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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페블, 스마트워치 100만 판매와 미래


 페블(Pebble)은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디어만으로 번뜩일 수 있는 게 아닌 커지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생존해야 할 업체 중 하나이죠. 웨어러블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인 것이 되었으며, 최근 애플과 구글 등 기존 플랫폼 강자들도 뛰어들었기에 페블의 입지가 예전만 못한 것입니다.
 


페블, 스마트워치 100만 판매와 미래
 
 지난해, 페블은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 소재의 '페블 스틸(Pebble Steel)'을 출시했습니다. 메모리를 제외하면 초기 페블 모델과 똑같은 사양이지만, 재질과 디자인 변경으로 패션을 염두에 둔 접근이었습니다. 아주 간결하고 기본적인 형태에 어떤 스마트워치보다 다양한 앱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상위 경쟁력을 지닌 제품임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웨어러블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시점에서는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페블은 자사 스마트워치의 판매가 1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CEO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는 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말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누적 판매량이 40만 대라고 발표했기에 약 1년 만에 60만 대 이상 판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 27만 대는 예약 판매였으니 플라스틱 페블만 있었을 때 13만 대가 직접 팔린 것과 비교하면 페블 스틸이 판매량의 견인을 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ABI 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3,500만~3,600만 대의 웨어러블 기기가 출하될 것으로 예측하였는데, 현재 페블의 성장률을 유지한다고 하면 2015년 시장 점유율은 2~2.5% 수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웨어러블 시장이 그만큼 커질 것이므로 성장률이 오를 수 있겠지만, 10%의 점유율을 차지하려면 5배의 성장률을 보여야 합니다.
 
 문제는 올해 웨어러블 시장 최대 화두로 꼽히는 애플 워치에 분석가들은 1,000~2,000만 대, 판매 점유율은 30~5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LG, 소니 등의 업체가 구글의 웨어러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구조가 스마트폰처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애플 워치가 예상치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제조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웨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면 상위 플랫폼이 없는 페블은 웨어러블 플랫폼만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페블 스마트워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은 6,000여 개이고, 시장 파이가 기울어지면 경쟁 플랫폼의 규모가 6,000개의 규모도 금방 삼켜지겠죠.
 
 페블이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낸 것은 맞지만, 가까운 미래를 보더라도 분명 전환점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미기코브스키는 인터뷰에서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처럼 앱에 집중하지만, 페블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매우 다를 것.'이라면서 '우리는 시계와 상호 작용하는 새로운 체계를 발견했다. 앱은 더는 플랫폼의 중심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는 건 크게 2가지입니다. '페블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건 앱 중심의 플랫폼 확장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이다'라는 것과 '애플과 구글을 경쟁자로 두고 있다'. 그리고 2가지를 연결하면 페블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페블의 스마트워치 전략은 스마트폰에 묶여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앱도 있지만, 스마트폰과의 연결이 필수이며, 스마트폰의 알림을 받거나 연동하는 것으로 스마트워치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애플이나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 워치는 아이폰과 꼭 연결해서 사용해야 하고, 안드로이드 웨어도 구글 나우를 중점으로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개념입니다. 또한, 페블이 앱으로 내세우는 기능 중 몇 가지는 자사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본 기능으로써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훨씬 유기적으로 연동할 수밖에 없죠.
 
 이런 방식은 애플이나 구글이 웨어러블 플랫폼을 성장하는 기본 골자가 될 것입니다. 이 골자를 통해서 서드파티 앱을 끌어들이고,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더 끈끈하게 하여 경쟁력으로 삼는 겁니다. 전략 면에서 애플이나 구글과 페블에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대신 비슷한 전략일 때, 스마트폰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페블은 매우 불리한 위치입니다.
 
 미기코브스키는 '올해 페블이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페블의 정체성은 유지하겠으나 제품을 통째로 수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현재 페블 스마트워치, 그러니까 6,000개의 앱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플랫폼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겠다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굳이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정확히는 하드웨어 관점에서 진일보하고,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일신하는 겁니다. 그리고 방식을 애플과 구글을 경쟁자로 지목했음을 생각하면 그들과 다른 관점,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연동 없이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거나 완전히 새로운 조작 방식을 선보이거나 연동의 범위를 스마트폰이 아닌 홈제어 기기나 다른 웨어러블로 확장하여 페블이 전체 플랫폼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적어도 해당 경쟁의 외부인이 페블을 지켜봤을 때, 규모의 경쟁에서 생존하고, 페블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보이죠.
 
 


 그나마 옳다고 보이는 것에 변화가 있으리라 페블은 확신을 줬습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페블이 현상 유지만으로 팽창하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버텨내기 어렵고, 빠르게 전환점을 가지겠다고 말한 건 마케팅에서도 좋은 수입니다. 웨어러블에 회의가 남은 소비자라면 페블이 말하는 애플과 구글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것을 기다릴 여지가 적당히 많기 때문이죠.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한 페블은 100만 대 판매를 기록한 지금을 더 큰 프로젝트, 그리고 나은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한 것일지 모릅니다. 흔히 말하는 '초심으로 돌아가다.'를 실행 중이라는 것이죠.
 
 페블은 고작 2년 된 회사입니다. 그만큼 선택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고, 그 점만은 경쟁자로 지목한 애플이나 구글이 접근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입니다. 페블이 미래를 위해 던진 투구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