 식으로 동작해야 하는지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아이클라우드였습니다. 사용자는 그저 설정만 하면 아이클라우드의 혜택을 얻을 수 있었고, 애플 제품 간 시너지를 끌어올려 사용자 경험을 확대했습니다. 아이클라우드는 현재 애플 플랫폼 전략의 핵심이며, 그가 맡고 있는 아이튠즈도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편리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튠즈 매치는 아이튠즈의 특징과 아이클라우드를 잘 조합한 서비스입니다.
 
 그가 단순히 서비스 관점에서만 제품을 구상하지 않으며,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토대로 제품에 관여하고 있음을 아이클라우드가 방증합니다. 엉망진창의 모바일미를 개선한 아이클라우드가 애플의 핵심 서비스로 부상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 페이입니다. 그의 협상은 이번에도 빛을 봤습니다. 사실 경쟁사들의 결제 서비스는 카드사나 은행과 대립하거나 그들의 파이를 뺏는 쪽에 있었습니다. 가령 구글 월렛은 카드사와 협력하긴 했지만, NFC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고, 그 부분에 대하여 수수료를 카드사와 나누길 원했습니다. 플라스틱 카드를 계속 사용하게 하면 이익을 구글에 떼주지 않아도 되는 카드사가 구글이 제시한 걸 좋아할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바일 결제에서 뒤쳐저선 안 되니 손만 잡았던 것이죠. 또는 스퀘어 같은 업체는 자체 카드 단말기로 결제하도록 하여 카드사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서로 유연한 관계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수수료를 0.15%로 낮추고, 나머지 이익은 카드사가 가지도록 했으며, NFC에 대한 주도권도 카드사에 줬습니다. 구글이 스스로 가맹점을 늘렸던 건 그래야만 수수료를 카드사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으로 가질 수 있었던 탓인데, 애플은 카드사 가맹점을 곧 애플 페이 가맹점으로 돌려버렸습니다. 이익을 유지하면서 모바일 결제에 참여할 수 있는 애플 페이에 카드사들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대신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늘면 향후 아이비콘 등을 보급하는 전략도 수월해집니다. 카드사에 줄 건 주고, 애플은 가맹점을 폭발적으로 늘려 이득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애플 페이는 패스북과 터치 ID를 활용합니다. 패스북에 카드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보안을 위한 전용칩을 아이폰에 탑재했고, 카드 번호는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보안 칩을 꺼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카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나마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이 NFC 단말기를 해킹하여 카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인데, 애플의 설명으로는 카드 정보는 NFC 단말기에 전달하지 않으며, 결제 정보만 암호화하여 넘어갑니다. 즉, 아이폰이 카드 정보까지 NFC 단말기 쪽으로 넘길 수 있도록 짧은 결제 시간 안에 아이폰 자체 보안을 무너뜨릴 수 있어야 카드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두고, 시만텍은 '애플 페이가 결제 보안 환경의 변화를 예고한다.'면서 '기존 결제 방식의 약점을 극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존 모바일 결제, 혹은 지문 인식을 통한 결제들이 단지 결제를 하기만 했던 서비스였다면 애플 페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조화를 상당히 잘이뤘습니다. 그렇기에 여타 서비스들이 보안은 둘째치고, 보급화에서만 평가를 받았었다면 애플 페이는 보급은 카드사와 은행과의 협력으로 끝난 문제고, '결제 보안성이 올라갔는가?'에 대한 평가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아이튠즈와 아이클라우드에서 보여줬던 특징이 애플 페이에 녹아있고, 이 3가지의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 큐입니다.
 
 


 물론 애플 페이가 보편적인 결제 수단이 된다거나 애플 페이의 보안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겠지만, 서비스를 시작하는 지점에서는 22만 개 수준이며, 참여하지 않는 매장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와 베스트바이죠. 그리고 얼마전, 아이클라우드의 보안에 얼마나 어이없는 구멍이 생겼었는지 생각해보면 이론상 안전한 보안 시스템이라도 구멍이 생길 여지는 존재합니다.
 
 다만, 큐의 손을 거친 아이튠즈와 아이클라우드는 소비자가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애플 페이는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그의 스타일대로 풀어낸 서비스이고, 시작부터 좋은 평가와 경쟁 업체와의 차이를 벌려놓았습니다.
 
 잡스가 없는 지점에서 그가 어떤 인재인지, 애플에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기에 애플 페이는 충분한 서비스가 아니었나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