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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패드는 서피스와 같을 이유가 없다

 생김이 비슷하면 간혹 같은 선상에서 착각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PSP를 보고 PMP라고 할 수도 있고, 엠씨스퀘어를 보고 'MP3플레이어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제품이죠. 물론 PSP로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엠씨스퀘어의 경우 X1은 MP3플레이어 기능을 탑재해 음악 감상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그런 부가적인 기능을 가지고 구매 방향을 잡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PSP는 게임, 엠씨스퀘어는 집중력 향상입니다.




아이패드는 서피스와 같을 이유가 없다


 PC가 세상에 등장한 지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았고, 이를 정의하는 일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일 것입니다. 여전히 PC는 과도기 상태이며, 예전보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느 카테고리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마치 사상처럼 PC를 양분하는 개념 또한 생기기 마련입니아. 어떤 것이 미래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습니다. 그 논의 속에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던집니다.

 '아이패드는 서피스와 같아야 한다.'




빌 게이츠


 빌 게이츠 MS 회장은 5월 6일(현지시각),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아이패드는 타이핑이 힘들어 문서 만드는 것도 안된다. 오피스를 쓸 수 없는 제품이다'며,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문서를 만들지 못하는 것에 있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태블릿과 PC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PC 시장은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말했는데, The Loop은 이를 두고 빌 게이츠가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있고, 아이패드는 서피스와 같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문서 작성을 못 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니 실망한 것일 테고, 태블릿과 PC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서피스와 같은 하이브리브 제품의 비즈니스가 강화될 것을 내다본다면 아이패드가 이후를 도모하기 위해 서피스 같을 필요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빌 게이츠는 PC+라는 PC를 확장시키는 개념을, 스티브 잡스는 트럭론에 따른 포스트 PC를 오래전부터 주장해왔습니다. 서피스와 아이패드는 그 개념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PC+의 개념으로 봤을 때 게이츠의 발언은 옳습니다. PC의 확장 된 개념을 통해 한가지 제품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서피스야말로 PC+ 그 자체니까요. 이것은 지금까지 둘의 판매량을 비교해서 틀렸다고 할 것까지도 없습니다. 문제는 게이츠가 PC+의 개념은 주장하면서 포스트 PC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에 있습니다. 시장자본주의에 복지정책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패드와 서피스


 둘은 다른 제품입니다. '아이패드는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하고, 서피스는 생산성에 주력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접근 자체가 다른 제품입니다. 구분하자면 아이패드는 'PC를 대체하는 제품'이며, 서피스는 'PC가 변화한 제품'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또한 PC에서 파생된 제품이라 할 수 있고, 서피스도 PC를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제품을 제작하는 그 근본이 저렇다는 겁니다.

 아이패드의 루머가 한창 무르익어 갈 때 사람들은 당연히 맥이 탑재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공개 직전에 '아이폰 OS가 탑재 될 것'이라고 하니 분노를 하거나 헛소리라고 했죠.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새로운 맥 계열 제품이 되고, 모드북처럼 터치스크린 기반의 맥을 사용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맥 어플리케이션을 터치스크린에 구동하여 사용하고 싶어했다는 것이죠. 만약 그랬다면 아이패드는 PC+가 되었을 테지만요. 하지만 아이패드는 iOS가 탑재된 후 줄곧 발전해 왔습니다. 게이츠가 문서 작성을 예로 든 것은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뜻일 텐데, 그건 초기였죠.



-Diet Coda-


 PANIC이 출시한 아이패드용 웹개발 어플리케이션인 'Diet Coda'입니다. 분명 초기엔 아이패드가 생산성이 부족했지만, 아이패드가 새로운 PC의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기존의 인터페이스가 아닌 아이패드에 걸맞은 인터페이스로 발전한 형태를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Diet Coda입니다. 전체적인 코딩부터 프리뷰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기존 PC의 생산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물을 수 있지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아이패드가 기존 PC를 머금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초 태블릿을 PC로 인정하는 과정에서의 근거가 코딩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였으니 그 논란의 종지부는 찍은 셈입니다.

 초기의 컴퓨터를 봅시다. 마우스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마우스가 생기자 키보드 인터페이스에 중점을 두고 있던 소프트웨어들이 마우스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발전하여 지금으로 오게 된 것처럼 아이패드는 기존 PC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PC를 잘라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대체재로 따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피스를 봅시다. 그냥 PC의 연장선입니다. 새로운 개념도 필요 없고, PC가 태블릿의 모습으로 작아지고 평평해졌을 뿐입니다. 형태가 발전한 것이지 기본적인 개념은 PC와 다를 바 없으며, 당연히 초기부터 생산성에 서 기존 인터페이스를 따라가기 때문에 나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울 필요가 없고, 사용자들은 이미 키보드나 마우스, 그리고 그에 맞춰진 UI에 익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들어맞는 것이죠. 서피스 프로가 있더라도 어차피 윈도우8의 어플리케이션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서피스를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계속 기존 PC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즉,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스스로 발전하면서 PC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PC가 이후에나 마우스를 머금은 것처럼 아이패드도 그 발전 단계에서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고, 그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습니다. 서피스는 PC의 발전 단계의 연장선에서 발전합니다. 터치 인터페이스가 포함되어도 결국 키보드와 마우스가 버려지지 않고, 함께 버무려진 상태에서 발전하는 단계를 거듭할 것입니다. 둘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개념이 완전히 다른 제품입니다.

 어느 쪽이 미래의 컴퓨터고 어느 쪽이 도태될 컴퓨터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PC 발전의 연장선인 PC+가 더 오랫동안 길어질 수도 있고, 포스트 PC라는 새로운 PC 개념의 발전이 도중에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양립이지 같은 동질의 속성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양립 속에서 사용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말이죠.


 둘은 같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태블릿



 빌 게이츠의 저 발언에 대한 반론으로는 '아이패드가 더 잘 팔린다.'보다는 '맥북에어가 서피스보다 생상성에 더 강력하고 안정적이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PC+와 포스트 PC의 개념을 부딪치게 하는 좋은 답입니다.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PC를 대체하지 못한다고 얘기하지만, 아이패드는 PC를 대체해가는 중이며, 사람들은 서피스가 맥북에어보다 못하다고 얘기하지만, PC의 모습이 변해가는 중입니다.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여기서 거듭되는 발전만이 미래 PC의 주체가 될 수 있지, 아이패드가 주체가 된다거나 서피스가 주체가 된다는 것은 그저 비약입니다.

 태블릿은 아직도 더 발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사양이 높아지고 화질이 좋아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태블릿의 사용자 경험에 대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며, 적어도 어떤 것이 옳다기보다는 그런 과도기적 발전 단계에서 이를 직접 겪어내고 있는 소비자라는 사실을 더욱 흥미롭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포스트 PC의 선구자인 잡스가 없는 지금, 그리고 PC+의 게이츠가 여전히 PC+를 주장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고 중요한 것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