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Samsung

갤럭시 라운드를 보며 든 생각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입니다. 없애버리고 싶어도 일 때문에 쓰거나 지인들과 연락할 가장 편한 수단이며, 대부분 정보를 전달 받거나 은행 업무까지 온갖 일에 쓰이다 보니 필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필수의 개념을 넘어 제품을 바라봅니다.





갤럭시 라운드를 보며 든 생각


 삼성은 지난 9일, 휘어진 스마트폰인 '갤럭시 라운드'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제품 좌우가 곡선으로 들려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기와처럼 생겼다'거나 '오뚝이인가?'라며, '저런 곡면 형태가 도대체 다른 제품보다 어떤 장점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혹은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시험적인 제품'이라고 혹평했습니다.




갤럭시 라운드




 2.3GHz 쿼드 코어 프로세서, 5.7인치 풀 HD 슈퍼아몰레드 1920x1080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4.3, 13M 전면 카메라, 2,800mAh 배터리, 3GB 메모리, 32GB 저장 공간,  블루투스 4.0, NFC 등을 탑재한 갤럭시 라운드는 108만 9,000원에 출시되었습니다. 갤럭시 노트3보다 2만 2,000원 비싼 가격이지만, 큰 차이는 아니며, 떨어지는 사양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이 혹평을 받는 이유는 휘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탓입니다.

 갤럭시 라운드의 디스플레이는 좌우 400mm의 곡선 반지름으로 오목하게 휘어진 커브드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바닥에 높으면 좌우가 들려 보이고, 이를 이용한 '라운드 인터렉션'이라는 기울기를 활용한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정작 이 특이함이 갤럭시 라운드를 겨냥하는 화살이 된 것입니다. 만약 이 휘어짐만 없었다면 적당한 사양의 비싼 모델 정도로 인식되었겠지만, 휘어진 탓에 '108만 원 주고 저걸 누가 사냐?'라는 말을 들어야 할 제품이 되었다는 점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과연 108만 원이 아닌 80~90만 원 수준의 가격이었다고 하더라도 갤럭시 라운드가 혹평을 피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입니다. 필자는 아마 똑같이 '저걸 누가 80만 원 주고 사냐?'는 반응이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건 60만 원이나 70만 원이나 똑같았겠죠. 휘어진 자체가 비호감이거나 단지 특이하기에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럼 무엇이 갤럭시 라운드를 혹평하게 했을까요?




판도




 요약하자면 '저걸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겠지만, 딱히 무엇을 해낼 필요는 없습니다. 휘어졌다 뿐이지 기본적인 스마트폰 기능은 할 수 있으며, 성능이 떨어지진 않으니까요. 휘어진 것이나 펜에 특화되지 않았다는 점만 보면 갤럭시 노트3나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삼성의 기술을 뽐내기 위한 실험적인 제품이라서? 그렇지도 않습니다. 실험적이지 않은 제품은 없고, 절대 안정적인 판매를 할 수 있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코카콜라가 매년 콜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누구는 가만히 레시피대로 콜라를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입니다.


 다만, 이 실험적인 것의 판도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피처폰 때를 생각해본다면 갤럭시 라운드보다 특이한 온갖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구매했고, 모두 다양한 제품을 골고루 사용했었습니다. 뒤집거나 회전하거나 꺾어버리기도 했고요. 지금은 다릅니다. 대부분 평평한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죠.

 과거에는 하드웨어만의 특별함이 유독 중요했습니다. 뒤받쳐주는 소프트웨어가 통신사의 통합된 것이 할지라도 구매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은 특화된 하드웨어였죠. 소프트웨어는 뒤를 받쳐주는 용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장착했다면 촬영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했고, 화면이 가로로 꺾이면 가로로 영상을 볼 수 있으면 되었고, 휠키가 장착되었다면 휠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하드웨어의 특이점을 잡아줄 개별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했고, 그렇다 보니 다양한 모습의 제품이 나오더라도 사용자들은 별말 없이 구매를 했던 겁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다양성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것보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의 질문으로 바뀐 것입니다. 카메라가 달려있고,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게 충족되지 못하면 카메라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버리는 거죠. 루미아 1020의 카메라가 아무리 4100만 화소의 괴물급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촬영만 하는거 라면 전혀 매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물리 쿼티 키보드 제품이 도태하고, 갤럭시 라운드가 혹평받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능 하나 툭 던져놓고, 특정 기능을 위해 특이한 하드웨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 전체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실질적인 사용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기초적인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괴이한 제품으로 낙인찍히는 겁니다.

 갤럭시 라운드라면 저 휘어진 곡면이 제품 전체 사용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장점이 되어 사용자를 돋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적인 특징보다는 단지 꺾여있는 하드웨어적 특징만 부각되어 있다 보니 괴이하기만 한 제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고 세계 최초라 할지라도 소비자에겐 큰 감흥 없는 제품이죠.




생각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분명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이전보다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앞지르진 않았습니다. 다만, '하드웨어를 내세우느냐' 혹은 '소프트웨어를 내세우느냐'의 형세로 바뀐 것이죠. 필자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받쳐주던 것'이었다면 지금은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받쳐주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어떤 것이 우위에 있다는 게 아니라 조화롭지 못해 한쪽에 치우치면 갤럭시 라운드 같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일반 소비자들도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데 충분한 반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세한 기술적 사양은 알지 못하더라도 제품을 보았을 때 이것이 내부적으로 어떤 기능들로 사용을 충족하고, 만족하게 할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딱히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굳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얹을 마음이 없습니다.

 이는 제조사가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이 무의미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잃지 않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그게 진짜 혁신이고, 발전입니다. 이젠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