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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여전히 강력한 게임체인저인 이유

 애플은 항상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는 명찰을 달고 다녔지만, 최근에는 살짝 드물어진 느낌입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은 패블릿 시장을 활성화했고, 아마존은 7인치 사이즈의 태블릿 시장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그에 반해 애플은 똑같은 아이폰과 똑같은 아이패드, 그것도 뒤따라 7인치 시장에 뛰어들면서 게임체인저로서의 모습을 상실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애플이 여전히 강력한 게임체인저인 이유


 D11 컨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CEO는 '현재 애플은 놀라운 계획을 구상 중이며, 시장 판도를 바꿀 제품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을 만들고, 그 문화를 가진 기업이다'며 '이를 가지고 우리는 반드시 시장 판도를 바꿀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이 여전히 게임 체인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말치레라며, 게임체인저 지휘를 상실한 것에 체면 세우기라는 의견도 나타납니다.




여전히


 팀 쿡의 얘기가 말치레인 것은 맞습니다. 우리는 그가 얘기한 제품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인지 알지 못하며, 설사 애플이 판도를 바꿀만한 제품이라며 들고 나오더라도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말치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게임체인저로써 지휘를 잃었느냐는 다른 얘기입니다.


 애플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도 상당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맥북 프로 레티나(Macbook Pro Retina ; 이하 맥프레)'를 봅시다. 맥프레는 출시 당시 2,880x1,800이라는 최고의 해상도를 지닌 랩탑이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만에 제조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해상도의 랩탑을 공개합니다. HP는 14인치에 최대 3,200x1,800 해상도를 지닌 '엔비 14 터치스마트 울트라북(Envy 14 TouchSmart Ultrabook)'를 23일 공개했으며, 삼성은 SID2013에서 13.3인치에 해상도 3,200x1,800이라는 고해상도의 랩탑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후지쯔도 3,200x1,800 해상도의 울트라북 Lifebook UH90을 공개했습니다.

 맥프레로 인해 타 제조사들이 고해상도의 랩탑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충분히 고해상도의 제품을 내놓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윈도우가 이런 해상도를 제대로 지원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죠. 하지만 맥프레의 출현으로 해상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은 그런 윈도우 제품의 출시를 기대합니다. 이것이 수요라고 한다면 MS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빠르게 해상도에 대한 수요를 만족할 제품을 제작해야 하고, 시장 진입에서 더 나은 제품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이후 MS가 고해상도를 지원하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즉, 맥프레라는 방아쇠가 당겨지자 제조사들은 윈도우가 고해상도를 지원하건 말건 일단 만들기 시작합니다. 늦어지면 애플에 오래 시간 고해상도라는 포지셔닝을 빼앗기고 타 제조사에 대한 대응도 늦어질 테니까요. 그 영향은 윈도우가 아닌 구글에도 미쳐 '크롬 픽셀'이라는 초고해상도의 크롬북도 끌어냅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한꺼번에 만듭니다. 그러니 무슨 지원이니 호환이니 이런 걸 신경 쓸 필요없이 자체적으로 조정하여 제품을 내놓습니다. 당연히 지원과 호환 문제를 신경 써야 할 타 제조사들보다 방아쇠를 당기기가 쉽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이패드가 출시된 후 삼성이 7인치의 갤럭시탭을 내놓았지만, 당시에는 7인치의 선호도 같은 문제가 아니라 안드로이드가 태블릿을 지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7인치 제품이라도 내놓아야 했습니다. 만약 지원이 이뤄졌다면 고려도 안 하고 바로 대형 사이즈의 태블릿을 내놓았겠지만요.

 맥프레는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회사를 끌어내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제조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마케팅에 해상도 수치를 앞세우고 있으며, MS도 이런 제품들이 늘어나는 중이라 고해상도 지원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맥프레 때문에 느려터졌던 고해상도 지원에 속도가 붙은 것입니다. 변화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 게임체인저입니다.




게임체인저



 애플로서는 삼성의 갤럭시 노트나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도 게임체인저의 제품이 아닙니다. 노키아에 빌빌거리던 삼성을 스마트폰으로 끌어낸 것이 아이폰이었고, 이북 가지고 컨텐츠 대결을 하던 아마존에 킨들 파이어로 더 강화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끌어낸 것이 아이패드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게임체인저를 가지고 시장 판도에 잘 적응하고 수혜를 얻은 것일 뿐 애플은 이들을 게임체인저라고 하는 것이 우스워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필자는 이들이 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게임체인저로 보고 있습니다. 킨들 파이어의 성공은 넥서스7로 이어졌고, 갤럭시 노트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당연하게 패블릿을 갖추도록 바꿔놓았습니다. 다만, 그들이 치고 나온다 해서 애플의 게임체인저로서의 지휘가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애플은 여전히 맥프레 같은 제품으로 시장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갤럭시 노트나 킨들 파이어, 맥프레는 '마이너 게임체인저(Minor Game Chang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변화를 주긴했지만, 아이폰의 영향이나 아이패드의 영향처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 변화는 또 다른 마이너 게임체인저에 의해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애플이 잘하는 것은 이보다 더 큰 것이고, 마이너 게임체인저로 존재하면서도 여전히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더 나열하자면 에어포트, 아이팟, 아이튠즈 등의 영향은 고스란히 시장에 남은 채로 떠돌기에 여전히 애플은 가장 강력한 게임체인저인 것입니다.


 그렇게 보았을 때 애플만큼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미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필자에게 굳이 하나 꼽으라면 한다면 당당히 '스타벅스'라고 답할 것입니다.




애플



 팀 쿡은 D11에서 '애플은 게임체인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그런 제품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아니라 아이패드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다.'


 애플에 있어선 아이폰이 어떻게 변하든 아이패드가 어떻게 변하든 이 제품들이 새로운 카테고리로써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필자가 말한 맥프레도 마찬가지겠죠. 즉, 팀 쿡은 마이너 게임체인저가 아닌 '메이저 게임체인저(Major Game Changer)가 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작은 부분 가지고 게임체인저니 뭐니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들고 나왔을 때 비로소 애플의 강력함이 돋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 판도를 뒤집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다시 되새기게 할 것이며, 게임체인저의 지휘를 잃었다는 의견도 잠식시킬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애플이 내놓는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단지 애플은 그렇게 하는 것이 게임체인저가 해야 할 최대 역할이고, 애플을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 프로세스와 문화를 지녔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 시장에서 애플이 생각하는 게임체인저를 기대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