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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영화 제작에 나선 속내


 유통사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나선 게 낯선 일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제작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내달 시즌 3를 방영할 예정입니다. 이런 행보가 에픽게임즈의 '기어즈 오브 워(Gears of War)'처럼 레퍼런스 위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작자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이득을 보려는 목적이 더욱 강합니다.
 


아마존, 영화 제작에 나선 속내
 
 넷플릭스에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있다면, 아마존에는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가 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 열린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가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으며, 트랜스페어런트는 TV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죠. 스트리밍 콘텐츠가 작품성을 인정받아 주류로 떠올라 기존 매체에 충격을 준 것과 함께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팽팽한 경쟁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지난 13일, 드라마 부문에서 두각을 보인 아마존은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Woody Allen)과 손을 잡고, '언타이틀 우디 앨런 프로젝트(Untitled Woody Allen Project)'라는 계획을 실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앨런이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할 드라마 시리즈의 연출을 담당하여 드라마 시리즈의 성과를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사인 넷플릭스는 제작비 9,000만 달러의 드라마 시리즈인 '마르코 폴로(Marco Polo)'를 12월에 이미 방영했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만큼 성과를 거뒀다고 보긴 어렵지만, '콘 티키(Kon-Tiki)'와 2017년 개봉 예정인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의 감독으로 유명한 '요아킴 뢰닝(Joachim Rønning)'과 '에스펜 잔드베르크(Espen Sandberg)' 등을 제작자로 내세워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아마존도 트랜스페어런트로 자신감을 얻었기에 50년간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하지 않았던 우디 앨런을 내세워 경쟁에 과감하게 나서는 것이죠. 그러나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올해 주요 무대는 드라마가 아닌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존은 19일, '올해부터 매년 12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극장에 우선 개봉할 것'이라는 영화 제작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 작품 로드맵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제작자로 테드 호프(Ted Hope)가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호프는 독립 영화 제작사를 운영 중이며, 70여 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한 베테랑입니다. 그 밖에 각종 독립 영화 관련 수상으로 유명한데, 아마존은 호프의 참여 외 한 가지, 12편이 프레스티지 영화(Prestige Movies)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독립 영화 제작자와 프레스티지 영화 목표는 아마존이 당장 영화로 매출을 올릴 생각이 없다는 걸 방증합니다. 대규모 투자를 하기 보단 규모를 중간으로 잡고, 극장 흥행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영화제 출품이나 작품상 수상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죠. 이는 경쟁사인 넷플릭스와 다른 방향입니다.
 
 넷플릭스는 직접 제작과 배급을 맡은 와호장룡의 속편을 올해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계획에 대해 넷플릭스의 콘텐츠 총괄 임원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극장 상영 후 수개월이 지나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식을 뒤집어야 한다.'라면서 '소비자는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극장 상영 후 1~2개월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이 경계를 없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영화 배급사가 이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이유가 없는 탓에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이죠.
 
 문제는 극장가입니다. 스트리밍 영향력이 강력해지고 있으나 TV 시리즈와 다르게 영화에선 극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분명 집에서 혼자 조용히 영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문화를 즐기는 공간, 고급 영상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등 극장은 단순히 영화 내용만 보기 위한 장소를 오래전에 벗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을 하겠다고 하자 극장가는 보이콧에 나섰죠.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극장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계획이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고, 이에 대한 우려가 영화 제작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마존의 속내가 나타납니다. 아마존이 갑자기 예술혼에 불타올라 영화 제작에 나선 건 아닐 겁니다. 결국,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인데, 아마존은 제작할 영화들을 극장 개봉 후 4주에서 8주 뒤에 아마존 프라임에 독점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즉, 흥행 여부에 상관하지 않으면서 꾸준한 영화 제작으로 극장가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게 아마존의 전략입니다.
 
 또한, 거액을 투자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 프레스티지 영화를 목표로 하는 것도 아마존 전략의 핵심입니다. 만약 블록버스터 영화를 거액 투자로 흥행에 실패했을 때, 동시 스트리밍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대를 최대한 부풀린 후 터뜨려야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성상 터뜨린 다음 스트리밍으로 지속해서 매출을 올리는 전략은 좋지 않죠. 차라리 프렌차이즈 효과를 기대하는 게 낫지만, 엄연히 작품이 아니라 스트리밍으로 이익을 내는 게 아마존의 목적입니다.
 
 대신 낮은 예산의 영화라면 짧은 기간 흥행보다 장기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고, 극장에 우선 개봉하더라도 영화를 보지 않은 수요를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영화제 출품이나 작품상 수상에서 성과를 얻으면 수요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몰리고, 독점 공급의 아마존은 해당 수요를 모조리 당겨올 수 있죠.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품질만으로 다른 배급사, 극장가와 경쟁하고자 한다면 아마존은 영화 스트리밍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을 키우고, 현재 영화 생태계와 맞물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TV 시리즈 성공을 영화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넷플릭스와 뚜렷하게 다릅니다.
 
 


 상기한 것처럼 아마존은 이런 전략으로 당장 매출을 크게 올릴 생각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위험을 줄이고, 영화 생태계를 스트리밍으로 끌어들이는 중에 아마존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게 골자이지,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싶었다면 오히려 작년에 성과를 낸 드라마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러나 목표가 먼 곳을 향하고 있는 만큼 계획대로 나아갔을 때, 영화만큼은 다급한 넷플릭스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평가합니다.
 
 물론 아마존의 경쟁자가 넷플릭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훌루(Hulu)도 꾸준히 자체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케이블 채널인 HBO도 올해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이미 독점적인 인기 콘텐츠를 잔뜩 가진 HBO는 여느 경쟁자보다 위협적이죠.
 
 그렇기에 아마존의 영화 제작 전략은 여러모로 의미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