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개방적으로 바뀔까?

 '애플이 개방적으로 바뀔까?'

 신선하진 않지만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한 때 맥OS의 클론 라이센싱 프로그램 진행하긴 했었지만, 실패했으며,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만 보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저 질문은 굉장히 흥미롭죠.





애플이 개방적으로 바뀔까?


 D11에 참가한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에 '개방된 환경'을 언급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애플에 개방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구글과 같이 애플이 변하겠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바뀐다는 관점을 덜어내는 것도 좋습니다.




D11





 월트 모스버그는 '개방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봤느냐'고 팀 쿡에 질문했습니다. 팀 쿡은 '당연하다'며, '미래에 애플이 API를 더 개방할 것이며, 그러나 소비자에게 위협을 주거나 나쁜 경험을 주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이 애플에 돈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클라우드의 개방 문제도 나왔는데, '아이클라우드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타 플랫폼에 개방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에 '애플이 만든 제품이 안드로이드로 이식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든 지원할 것이며, 다만 현재의 아이클라우드가 타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앞으로 더 개방하긴 할 테지만, 우리가 결정할 것', 그리고 '타 플랫폼에 애플 제품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생각해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

 결론은 구글처럼 개방하겠다는 것이 아니므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고, 팀 쿡이 이야기한 개방이 어떤 것인지 다시 되짚어봐야 합니다.









 애플은 폐쇄적이지만 그렇다고 개방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애플이 완전한 폐쇄를 꿈꾸거나 그런 성향이었다면 SDK를 배포하거나 API를 제공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겠죠. 팀 쿡의 대답은 앞으로 더 개방하겠다는 것이지 기존의 폐쇄적 방안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팀 쿡은 '결정'이라고 표현했는데, 애플이 폐쇄적이 될지, 개방적이 될지의 열쇠는 이 결정에 있다는 겁니다. 모든 소비자가 개방적 환경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폐쇄적 환경을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에 개방된 환경이라면 사용자가 다시 닫는 것도 가능하기에 보통의 기업들은 개방된 환경을 추구하고자 하지만, 애플은 반대로 폐쇄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결정합니다. 오만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또 소비자들을 이 결정에 돈을 지급합니다.

 즉, 애플에 있어선 개방이라는 것이 폐쇄적이든 개방적이든 무엇이 되었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고민의 '결정'인 것이지, 애플 본래의 성격을 뒤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껏 폐쇄적인 결정을 개방적 결정보다 더 많이 했을 뿐이고, 팀 쿡이 D11에 언급한 개방할 것이라는 대답의 맥락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보고 폐쇄적 방향을 지향했던 스티브 잡스가 없고, 팀 쿡이 지휘봉을 잡으니 개방적으로 바뀐다는 이견도 보이지만, 단지 결정의 주체가 바뀌었을 뿐 애플이 개방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개방적인 결정이 좀 더 늘어날 뿐이겠죠. 그리고 이 결정이 팀 쿡의 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팀 쿡이 D11에서 이야기했던, 그러니까 반년 전 개편한 임원 조직 간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애플 체제를 이해했을 때 완전히 개방적으로 보이게 되는 일은 없겠죠. 애초 그런 경계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애플






 그렇게 생각하면 이전의 애플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맞습니다. 필자는 '폐쇄적 애플에 대한 고찰'이라는 글을 통해 '애플은 폐쇄적이야' 가 아니라 '애플은 폐쇄적인 게 가능해'라고 얘기했습니다. 가능하므로 폐쇄적인 결정이 늘어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애플을 '폐쇄적인 회사'라고 성향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애플의 하드웨어든 소프트웨터든, 서비스, 정책,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입니다.

 폐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만큼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개방적인 것이 자신감 없는 모습이란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애플은 그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었고 그 덕분에 '폐쇄적인 회사'로 보이도록 했습니다. 간혹 개방적이기도 하지만 비율상 폐쇄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지금의 애플을 볼 때, 그리고 애플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우리는 애플이 폐쇄적이건 개방적이건 그 결정 자체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의 결정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애플 지도와 같은 결정을 최근에 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처럼 애플을 바라볼 때 '성향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애플이 '양날에 적절한 결정'을 한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흥미롭게 애플을 바라볼 수 있는 관념이 될 것임을 필자는 단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