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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인사, 잡스 이후 최대의 변화 맞을 기회

 얼마 전, 애플의 iOS 수석부사장 스콧 포스털이 사임당했습니다. 그는 우수했고, 여태 iOS의 성공을 이끌어오던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때문인지 애플이 인재를 잃어 불안하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애플은 인재를 잃은 것이지만, 실제 포스털의 사임이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의 변화를 주도 할 4인방이 남아있고, 포스털의 업무는 그들에게 분산되었으며 각각 나눠진 파트로 인한 변화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애플 인사, 잡스 이후 최대의 변화 맞을 기회


 애플의 이번 인사를 보자면 '한명이 하던 업무가 4개로 분산되었으면, 좀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번뜩 할 수 있습니다. 각 부분별로 넘어가는 듯 보이는데다, 포스털이 워낙 스타성 인물이다보니 그의 능력이 배제되는 상황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은 포스털을 잃었지만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사




 애플의 Press Info에서 빠진 포스털보다 위 사진 4명의 인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스털이 애플에서 사임당했다고 난리지만, 그보다 이전 애플 신화의 주역 중 한명인 밥 맨스필드(Bob Mansfield)의 은퇴선언도 큰 뉴스거리였습니다. 맨스필드는 1999년부터 애플과 같이 해온 주역 중의 주역이었으며, 여지껏 애플의 모든 하드웨어를 담당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 6월 은퇴할 것이라 발표했지만, 8월 은퇴를 번복하며 다시 애플에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은퇴번복을 기존 직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직책을 수행하는 것으로 팀쿡과 협의했고, 새로운 테크놀로지 부서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테크놀로지 부서의 존재에 대해서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있지만, 무선팀을 통합함과 동시에 반도체팀을 이끌어 내면서 '자체적인 ARM기반의 칩 설계에 집중 할 것'이라고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가 밝힌 바 있습니다. 애플의 이런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이번 아이폰5의 'A6'가 어느정도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이것의 실질적인 관리 / 책임을 맨스필드가 맡게 된 것입니다. 그는 애플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새로운 과제를 수여받은 것입니다.


 에디 큐(Eddy Cue) 또한 맨스필드와 오랜시간 애플에 몸담아 온 인물 중 한명입니다. 1989년 입사했죠. 큐의 능력은 개발부분보다 '협상'에서 드러났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잡스를 애플의 유능한 협상가로 알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물이 바로 큐입니다. 그는 잡스의 파격적인 협상 스타일을 받쳐주는 역할이었는데, 현재는 잡스의 역할까지 맡고 있습니다. 음반사와 출판사와의 서로의 경제적인 협상이 잡스에서 비롯되었다면, 큐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실제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를 성공시킨 사람으로 잡스가 아닌 큐를 꼽기도 합니다. 큐의 이런 능력은 잡스에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문제만 가득했던 모바일미를 떠맡아 아이클라우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보기좋게 성공했죠. 23년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아이클라우드와 더불어 애플스토어의 개장과 iLife 개발, iAD도 관여했을 정도로 베테랑이며, 애플의 성공 메이커입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시리와 지도를 맡게 되었고, 그의 손에서 많은 것들이 성공한만큼 시리와 지도에서 다시 재현될지 기대하는건 무리도 아닙니다.


 크레이그 페더러기(Craig Federighi)는 넥스트사의 일원이었으며 애플로 흡수된 후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인 아리바(Ariba)에서 최고 기술 책임자로 10년간 근무하다 애플로 돌아왔습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백업으로써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입니다. 그는 맥관련 키노트에 종종 등장하기도 했으며, 얼마전 맨스필드 복귀와 함께 맥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번에 iOS를 맡으며 맥과 함께 애플의 두가지 운영체제를 모두 관리하게 된 것인데, 이에 대해 맥과 iOS의 통합적인 부분이 예전부터 거론되어왔었지만 실제 구동에서 따로 놀던 것에 비해 iOS까지 페더러기가 관리하며 좀 더 유연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는 너무 유명한데다 포스털 사임의 주요 인물이다보니 많은 평가들로 인해 굳이 필자가 얘기 할 부분이 많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이들 4명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팀쿡이 총괄적인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면, 아이브는 총괄적인 관리를 도맡아 하는 것입니다. 포스털이 있을 당시에는 포스털과 함께 이런 총괄을 맡아왔지만, 포스털이 사임되면서 특혜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는 디자인팀을 이끌면서 휴먼인테페이스(H.I)를 통해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새로 통합하여 짜는 과제가 주어졌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밸런스, 심미적인 부분을 개선시켜 나갈 것입니다.




변화




 이 4명만 두고 보면 포스털이 어디에 끼어들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포메이션입니다. 아이브, 페더러기, 큐, 그리고 맨스필드까지 기존 디자인의 일부, 소프트웨어의 일부, 컨텐츠의 일부를 포스털에게 떼어놓고 각각의 의견대립으로 정리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휠씬 안정적이게 보이죠. 팀쿡이 포스털을 배제시킨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이브는 완전히 디자인을 찾아갔습니다. 제품 디자인부터 인터페이스까지 모두 맡게 되었죠. 페더러기 또한 전체적인 소프트웨어를 맡게 되었습니다. 큐는 서비스와 컨텐츠 부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게 되었고, 맨스필드는 신기술에 몰두합니다. 이는 각 분야를 전체적으로 통합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기존에 비해 강화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와 기능이 따로 논다는 평을 받은 iOS6가 아닌 '인터페이스에 맞춰진 소프트웨어와 그에 따른 서비스 제공'과 같은 시스템에 체계적인 변화가 온 것입니다.


 결국 통합적인 관리가 분야에 대한 집중을 높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이는 애플에게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팀쿡은 그것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실제 결과를 통해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하겠지만, 기존의 체계가 아닌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기 위한 결심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기회




 이들 4명은 포스털의 사임과 함께 업무가 가중되어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매체들이 보도한 바있습니다. 팀쿡은 잡스체제와 여지껏 비교되어 왔습니다. 그 비교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낸 것이 바로 인사 개편입니다. 업무를 가중시키게 되더라도 체제를 재정비하고, 자신의 스타일로 운영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애플은 과거와 다릅니다.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더 많은 고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팀쿡은 결심했습니다.


 '변하자!'


변한다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변하지 않으면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애플은 잘 알고 있습니다. 포스털 사임은 애플에 있어 과격하고 자기중심적이었던 포스털의 성격 문제 뿐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얻고자 했음을 동시에 보인 결과입니다. 흡사 잡스가 애플에 돌아와 많은 것을 개선하고 자신의 체제로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포스털이 사임했기에 포스털 본인에 주목했지만, 진의는 여기에 있었던 겁니다.


 인사는 결정되었고, 배역은 정해졌습니다. 회사가 커졌다고 해서 쓸데없이 사공을 늘리고,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견고하게 축소시켰습니다. '집중, 집중, 집중'. 배역들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감독 팀쿡이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애플은 속으로 외칩니다.


 '기회다!'


 이제 애플에게 주어진 것은 새로 얻은 기회를 살려내는 것입니다. 이번 인사가 후에 좋게 평가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으나, 썩어버리기 전에 도려내는 팀쿡의 결단력 자체는 대단하다 할 수 있으며, 향후 10년을 결정 지을 중요한 부분입니다.


 애플의 이런 변화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적어도 팀쿡의 애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