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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iOS7의 플랫 디자인과 스큐어몰피즘

 9to5Mac이 익명의 소스들을 통해 입수한 iOS7 디자인의 변화 뉴스와 All Things D가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포스톨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떠돌자 iOS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고조된 상태입니다. 일명 '플랫(Flat) 디자인'으로 불리며, 기존과는 다른 디자인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iOS7의 플랫 디자인과 스큐어몰피즘


 All Things D는 애플이 기존 스큐어몰피즘 요소들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노란 메모장이나 가죽 느낌이나 펠트 디자인을 없애고 새로운 플랫 디자인으로 채워넣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9to5Mac을 통해 볼륨감이나 광택 같은 것들을 배제한 밋밋한 디자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터라 거의 확정적인 상태로 보입니다. 이에 몇몇 플랫 디자인의 컨셉이 등장했는데, 덕분에 스큐어몰피즘과 더 심하게 부딪힙니다.




플랫 디자인


@Home with iOS7 Animated_by Nandor Tamas


  플랫 디자인 컨셉들을 보면 아이콘들이 기존의 절제 되었지만 섬세하며 불륨감 있던 아이콘이 아니라 매우 밋밋하고 평평하며 더욱 절제된 아이콘을 하고 있습니다. 윈도폰 모던UI의 타일을 떼놓은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냥 기존 아이콘을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컨셉이기 때문에 iOS7이 저런 형태를 완전히 띤다고 할 수 없지만, 미디어들이 전달하는 내용을 종합해볼 때 아마 가장 가까운 형태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런 형태가 아이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인터페이스의 변화에 포함 될 수 있으며, 그것은 5년을 넘어버린 iOS에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히는 작업일 것입니다.

 다만, 이 컨셉 디자인들이 등장하면서 보인 사용자들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스큐어몰피즘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애플의 아이덴티티를 잃은 것'이라거나 '저런 식의 촌스런 모습은 아닐 것', '스큐어몰피즘을 전부 배제하진 않을 것' 등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옷을 리폼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아니, 그쳐야 한다는 반응들이 보인 것입니다.




스큐어몰피즘


 스큐어몰피즘은 단순히 아날로그적 감성만 디지털로 표현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것에 있어 어떤 기능이나 서비스인지 대략 설명하며 사용 유도 역할을 합니다. 이는 딱히 애플만의 것도 아닌데, 예를 들어 맥과 iOS용 자산 관리 소프트웨어인 'Money wiz'는 맥용의 경우 스큐어몰피즘을 통해 고급스러운 노트 느낌을 연출해냈습니다. 그리고 달력에는 스프링이 달려있으며 전체 화면에서 탁상 달력을 보면서 느긋하게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아날로그 느낌도 함께 줬습니다. 이것은 스큐어몰피즘을 적절히 적용한 것입니다. 대략 이 소프트웨어를 어떤 느낌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스큐어몰피즘으로 전달하면서 사용을 유도한 것이죠. iOS의 '음성 메모'를 봅시다. 마이크 모양을 화면에 띄워두고 있는데 이를 본 사용자는 당연하게 아이폰에 입을 가져가 녹음을 합니다. 스큐어몰피즘이 사용을 유도하는 장점을 수용한 것입니다.

 애플의 최근 스큐어몰피즘의 문제는 과도했다는 겁니다. 게임센터를 이용하는데 굳이 카지노에 들어선 느낌이 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카지노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닌데다 게임앱 내부에서 바카라 테이블에 목록을 집어넣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또 패스북의 세절기 애니메이션이 없다면 빠르게 삭제될 터이지만, 애니메이션 덕분에 굳이 볼 필요 없는 2초의 시간을 날려야 합니다. 한두 번이야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번이 되면 이조차 귀찮은 존재입니다.

 디지털에 실제 사물의 사실적 묘사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스큐어몰피즘을 통한 사용 유도에서 실용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완벽한 스큐어몰피즘을 보여주지도, 적절한 적용을 해낸 것도 아닙니다. 애플의 모든 스큐어몰피즘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특히 포스톨의 작품에서 유달리 과도한 스큐어몰피즘이 나타났었습니다.

 애플이 스큐어몰피즘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었다면 이것이 실용적 방향에 맞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을 사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스큐어몰피즘을 보여줬어야 합니다. 누구의 판단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아이브는 iOS가 전체적으로 스큐어몰피즘의 장점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사용 유도는 플랫 디자인만으로 충분하며, 오히려 과도하지 않기 때문에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 점은 iOS의 기본 캘린더 앱과 연락처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잡스 또한 스큐어몰피즘을 좋아했지만, 그것이 사용 유도를 이끌어 내는 장점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그냥 절제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맥용 캘린더와 연락처은 스큐어몰피즘을 채용했지만, 빠르게 캘린더를 작성해야 하고 연락처를 찾아야 하는 iOS에는 배제한 것입니다. 애플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는 '스큐어몰피즘'이 아니라 애초부터 '실용'이었고, 이 실용적 부분에 스큐어몰피즘의 장점이 적절히 포함될 수 있을 때만 스큐어몰피즘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원래 방향이 그런 것이었고 단지 기존의 iOS의 스큐어몰피즘이 과했을 뿐이었죠.


 그러니까 스큐어몰피즘이 가져다주는 아날로그 감성에만 초점을 맞춰 그것이 스큐어몰피즘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몇 번 보지 않을 스큐어몰피즘의 아날로그 감성에만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iOS가 실용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림돌만 되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스큐어몰피즘을 느끼고 싶어하지만, 이것이 딱히 iOS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스큐어몰피즘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큐어몰피즘의 잘못된 사용 방식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비단 애플뿐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쓸데없는 과도함을 덜어내어 실용을 강조할 뿐이죠. 플랫 디자인의 의의는 거기에 있습니다.




iOS7



 플랫 디자인의 컨셉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iOS7'이 저렇게 바뀌어 버리면 어떡하느냐는 고민을 하는 사용자가 있겠지만, 실제 그렇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 방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스큐어몰피즘이 과도하게 들어갔던 자리를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채워 실용을 끌어낸다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발생하거나 어색함이 들진 않을 것입니다. 팟캐스트앱의 변화를 볼 때 완전히 스큐어몰피즘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톨식 스큐어몰피즘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옳은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애플, 그리고 이를 지휘하는 아이브가 그런 근본적인 아이덴티티에 맞춰 iOS7을 디자인했다면, 오히려 스큐어몰피즘의 장점이 두드러진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플랫 디자인이 애플의 아이덴티티에 부합만 한다면 딱히 스큐어몰피즘이 아니더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또 스큐어몰피즘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을 굳이 미니멀리즘으로 표현하려 하지만 않는다면 iOS7의 새로운 플랫 디자인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