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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델은 몰락하지 않았다

 'PC 1위 기업이 어디입니까?'

 '델!'

 이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델이었죠. 하지만 이런 말이 뚝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 불과 5년 전입니다. 얼마 전까지 델은 말 그대로 '침몰하는 배'였죠.




델은 몰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델이 이전처럼 PC 시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경쟁사였던 HP도 죽을 쓰는 마당에 레노버의 강세가 이어지니 말입니다.




상장폐지




 델의 창립자 마이클 델은 지난 2월 5일, 델의 상장을 폐지하고 사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9일, 마이클 델과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 파트너스가 함께 총 249억 달러가 투입해 델을 매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상장폐지를 추진한 지 10개월 만에 델을 개인회사로 전환한 것입니다.

 그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델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인수 가능성을 내보였고, 블랙스톤 투자 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그 탓으로 아이칸을 포함한 주주들이 상장폐지를 방해해 10개월이 지나서야 개인회사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상장폐지 발표 직후 칼 아이칸이 실버레이크보다 높은 가격의 인수 금액을 제시했다는 등 보도가 이어졌고, 델을 사들이기보다는 차입 자본화를 통해 지분율을 높여 상장폐지 저지와 함께 매각 금액을 높여 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2월부터 상장폐지를 반대했던 사우스이스턴까지 방해하면서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었던 델이 이를 모두 뿌리치고 창립자의 품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상장폐지 얘기가 나온 2월만 하더라도 델은 갈 곳 없는 종이배 같았고, 칼 아이칸과 블랙스톤이 참여해 마이클 델 연합과 삼파전을 이룰 때만 하더라도 델이 체제 전환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 공중분해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칼 아이칸의 악명은 익히 유명했으니 그런 예상을 하기에 무리가 없었죠. 그러다 지난 9월 칼 아이칸이 델 인수에서 손을 놓으면서 상장폐지가 수월해졌고, 오히려 외압 없이 탄력 있는 기업으로 급부상합니다.




전략




 마이클 델이 델을 개인회사로 전환한 것은 투자자들의 간섭없이 제품 개발과 공격적인 판매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델이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델은 여전히 PC 회사이며, 그것을 위해 개인회사로 돌아왔습니다.

 델이 기업용 솔루션에 투자한다고 하자 IBM을 떠올렸습니다. 심각한 재정 조건에서도 델은 기업 인수 전략을 내세웠고, 이를 통해 진입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프트웨어만 집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용 솔루션 개발과 B2B 시장 강화, 그리고 태블릿과 PC를 통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PC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겁니다.

 기업용 솔루션을 먼저 내세운 것은 당장 하드웨어 판매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장폐지 뉴스가 나올 때 PC 판매를 몰아붙이는 것은 델의 이미지만 악화시키는 것이었기에 기업용 솔루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올 상반기 기업용 솔루션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자 하반기에는 새로운 PC제품과 태블릿을 내놓는데, 이조차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마이클 델은 델을 개인회사로 전환함과 동시에 델의 기초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델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여전히 PC시장에서 건재하다는 점을 소프트웨어로 부각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델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PC가 필요한 곳에 델 PC를 놓겠다는 것으로 PC사업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수익 쫓기에 바빴던 이전의 델은 투자자들의 눈치보기 바빴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이렇게 큰 그림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상장폐지를 통해 IPO를 진행 중인 신생기업들과 반대로 더 큰 기회를 얻었고, 델을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물론 델의 현재 상황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해야 할 것이 많고, 수익을 내야 하며, 좋은 평가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만, 완전히 무너질 위기는 벗어났으며, 델의 역량대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되돌아왔다는 것에서 델을 몰락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델은 2분기 모니터 점유율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니터 시장 성장도 전년 대비 1% 성장을 이뤄냈고, 복합적인 PC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마이클 델은 지난 23일, 'PC가 죽었다고 하지만, PC는 죽지 않았다'면서 PC 시장이 침체라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PC 회사로서의 의지를 꺽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PC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시아, 남미, 중동 등의 신흥시장을 새로운 PC 전략으로 공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때 PC 강자가 아니라 여전히 델은 무서운 호랑이입니다. 여전히 PC 시장 1위를 꿈꾸고 있으며, 정상적인 경영체제에 돌입했으니 기대할 만할 것입니다.